“스승의 날인데 케이크도 못 받는다”… 씁쓸한 스승의 날 맞은 교사들

이승원기자 2026. 5.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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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교사와 케이크 나눠 먹는 것도 불가” 안내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만 가능… “감사 표현도 눈치” 반응
전교조·교총 스승의날 기념식 잇단 불참 선언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뿐이냐”… 교사들 민원 피로 호소
체험학습도 기피 확산… “축하보다 부담 먼저 떠올라”
1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현장체험학습 과정의 교사 책임 전가 중단과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 날에도 아이들과 케이크 한 조각 나눠 먹을 수 없는 각박한 시대가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네요" 

15일 제45회 스승의 날을 맞았다. 하지만 교육 현장은 어느 때보다 씁쓸한 분위기다. 교육청에서 학생들이 준비한 케이크조차 교사와 함께 나눠 먹을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발송하고, 교사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사이 사직을 고민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며 교권 추락과 현장의 피로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교육청은 교사 업무 포털에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제목의 안내 배너를 게시했다. 배너에는 '스승의 날 케이크 파티 불가능?', '카네이션 생화는 불법인가요?' 등의 문구와 함께 교사가 받을 수 있는 선물과 행위의 허용 범위가 담겼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 파티를 할 경우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은 가능하지만, 교사와 함께 나눠 먹거나 교사에게 케이크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역시 학생 개인이 교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학생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달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해당 내용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자 "스승의 날에 선생님만 케이크를 못 먹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 "감사 표현조차 눈치를 봐야 하느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이 같은 안내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처럼 학생 평가와 생활지도를 맡는 교사는 학생·학부모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돼 금액과 관계없이 선물이나 음식 제공을 받을 수 없다.

교사 사회의 냉랭한 분위기는 스승의 날 공식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15일 열리는 스승의 날 기념식에는 전교조와 교총이 잇따라 불참하기로 했다. 일부 교원단체는 교육부가 기념식에서 '교사의 다짐' 등을 제안한 데 대해 현장 현실과 동떨어진 관제 행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피로감은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5%가 최근 1년간 사직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사직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이었다.

최근 초등교사노동조합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 영상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 위축 분위기를 언급하며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과거에는 1년에 8번씩 현장학습을 갔지만 재작년부터는 보이콧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밖에 없느냐", "왜 멀리 가서 멀미하게 만드느냐" 같은 학부모 민원을 언급하며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까지 거론했다.

실제 전교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9.7%가 학교 안전사고와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교사 개인의 법적 책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교사노조 설문조사에서는 교직 생활의 가장 큰 보람으로 '학생의 성장과 긍정적 변화'를 꼽은 응답이 94.7%에 달했다. 하지만 감사와 존중보다 민원과 법적 책임, 신고 불안이 먼저 언급되는 현실 속에서 올해 스승의 날은 교사들에게 축하보다 피로감과 허탈함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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