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하는 단체에 3억?…사실 관계 따져보니

조지현 2026. 5. 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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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이 전통적 비인기종목에 갑자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 때문입니다.

국내 클럽팀 '수원FC 위민'이 4강에서 맞붙는 상대는 바로 북한 평양 '내고향 여자축구단'입니다. 북한 선수단이 스포츠 대회 참가를 위해 방한하는 것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7년 5개월 만입니다.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선언한 뒤 남북 교류가 사실상 끊어진 상태에서 정말 오랜만에 남북이 함께하는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겁니다.

■ 북한 축구팀 응원 단체에 3억 준다?…"3억에 행정비용 포함"

오랜만에 열리는 이벤트에 시민단체들은 3천 명가량의 공동응원단을 꾸리기로 했고,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에서 3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3억' 지원 소식에 비판도 나옵니다. 북한 선수단 응원에 왜 혈세를 쓰냐는 겁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오늘(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여자 축구단 응원에 남북 협력 기금 3억 원을 지원한다는데 누구에게 돈을 주고 어디에 쓰는지 비공개"라며 "혈세로 친북 단체 배불려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남북 선수단을 함께 응원하는 것을 지원하는 거고 3억 원이 모두 시민단체에 직접 지원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3억 원은 전체 응원 지원 사업의 예산 범위를 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응원 지원 사업에 예산 3억 원을 배정됐고, 이 3억 원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통해 집행되는데 티켓비용과 응원비용뿐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행정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단체에 지원되는 금액은 3억여원보다 많이 적을 것"이라면서 "행사 종료 후 정산 절차를 거쳐 집행 금액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수원FC 위민·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 응원"

공동응원단을 꾸린 단체들도 북한팀 응원이 아니라 남북팀 모두를 응원할 거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4강전의 공식 응원 명칭은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 응원’으로 정했습니다.

응원단은 "특정 팀이 아닌 양 팀 모두의 선전을 응원한다"며 "승패를 떠나 스포츠의 양대 정신인 '페어플레이'와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팀 가운데 누가 승리하더라도 23일로 예정된 결승전에도 응원을 이어갈 거라는 겁니다.

공동응원단 단장을 맡은 정욱식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은 이번 공동응원에 대해 "스포츠를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틔웠던 사례들이 많이 있고,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해 남북관계를 푸는 데 작게나마 기여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시민들과 같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한 것"이라면서 "남남갈등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티켓 오픈 하루 만에 매진… 논란 속에도 뜨거운 관심

일부 논란 속에도 관심은 뜨겁습니다. AFC 준결승 경기 티켓은 예매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매진됐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수원종합운동장의 최대 수용 규모인 1만 2000석 가운데 7000석 정도가 개방되는데 정부 관계자와 응원에 참여하는 통일 관련 단체들의 자리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4000~4500석 정도가 풀린 것 보입니다.

여자 축구 클럽팀 경기에 보통 100명 안팎의 관중이 찾는 걸 고려하면 이번 경기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의 노력이 무의미한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반대로는 멀어질 대로 멀어진 남북 관계를 고려했을 때 더욱 중요한 행사라는 의미도 됩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이 자기 선수단을 남쪽에 보낸 거 자체도 결단"이라며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 수준은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이벤트가 조금이라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물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북측도 최대한 조용히 경기만 하고 가려는 걸로 보입니다.

지난달 2026 AFC 여자 아시안컵 8강전에서 남측 응원단에 인사하는 북한 여자축구팀(KBS 남북의창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호주에선 열린 2026 AFC 여자 아시안컵 8강전. 우리 동포들이 북한 여자축구팀을 응원했는데요. 경기가 끝난 후 북한팀은 우리 응원단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남북이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이를 어떻게 이룰지가 문제입니다. 이번 경기를 기회로 '적대관계'를 선언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우리 안에서도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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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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