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이 부른 전력망 갈등, 송전망 늘린다고 해결되나”

김규원 기자 2026. 5. 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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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시민환경연구소 보고서
“송전선 부족 아닌 공간적 불균형서 갈등 일어나”
고압 송전선과 송전탑. 한국전력공사 제공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로 이어지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불거진 ‘전력망 갈등’과 관련해 “무조건 송전망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주장이 제기됐다. 갈등의 원인이 송전선 부족이 아닌 ‘공간적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만큼, 전력 수요를 전국으로 분산하고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 기존 전력망 활용 확대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대한민국 전력망 개편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50년 탄소 중립과 재생 에너지 확대에 따른 문제점의 원인을 ‘송전선 부족’으로 단순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망 병목은 단순한 설비 부족이 아니라, 중앙 집중형 발전에서 비롯한 구조적·사회경제적 문제”라고 짚었다. 중앙 집중형 발전 체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력망과 운영 규칙, 시장 구조, 요금 체계, 정보 비대칭, 거버넌스가 갈등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일본과 유럽·북미의 사례를 검토해보니, 이들은 송전망 확충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요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접속 규칙, 계통 계획, 시장, 요금, 정보 공개, 거버넌스가 결합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선 재생 에너지 생산은 지방 주변부에, 수요는 수도권과 경부선 산업 벨트에 집중된 불균형한 구조를 지속해왔는데, 이 때문에 장거리 송전 의존도가 높고 계통 병목과 출력 제어가 문제가 된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또 접속 절차와 계통 정보의 불투명성, 경직적 운영 규칙, 유연성 자원의 시장 참여 제한으로 인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 역시 낮다고 지적했다.

전남 신안의 풍력 발전기.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현재의 논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력 수요의 공간적 분산을 통해 구조적으로 송전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전력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역 내 생산·소비·저장·제어가 결합된 분산형 에너지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력망 운영 규칙 개편을 통해 재생 에너지 우선 접속과 기존 전력망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엔 유연 접속 제도화와 출력 제어·혼잡 관리 규칙 정비, 수요 반응, 에너지저장장치 확보, 가상발전소 구축 등 유연성을 확대해 기존 계통의 수용력을 높이는 것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이 두 전략은 독립적인 정책이 아니다. 수요 분산을 통해 장거리 송전 수요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접근과 함께, 운영 규칙 개편을 통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운영적 접근을 서로 결합하고 보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두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네 가지 세부 정책·제도를 제안했다. 네 가지는 △접속·수용률·계통 계획의 재설계 △운영·시장·요금 구조의 개편 △분산 자원·수요 자원·비선로 대안의 활성화 △거버넌스·투명성·참여 체계 강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배슬기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활동가는 “정부는 재생에너지·에너지 분산 확대의 명분으로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지만, 모순되게도 동시에 액화석유가스(LNG)·핵발전소(원전) 등 대규모 오염 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계통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초기부터 전력망 확충이 필요한지, 어떤 구간에 필요한지, 대안은 검토됐는지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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