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된 기타...팻 메스니라는 이름의 '그랑블루'

아르떼 2026. 5. 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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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봉호의 원픽! 재즈 앨범
재즈 기타의 현대사를 설계한 팻 메스니

그해 6월 아파트 입구 우체통에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들어 있었다. 나는 우편물을 개봉하고 ‘New Chautauqua(뉴 샤토콰)’라는 글자가 적힌 녹음테이프와 손 편지를 챙겨 동네 독서실로 향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착석 후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몽환적인 사운드가 여름 안개처럼 밀려들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 속으로 음악이 채워졌다.

20대에 좋아했던 팻 메스니의 앨범은 모두 ECM 레이블이었다. [Bright Size Life(브라이트 사이즈 오브 라이프)], [New Chautauqua], [Offramp(오프램프)], [Rejoicing(리조이싱)] 등이 먼저 떠오른다. 솔로 기타리스트로 출사표를 던진 음반이 [New Chautauqua]라면, 미래형 재즈 아티스트로 입지를 세운 작품이 [Offramp]였다. 1980년대 중반 서울의 음악 카페에서는 그의 라이브 앨범인 [Travels(트래블스)] 원반을 구하려는 열기가 제법 뜨거웠다.

팻 메스니는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기타리스트의 꿈을 키워나갔다. 비록 데뷔작 [Bright Size Life(브라이트 사이즈 오프 라이프)]는 시간이 흐른 뒤에 주목을 받았지만 2집 [Watercolors(워터컬러스)]부터는 젊은 기타리스트로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나는 ECM의 대표자인 만프레드 아이허와 음악관의 차이로 인해 게펜 레이블에서 [Still Life(스틸 라이프)]를 발표한 그에 대한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이적 후에 나온 앨범에 대한 만족도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팻 메스니는 변함없이 자신의 세계관을 음반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 후 [One Quiet Night(원 콰이어트 나이트)], [Jim Hall & Pat Metheny(짐 홀 & 팻 메스니)], [Metheny/Mehldau(메스니/멜다우)] 등의 중반기 앨범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타 뮤지션처럼 팻 메스니도 매너리즘을 경험했을 것이다. 엄청난 슬럼프에 빠졌던 시간이 존재했을 것이다. ECM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만 새로운 길이 보인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고의 음악 파트너로 찰리 헤이든을 언급했다.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는 1997년 [Beyond the Missouri Sky(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라는 듀오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의 기악 연주상을 수상했다.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은 소아마비 증후군과 간 질환 합병증으로 2014년 세상을 떠났다. 팻 메스니는 “나는 여전히 컨트리 뮤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Beyond The Missouri Sky]에서 구현했다”고 밝혔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블루>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만들어내는 두 번째 세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면서 바다로 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현실 너머의 이상향과 마주친다. 팻 메스니에게 기타란 <그랑블루>가 상징하는 바다와 동일선에 놓인 일종의 영물이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기타로 변해버리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1987년 6월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민주화라는 절대가치 아래 모여들었던 수많은 시민과 거리로 뛰쳐나온 대학생을 응원하는 직장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실현 가능한 미래를 목격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보낸 여름은 자수정처럼 빛나고 강렬했다. 세월은 흐르고 팻 메스니의 ECM 앨범은 하나둘씩 라이선스로 발매되었다.

나는 [New Chautauqua]를 카세트테이프, 레코드, CD 순서로 구입하면서 음악을 접했던 세대다. 지금까지 50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한 팻 메스니는 몇장의 음반을 더 발표할까? 그는 얼마나 많은 관객과 또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미지의 세상에 대한 벅찬 희망을 들려줬던 연주곡 ‘Daybreak(데이브레이크)’를 사랑한다. 기쁨 가득한 표정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미주리 출신의 남자, 그의 이름은 팻 메스니다.

[팻 메스니 추천 앨범]

① Bright Size Life 브라이드 사이즈 라이프, ECM, 1976년
② Watercolors 워터컬러스, ECM, 1977년
③ New Chautauqua 뉴 샤토콰, ECM, 1979년
④ Offramp 오프램프, ECM, 1982년
⑤ Travels 트래블스, ECM, 1983년
⑥ Rejoicing 리조이싱, ECM, 1984년
⑦ Beyond The Missouri Sky 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 Verve, 1997년
⑧ One Quiet Night 원 콰이어트 나이트, Warner, 2003년
⑨ The Way Up 더 웨이 업, Nonesuch, 2005년

이봉호 문화평론가

[♪팻 메스니 - Daybr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