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멈춘 스테이블코인 입법…업계는 한숨만

이상현 기자 2026. 5. 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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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대표 "산업 안정화까지 2~3년…한국은 아직 출발도 못해"


글로벌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는 정부안 지연과 지방선거 일정 등이 맞물리며 입법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내 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가상자산 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이날 6·3 지방선거 전 열리는 상반기 마지막 전체회의를 진행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논의는 다루지 않았다.

정부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관련 입법 일정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유형 구분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은행과 핀테크 사이에서 발행 주체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논의가 지연됐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를 두고 업계 반발까지 커지면서 상반기 내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는 정부안과 별개로 입법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한 세미나에서 “여러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토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산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입법 속도가 글로벌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이미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규정하는 ‘클래리티 법안’의 상원 표결이 진행된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대한 최초의 연방 포괄 규제인 ‘지니어스 법안’은 통과 후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산업 육성 기조를 유지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규제 기준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산되면 시장은 다시 불확실성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 규제체계인 MiCA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또한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 상태다. 대만이나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규제샌드박스를 기반으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실험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는 지방선거 일정과 맞물리면서 상반기 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후 상임위원회 재구성과 함께 정무위원 명단이 변경될 경우 법안 논의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선거와 정무위 그리고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법안 통과도 빠듯한 실정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사업자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나와야 사업 방향을 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데, 법안 논의가 계속 지연되면서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입법 지연이 향후 국내 가상자산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규제 체계 안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사업 시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호 카이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대표(카이아 DLT 재단 CBDO)는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처럼 이미 제도화를 마치고 관련 사업을 시작한 국가들을 보면 산업이 안정화되기까지 최소 2~3년은 걸린다”며 “국내에서는 제도권 편입이 지연되는 사이 사업 성숙도를 높인 글로벌 기업들이 오히려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한 규제로 해외 기업 진출을 제한해 국내 기업이 일시적으로 시장을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력과 사업 경험 차이가 누적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법안 논의가 지연될수록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