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AI 삼각편대? 이럴 거면 왜 만들었나
삼각편대 두 축 잇따라 선거판으로
쉽게 던질 자리보다 인재 지원을 더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서 1월 네이버클라우드가 오픈소스 차용 이유로 탈락했을 때 업계 의견은 갈렸다. 공개된 외국 기술을 일부 사용한 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쪽과, 독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는 쪽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이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오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하려는 분야나 내용이 달라도 하단의 기본 틀은 유사한 측면이 있는 코딩 기술의 특성 영향일 것이다. 최근 유독 더 논쟁이 된 건 AI가 국가 안보의 필수 기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탈락으로 독자성, 즉 소버린을 AI 정책 중심으로 삼겠다는 정부 입장은 더 명확해졌다. 그 소버린 AI의 주창자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다. 업계에서 완강한 소버린주의자로 알려져온 그의 청와대 입성은 한국 AI 정책이 두 갈래 논쟁 방향 중 한쪽을 택했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그만큼 하 전 수석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직을 던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로 가겠다는 하 전 수석을 “AI 3대 강국의 설계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그의 영향이 컸던 독자 모델 프로젝트는 물론 AI 고속도로니 AI 기본사회니 하는 정책들 역시 국민이 체감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여러 국산 AI 기술과 서비스가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현장 인재들이 만든 성과다. 하 전 수석이 취임 초기 직접 “3~5년”이라고 언급한 AI 골든타임은 한창 흘러가는 중이고, 그가 ‘설계’했다는 정책이 적절했는지는 평가조차 이르다. 하 전 수석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누리꾼들은 “독자 모델 최종 선발이 내년인데 진짜 실망”이라거나 “2028년 총선 때 나가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독자 모델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대표 AI 정책인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을 2월 국가AI전략위원회가 공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실행과제 99개, 정책권고 326개나 되는 이 계획을 들여다보면 기존 부처들에서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내용이 대다수다. 이미 나온 내용을 백화점 식으로 모아놓고 이름만 거창하게 붙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때의 국가AI위원회와 얼마나 차별화한 일을 하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행동계획의 9, 10번째에 올려놓은 ‘AI 보안 생태계 활성화’와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에 딱 맞는 기회가 얼마 전 있었다. AI 해커 시대를 열 거라고 평가받는 모델 ‘미소스’를 내놓은 미국 기업 앤스로픽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AI전략위는 안 만났다. 방한 직전 임문영 부위원장이 출마하려고 직을 던진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 전 수석, 임 전 부위원장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삼각편대’로 불렸다. 애초에 삼각까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AI미래기획수석은 없던 자릴 새로 만든 것이고, 임 전 부위원장 자리는 배 부총리가 겸직하기로 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이 경쟁력이라며 자리를 만들고 새 인물을 내세워온 관행의 공허함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AI 같은 첨단기술을 특정 인물이 끌고 간다는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일 수도 있다. 높은 자리 굳이 없어도, 기술에 인생을 건 현장의 인재들이 우리 경쟁력을 지켜갈 수 있다. 그들을 지원하는 정책만은 선거 바람을 타지 않길 바란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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