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수사받는데 윗선은 이사 승진"...37억 토해낸 보훈공단
건보공단 형사고소
지시 따른 실무자는 피의자 전락
결재권자는 '사업이사' 승진 눈앞
건보공단 "개별 요양원만 고소"
본사 책임 피한 '꼬리 자르기'

국가유공자 요양 시설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요양원들이 인력을 허위로 조작해 18억 원의 장기요양급여를 가로챈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부당청구가 이뤄지던 시기 일선 요양원에서 서류를 결재했던 책임자는 아무런 징계 없이 중앙보훈병원 행정부원장을 거쳐, 전국 보훈병원과 부훈요양원을 총괄하는 사업이사(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업이사는 전국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을 총괄 관리하는 보훈공단 핵심 경영진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혁진 국회의원과 머니투데이방송(MTN)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한 보훈공단 산하 6개 요양원(남양주·수원·광주·김해·대구·대전)을 사기 및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각 지역 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MTN이 입수한 남양주 보훈요양원의 '환수통보액 상세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행정직원을 조리원이나 운전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하는 것은 물론, 실제 환수액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등 '인력추가배치 가산' 항목까지 손을 대 가산 수가를 타낸 정황이 문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보공단 측은 MTN 서면 질의에 "수사 의뢰가 접수되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경찰 수사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문제는 범죄의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건보공단이 보훈공단 '본사'가 아닌 부당 행위를 한 '개별 요양원'으로 고소 대상을 한정하면서, 조직의 지시나 관행을 따른 일선 실무자들은 줄줄이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반면, 부당청구가 자행되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남양주 보훈요양원 복지부장으로서 실무 책임자 역할을 수행했던 A씨는 차기 공단 '사업이사' 임명을 앞두고 있다.
막대한 혈세 누수를 몰랐다면 관리 소홀이고, 알고도 승인했다면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중대 사안의 핵심 관계자를 검증 없이 요직에 앉히는 것은 상식 밖의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는 최혁진 의원과 보훈공단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 수뇌부의 직무유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재정 손실이 환수금 18억 원에 과징금 19억 원을 합쳐 현금성 손실만 37억 원에 달하며, 여기에 부설 주간보호센터의 742일의 영업정지까지 내려진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요양원 문제의 책임선상에 있는 인사를 핵심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국민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실무자와 하급 직원들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책임자급 인사는 승진을 앞두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보훈공단 노동조합 관계자 역시 "해당 인사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재직 기간 중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과 횡령 사건 관리 부실까지 제기된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를 전국 보훈병원과 요양원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공공기관 인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권미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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