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준 의장 취임하는 워시,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 버틸 수 있을까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가 미 연방 상원 인준을 통과해 제17대 의장에 공식 임명됐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연준 독립성 논란 속에 워시가 취임하게 되면서 미국 통화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상원은 13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워시 후보자의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이는 역대 가장 근소한 차이로 인준된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은 53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데 반해 민주당은 47명 중 45명이 반대했다.
인준안이 통과됨에 따라 워시는 이르면 이번 주중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다음 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의장으로서 회의를 직접 주재하게 된다.
워시는 모건스탠리 부사장,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사무국장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6년에는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로 임명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워시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연준이 제때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금리를 1%대 혹은 그 이하로 떨어뜨리라고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파월 의장이 연준 건물 리모델링 비용에 대해 의회에서 위증했다며 형사 기소를 추진한 것도 금리 인하를 거부한 데 따른 보복으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취임 후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연준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워시는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면서 연준의 자체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와 인공 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덕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 취임으로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대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 혼란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4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상승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3.8% 올라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워시는 전례 없이 분열된 연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FOMC에서 12명의 위원 중 반대 의견이 4건 나왔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준 이사들 간의 공개적인 의견 불일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확신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이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한 것 또한 변수다. 통상 연준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날 때 연준 이사직에서도 퇴임했지만, 파월 의장은 정치적 압박 속에서 연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워시 신임 의장의 권위를 약화시킬 의도는 없다고 했지만, 연준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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