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형 국부펀드 6월 출범…‘시리즈B’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구윤철 부총리 “혁신기업 투자해라”
K-반도체 지분 매입 시나리오 부상
기업가치 높아지면 국민도 수익공유

13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오는 6월 발표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형 국부펀드 운용 방향’을 막판 조율 중이다. 현재 재경부는 삼일회계법인·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회계·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가 보유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지분을 출자 받은 뒤, 이들 은행이 매년 단행하는 배당을 재원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정부는 산은 100%, 수은 76.7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납입자본금 규모만 산은이 27조2577억원, 수은이 17조1732억원 수준이다. 만약 50% 지분만 남기고 나머지 금액을 국부펀드에 출자할 경우 물납주식 현물출자 등을 포함할 때, 국부펀드 재원은 약 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산은과 수은 배당금만으로도 매년 최대 1조원 규모 신규 재원을 확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시리즈B 이상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스타트업 투자는 아이디어(시드), 시장 검증(A), 사업 확장(B), 스케일업(C) 단계로 진행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이미 초기 스타트업 투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설립될 국부펀드는 역할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시장 검증을 거친 시리즈B 이상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혁신기업 지분 투자를 확대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나서 전략 산업 투자자로 역할을 다해달라는 당부다. 또 국부펀드에는 다양한 혁신 기업이 포트폴리오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테마섹 역시 실패한 투자도 있지만 혁신적으로 투자한 몇몇 기업들이 성공해 자본을 확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셀트리온이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해 5조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냈었다. 정부 내에선 AI, 반도체, 피지컬AI, 차세대 NPU, 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이 유망 산업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는 현존하는 한국투자공사(KIC)와 성격이 다를 전망이다. KIC가 외환보유액 운용을 위해 비교적 안정적 투자를 진행한다면, 국부펀드는 국내 전략 산업을 대상으로 보다 공격적인 액티브 투자에 나선다. 싱가포르 GIC와 테마섹이 각각 안정 운용과 전략 투자 역할을 나눠 맡은 것과 유사하다. 이에 더해 한미 공동 투자 플랫폼 성격의 ‘한미투자공사’까지 설립되면, 한국은 KIC·국부펀드·한미투자공사로 이어지는 ‘삼원화 투자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미투자공사는 오는 6월 18일 출범 예정이다.
한편 정부가 이 같은 국부펀드 모델을 구상한 배경은 혁신기업의 성과가 해당 기업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성과라는 문제의식에 있다. 특히 국부펀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이 높다. 국부펀드와 혁신기업 투자를 연계시킨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에 국가 차원의 장기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반도체 보조금 지급 대가로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후 AI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인텔 주가가 상승하면서, 미국 정부가 얻은 평가이익만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에 2500억엔을 출자한 바 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뿐 아니라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표 기업들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내는 자금은 전체의 약 60%에 달하지만, 주식 대부분은 의결권이 없는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향후 기업가치가 성장할 경우 지분 매각이나 배당금 확보를 통해 수익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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