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여 AI 투자하는 美…韓은 성과급 발목
버라이즌·메타·MS 등 AI투자 위해 감원
삼성 노조 등 ‘영업익 N%’ 성과급 고수
"성과급 고정적 지출시 투자 동력 상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감원은 물론, 직원들의 퇴직연금까지 줄이는 등 인공지능(AI)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총력에 나서고 있다. 선도적인 투자 없이는 AI 전환기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노조들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AI 등 투자 자금 마련과 함께 호황기에 현금을 충분히 쌓아 불황기를 대비해야 할 때에 성과급 재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될 경우 재투자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미국 경제지 엔터프리너,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고객경험(CX) 기술 기업인 TTEC는 최근 1만6000여명의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401(k) 고용주 매칭 펀드 지원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401(k) 매치'는 미국 직장인들의 퇴직연금 제도다. 직원이 월급의 일정 비율을 저축하면 회사도 일정 비율을 추가로 적립해 주는 복지 혜택이다.
TTEC는 이 자금을 직원들을 위해 적립하는 대신 AI 투자에 사용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만약 연봉 6만달러(약 9000만원)의 직원이 급여의 6%를 저축했다면, 연간 1800달러(약 250만원) 수준의 회사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TTEC는 디지털 기반 CX 솔루션 기업으로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서비스나우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4억9620만달러(약 7400억원), 영업이익은 1850만달러(276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7.1%, 23.6% 각각 하락했다.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 역시 2026회계연도 4분기(5~7월)에 전체 인력의 약 5%인 4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AI 시대에 승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집중과 절박감을 갖춘 가운데 수요가 많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회사 전반에 걸쳐 실리콘, 광학, 보안, 직원들의 AI 활용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과 MS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버라이즌은 작년 하반기 1만3000여명의 감원에 이어 이달 초 또다시 추가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월마트도 '글로벌 AI 가속화' 일환으로 직원 1000명을 감원하거나 재배치하기로 했으며, 메타는 이달 8000명을 해고하고, 채용 예정이던 일자리 6000개를 없애기로 했다.
MS는 장기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을 제안하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 아마존은 지난 1월 1만6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핀테크 기업 블록도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40%에 달하는 4000명 이상을 줄이기로 했다.
이처럼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감원과 복지 혜택 등 'AI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제적,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AI 시대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초대형 성과급' 지급 논란에 발목이 묶여, AI 투자를 위한 감원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가 '영업이익이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이를 제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카카오는 영업이익 10%,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 20%, 기아와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30% 등 '영업이익의 N%'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업황 둔화 시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 이를 감안한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만약 성과급이 제도화될 경우 통상임금 분쟁 여지가 있는데, 만약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퇴직금을 비롯한 인건비 부담이 대폭 확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서는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적이 부진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은 이기적인 요구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죄송하다”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반성문은 안썼다
- “이래 봬도 맹금류!”…상점 들어온 황조롱이, 119소방대 구조
- “임신했다, 가족에 알려줄까?”…20대女, 남친 속여 1000만원 뜯어내
- 금강서 여성 추정 시신 발견…경찰 “부검 진행”
- 전광훈 측 “출국금지는 도피 낙인…건강 안좋고 얼굴 알려져 그럴 상황 아냐”
- “문 잠겨 못들어 갔다”…경찰, ‘흉기 사망’ 노래방 1시간반만 늑장진입 논란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
- 하반기 산업기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자동차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