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수익경쟁..메모리 초호황 연료로[AI칩 인사이드]

김이슬 기자 2026. 5. 14. 13: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로 무게추 이동, 반도체 판도 '대격변'
GPU 저물고 CPU 대세로..D램·낸드 전반 수요 확산
메모리가 AI 지휘하는 시대 대비해야
앤트로픽 웹사이트 페이지./ 사진=AP 뉴시스

지금 미국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을 꼽으라면 올 10월 중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로픽일 것이다. 앤트로픽 기업가치는 9000억달러 이상으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로 세상을 뒤흔든 오픈AI(8520억원달러) 몸값을 넘어섰다. 앤트로픽의 성장은 시장의 주무대가 'AI 에이전트'로 넘어왔음을 알리는 주목할만한 모먼트다. 이런 구조 전환은 반도체 판도 변화를 이끌어 엔비디아가 주도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초호황을 견인하고 있다.

■ 수익 내는 AI 에이전트..구글 등 돈 빌려 뭉칫돈 투입

자율성과 실행력이 가미된 AI 에이전트로의 전환은 수익화가 검증된 이후 가팔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앤트로픽 성장은 개발자 없이도 AI가 알아서 코딩해주는 서비스 '클로드 코드'가 기업용(B2B)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역할이 컸다. 지난해 앤트로픽 연 환산 매출은 90억달러 수준에서 올 4월 300억달러를 넘어섰고, 다음달 500억달러까지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설정한 올해 10배 성장 목표는 이미 1분기에 연간 매출과 사용량이 80배 증가해 한참 초과한 상태다. 앤트로픽이 다음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규제망이 집약된 금융권 업무 자동화 영역이다.

AI 거대 생태계를 수직 계열화한 구글은 AI 에이전트 시장에서도 잠재력을 가진 대표 빅테크로 손꼽힌다. 앤트로픽이 기업용 강점이 분명하다면 구글은 삼성 갤럭시 S26, 픽셀 10, 크롬 브라우저 등 안드로이드용 기기를 토대로 일반 소비자들의 쇼핑과 일상 업무 처리까지 파고들 수 있는 힘이 있다. 핵심은 앱이 연동된 다단계 자동화다. 예를 들어 메모 앱에서 장보기 목록을 쇼핑 앱 장바구니로 알아서 옮기고, 이메일로 받은 강의 계획서를 훑은 다음 필요한 교재를 온라인 몰에 담아주는 식이다.

대중화 초입에 들어선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빅테크들은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사상 처음 수조원 규모의 일본 엔화 채권(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는데, 뭉칫돗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서버 등 AI 인프라 투자용으로 투입된다. 아마존도 첫 스위스프랑 채권을 준비 중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4대 빅테크는 지난해보다 자본 지출 규모를 77% 늘려 올해 72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저금리의 해외 채권을 발행해 비용 부담을 절감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미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AMD 본사./사진=뉴시스

■ CPU 화려한 부활, AI 에이전트 '컨트롤 타워' 역할

AI 산업과 맞물려 고속 성장해 온 반도체 시장도 AI 에이전트 개막으로 격변을 맞았다. AMD와 인텔의 실적 호조는 엔비디아가 주도한 GPU에 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했던 CPU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AI 에이전트 수요가 늘면서 AMD는 올 1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58억달러로 늘었다. 인텔도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와 AI 부문 매출이 22% 늘어난 51억달러를 기록했다. 리사 수 AMD CEO는 "AI 에이전트가 엄청난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CPU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했다.

CPU가 전성기를 맞은 건 AI 에이전트 시대의 무게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이전 데이터를 기억해 여러번 추론하고, 중간 결과를 저장해 새 답을 내놓는 구조로 돌아간다. AI 학습에선 고용량 연산에 능했던 GPU가 주인공이었다면 각 시스템간의 제어가 필요한 추론 무대에선 '선장' 역할을 하는 CPU 능력치가 결과값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립부 탐 인텔 CEO는 "CPU 대 GPU 비율이 과거 1대 8이었데, 지금은 1대 4로 바뀌었고 앞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독자적으로 칩을 개발 중인 빅테크가 자사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특화한 칩을 내놓기 위해 CPU 별도 구매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 'TPU', MS '마이아100' 등 독자 칩을 만드는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처럼 GPU와 CPU 결합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자체 NPU 기반 칩 위에 AMD나 인텔의 CPU를 얹는 식으로 특화 설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AI 에이전트 구축에 사활을 건 메타는 아마존이 개발한 CPU 수천만개를 쓸어담았다. 산토시 자나르단 메타 인프라 총괄은 "메타의 AI 목표 달성을 위한 인프라 확정 과정에서 연산 자원 다각화는 필수"라고 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사진=뉴시스

■ 문제는 메모리 병목..해결사가 AI 키 쥔다

주목할 지점은 GPU와 어깨를 견줄 CPU의 호황이 메모리 르네상스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CPU 지휘로 동력을 얻는 AI 에이전트가 추론과 저장, 창조 과정을 거치면서 고용량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간 엔비디아 GPU에 들어갈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폭발에 이어 메모리 전반의 초호황이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확실한 수혜를 입고 있다. 메모리 성장을 등에 업고 두 회사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는 추세다.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을 목전에 두며 올들어 125% 올랐고, 장중 200만원 벽을 뚫은 SK하이닉스도 187% 상승했다.

넘치는 수요에 D램 가격이 치솟으며 수익이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HBM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전분기 대비 가격을 30% 이상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통 D램 강자인 삼성전자는 1분기 D램 평균 가격을 100% 인상했고 2분기에도 30% 정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단짝인 CPU를 양산하는 인텔과 AMD 역시 올 들어서만 15% 올리며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유동적인 AI 산업의 종국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 위치에 자리할 거란 견해도 나온다. 메모리 위주로 생태계가 돌아가는 '메모리 센트릭'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현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는 메모리 병목이다. 결국 한층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빅테크 눈높이에 맞추려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월등히 높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GPU와 같은 고성능 칩이 메모리 내부로 들어가 하나의 부품이 될 거란 관측이다.

김형준 시스템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자사 GPU사양에 걸맞도록 삼성과 하이닉스에 적정 스펙을 주문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 메모리가 정점에서 결과값을 도출해오라고 명령하는 미래가 열릴 거라고 본다"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