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승진하고 짧게, 여자는 출산 직후 길게”…공무원 사회도 돌봄 격차

김남희 기자 2026. 5. 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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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4명 중 3명 여성…‘체념적 장기휴직’도
“재계약 안 될까봐” 비정규직은 육아휴직도 눈치
“육아시간 쓰면 동료가 민원업무”…보상체계 필요
AI 생성이미지

상대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이 활발한 공무원 사회에서도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육아휴직을 승진 뒤 비교적 높은 직급에서 짧게 쓰는 반면, 여성은 임신·출산이 집중되는 낮은 직급에서 길게 쓰는 경향이 뚜렷했다. 비정규직 공무원은 육아휴직 신청 자체가 제한적으로 나타났고, 하루 2시간을 쓸 수 있는 ‘육아시간’을 두고는 조직 내 갈등도 커지고 있었다.

육아휴직 4명 중 3명 여성…‘체념적 장기휴직’도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14일 2024년 일반직 공무원 육아휴직 데이터와 인터뷰를 분석한 ‘공무원 육아휴직 실태 분석’ 이슈페이퍼를 발표했다.

공무원 육아휴직은 자녀 1인당 최대 3년까지 쓸 수 있다. 육아휴직 전체 기간이 승진 경력으로 인정되며, 첫 6개월 수당은 월봉급 100%(최대 월 250만원)이다.

2024년 기준 공무원 육아휴직 신청자는 여성에 크게 쏠려 있었다. 전체 신청자 2만506명 가운데 여성은 74.3%(1만5231명)를 차지했다. 남성은 25.7%(5275명)였다.

자료: 민주노동연구원(중앙정부·지자체 육아휴직 데이터 분석)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시점과 기간은 성별에 따라 갈렸다. 중앙정부기관에서는 남녀 모두 7급에서 육아휴직 사용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그보다 낮은 8~9급에서는 여성 비중이, 높은 5~6급에서는 남성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남성 신청자의 경우 7급이 42.0%로 가장 많았고 6급(19.4%), 5급(10.9%)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은 7급(36.9%)과 8급(35.1%)에 집중됐다. 기초지자체에서도 남성은 7급 비중이 60.0%로 가장 높았고 여성은 7급(49.3%), 8급(36.4%), 9급(9.3%) 순이었다.

사용 기간도 달랐다. 중앙정부기관 남성 신청자의 76.0%는 육아휴직을 1년 미만으로 사용했지만, 여성은 1년 이상 사용 비중이 40.7%로 남성(24.0%)보다 16.7%포인트 높았다. 기초지자체에서도 여성 신청자의 52.4%가 1년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 남성(37.8%)보다 14.6%포인트 높았다.

한 지자체 남성 공무원은 “승진을 앞두고는 육아휴직을 최대한 피한다”며 “부부 공무원이면 서로 번갈아 휴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써야 하면 여자가 (승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여성에게 육아휴직이 출산과 돌봄을 떠안는 방식으로 길어지고, 남성에게는 ‘승진 이후 선택 가능한 제도’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여성 승진이 늦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체념적 장기 휴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여성 공무원은 “승진을 아예 내려놓으면 편하게 다닌다”라며 “체념하고 다니긴 하는데,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월급만 받는 느낌이라 조직생활이 무력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재계약 안 될까봐”…비정규직은 육아휴직도 눈치

비정규직 공무원에게는 육아휴직 문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24년 육아휴직 신청자 2만506명 중 시간선택제는 218명, 일반임기제는 162명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고용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 공무원은 “임기제는 말 그대로 임기가 있는 자리라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재계약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육아휴직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정규직 전환 전까지는 눈치를 많이 본다”며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도 사실상 못 쓰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행정안전부 인사통계를 보면 일반직 평균 근무연수는 13.5년이지만 시간선택제는 8.6년, 일반임기제는 5.8년에 그쳤다. 짧은 근속 구조와 재계약 압박이 육아휴직 사용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임금도 부담이다. 시간선택제는 근무시간 자체가 짧아 월급이 적다 보니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시간선택제로 일하면 급여가 적은데 육아휴직까지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육아시간 쓰면 동료가 대신 민원 받아”…보상체계 필요

하루 최대 2시간 쓸 수 있는 ‘육아시간’도 갈등을 낳고 있었다. 업무 공백을 동료가 메워야 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대체인력 보상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지만, 예산 문제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요즘 직원들 내부에서 갈등이 가장 많은 부분 중 하나가 육아시간”이라며 “육아시간을 쓰면 다른 직원이 민원 전화를 대신 받거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도 “육아시간을 2시간 쓰고 들어가면 그 자리를 다른 직원이 메워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며 “결국 ‘자기 권리 다 챙겨 먹는다’는 식으로 안 좋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공무원 육아휴직 제도를 ‘얼마나 많이 쓰는가’보다 ‘누가 실제로 쓸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 강화, 육아휴직·육아시간에 따른 업무 공백 보전, 승진 평정상 불이익 제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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