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박사 된 ‘존스 박사’ 해리슨 포드, “젊은이들이여. 지금이 당신들의 시간”

정지섭 기자 2026. 5. 1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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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주립대에서 인문학 명예 박사
“학점 쉽게 따러 연극수업서 만난 괴짜들...내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여러분의 시간, 연대의 리더십 발휘하라”

11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있는 애리조나주립대 캠퍼스. 검은 가운을 입은 백발의 80대 할아버지가 연단에 서자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1편 레이더스(1981년부터) 5편 운명의 다이얼(2023년)까지 40년 넘게 지속된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서 모두 주인공 고고학자 존스 역을 맡은 해리슨 포드(84)였다. 다섯 편의 시리즈에서 숱하게 ‘존스 박사’로 불리며 채찍을 휘두르며 역대급 모험을 하는 그다.

'인디애나 존스'의 배우 해리슨 포드가 11일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댜./Arizona State University

그러나 정작 현실 속에서는 대학 중퇴의 무명 연극 배우출신이었던 그가 이날 정말 박사가 됐다. 학교 측은 할리우드 액션 배우이면서 환경 보호 운동에 앞장선 그에게 문화적 영향력과 지구를 위한 인도주의 활동의 공로로 명예 예술·인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위스콘신주의 리버럴 아츠 컬리지인 리폰대를 중퇴한 그는 박사 학위를 받는 동시에 이날 졸업식 축사로 나섰다. 두 달 뒤면 84세 생일을 맞는 그이지만, 목소리는 영화 속 존스처럼 쩌렁쩌렁했다.

그는 자신을 연설의 상당 부분을 연기의 세계로 이끈 학점 이야기에 할애했다. 위스콘신주 리폰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그는 떨어지는 학점에 고민을 하다 A학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만만한 과목’을 찾았고 그 때 눈에 든게 연극 수업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내가 ‘괴짜’ ‘사회부적응자’로 여겼던 이들이었다”며 솔직하게 첫 인상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나 역시 괴짜이자 부적응자라는 걸 깨달았다”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내 자리를 찾은 것이었고, 그들이 바로 나의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는 문화·예술 중심지인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부지런히 연극 무대에 섰지만, 그것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목수로 일해서 돈을 벌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본업인 배우가 뒤로 밀리고 부업인 목수가 주 직업처럼 되는 주객 전도 상황도 발생했다. 묵묵히 인내하고 기다리던 그에게 ‘별들의 전쟁(스타워즈)’이 찾아왔고, 그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진짜 스타가 됐다.

해리슨포드가 11일 애리조나주립대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으면서 박사 가운을 입고 있다./Arizona State University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이 할리우드를 거점으로 전세계 대중문화를 점령하던 시기 ‘스타워즈’에 이어 ‘인디애나 존스’의 주연을 꿰차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하는 액션스타로 거듭났다. 그의 출연작에는 ‘블레이드 러너’ 같은 작품성을 중시한 작품들도 더러 있지만, 대중들은 그를 ‘영원한 인디애나 존스’로 기억한다. 1989년 3편 ‘최후의 성전’을 끝으로 소식이 뜸한 시리즈는 2008년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찾았다. 이후 15년만에 5편 ‘운명의 다이알’로 자신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인생 황혼녘의 존스 박사를 연기했다.

포드는 이날 연설에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뒤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환경 보호 운동으로 채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출연작의 성공으로 삶의 짐이 가벼워졌고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 그는 서부 산악지역인 와이오밍에 살고 있었고 현지 신생 환경단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창립 멤버들과 만나서 동참을 타진받는다.

포드는 “나는 단순히 홍보용 얼굴이 되고 싶지 않고, 실제 활동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이 단체의 이사회에 합류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포드는 아들 뻘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환경파수꾼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졸업생들에게 환경 메시지도 내놓았다. “우리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며 사회 정의를 확장해야 합니다. 소외되고 있는 원주민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졸업생들에게 “여러분 세대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며 “여러분이 그 힘을 활용하고, 여러분만의 리더십과 문제의식, 목소리를 찾는다면 세상은 여러분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자연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자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자신만의 자리를 찾으라는 당부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어제는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만들어 보십시오.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어서십시오. 서로 이야기하지 않던 사람들을 이어주세요. 바로 그것이 리더십, 세상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지금은 여러분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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