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첫사랑이 50년 후에 부부의 인연으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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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어느 조용한 카페.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눈빛에는 '예순여섯'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청량한 기운이 감돈다.
서로의 눈을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은 깨달았다.
1년여의 연애 끝에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의 일상은 말 그대로 알콩달콩한 신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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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이야기는 단순한 재회를 넘어 인생의 가장 깊은 곳에 묻어 뒀던 첫사랑의 조각을 완성해가는 한 편의 로맨스와 같다.
# 50년 전 교정의 코스모스 가슴속에
이들의 인연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군 대왕면 고등리(현 성남시 고등동)에 있는 왕남초등학교 시절, 이들은 탄천 개울가에서 함께 뛰놀던 무구한 동무였다.

특히 생일마저 같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성별 구분(1, 2)만 다를 뿐 모든 숫자가 똑같았던 이들은 서로에게 운명 같은 이끌림을 느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사랑은 고백보다는 아껴둠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인연은 잠시 어긋났다. 각자 타 지역으로 학교를 옮기며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 이후 20대에 각자 가정을 꾸리며 소년과 소녀의 기억은 그렇게 40여 년의 세월 속에 묻히는 듯했다.
# 50년 세월을 건너온 기적 같은 재회
각자의 자리에서 부모로, 사회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 자녀들이 장성하고 삶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질 무렵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초등 동창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 것이다. 서로의 눈을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은 깨달았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에 간직해 온 '그 시절의 아이들'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냉혹했다. 지켜야 할 사회적 체면과 책임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들은 남은 인생을 누구의 곁에서 마감하고 싶은가라는 본질적 질문 앞에 섰다. 수많은 밤을 지새운 고민 끝에 두 사람은 각자의 과거에 진심 어린 사죄와 이해를 구하며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수십 년 세월의 마침표는 아팠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함은 그 통증보다 깊었다.
# "가장 늦게 도착한 첫사랑" 황혼의 선물
1년여의 연애 끝에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의 일상은 말 그대로 알콩달콩한 신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같은 날 태어난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고 함께 산책하며 어린 시절 교정에서 나누지 못한 얘기들을 쏟아낸다.

주변에서는 이들을 '특별한 부부'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들은 스스로를 가장 늦게 도착한 첫사랑이라 정의한다. 같은 날 태어나 먼 길을 돌아 다시 손을 맞잡은 두 사람. 이들에게 66세는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라 가장 열정적인 청춘기이다.
광주=박청교 기자 pc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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