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가린 물가·재정·고용 악화 냉철히 볼 때[사설]

2026. 5.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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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끌어올렸다.

물가 상승, 재정 악화, 고용 절벽의 구조적 문제들은 더 나빠지고 있다.

재정학계는 12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재정의 민낯을 가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나 물가·재정·고용 악화를 냉정히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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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끌어올렸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고 있다. KDI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수출 역시 4.6% 늘어나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인 2390억 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들 뒤의 그림자는 짙다. 물가 상승, 재정 악화, 고용 절벽의 구조적 문제들은 더 나빠지고 있다.

KDI는 소비자물가가 2.7% 오를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 원유값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1490원대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8%로 치솟아 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 강세 여파로 환율이 불안해지면 서민들은 물가 부담에 더 짓눌린다. 재정도 문제다. 재정학계는 12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재정의 민낯을 가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낮아지겠지만, 이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법인세 등 늘어나는 세수로 확장 재정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재정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곳간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

민생의 핵심인 고용 지표는 더 참담하다. 4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 명대에 그쳤고, 청년층에선 20만 명 가까이 급감했다. 반도체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고,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한다. 청년들이 일자리 사다리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은 속 빈 강정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심화라는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기확장 국면인 만큼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부양책은 자제해야 한다.” 흘려들어선 안 될 KDI의 권고다. 성장과 민생의 괴리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나 물가·재정·고용 악화를 냉정히 봐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고물가와 고금리가 서민 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지금은 노동 시장을 개혁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적기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준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을 허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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