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와 진경’ 속 자신에 대한 도전, 언제 안 멋질까 [플랫][플랫한 정주행]

이아름·플랫팀 기자 2026. 5. 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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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소라와 진경> MBC제공

언니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이잡듯이 백화점을 뒤졌던 동생과 가장 아끼는 옷을 물려줄 정도로 동생을 좋아했던 언니, 더없이 친밀했지만 힘든 시간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두 사람이 만난다. 15년만에 다시 만난 50대의 언니와 동생은 20대의 꿈을 되짚어 본다. MBC 예능프로그램 <소라와 진경>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15년만의 만남’등의 키워드로 인해 두 사람이 우정을 회복해가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로 존댓말을 했는지 반말을 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오랜만에 만난 이소라와 홍진경의 거리감은 단기간에 좁혀진다. 첫 촬영이 끝난 후 소라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이제부터 말 놓겠다”는 진경에게 소라가 대답한다. “그래, 너 원래 말 놨어”

MBC <소라와 진경> 방송 화면 캡처

‘10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한’이라는 표현처럼 50대 여자들의 우정은 ‘이심전심’이다. 자연스럽게 멀어졌어도 서운하지 않은 사이, 어쩌면 그것은 여전히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소라와 진경>은 결국 두 사람이 우정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성공한 사업가로, 방송인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생각해보면 본업은 모델이었던 두 사람이 50대에 세계 4대 패션 위크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파리 패션위크에 도전한다. 시대가 바뀐 덕분에 시니어 모델들이 설 수 있는 패션쇼가 많아졌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이들이 전 세계에서 온 20대 모델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MBC <소라와 진경> 방송화면 캡처

도전하는 소라와 진경은 진지하고 프로그램은 예능과 다큐 사이를 오간다. 한창 잘 나가던 22세에 파리 컬렉션에 서기 위해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파리행을 택했던 진경은 여전히 모델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꿈이 있다. 그러나 26년 전, 단 하나의 패션쇼에도 서지 못하고 귀국한 과거는 또 다시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을 남겼다. 소라에게 모델은 일종의 트라우마다. “하루 종일 쫄쫄 굶고, 2주 동안 하루에 참치 캔 하나씩 먹고, 몸이 떨리고,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했던 다이어트 때문이다. 15년 전, 대퇴골 골절로 1년간 걷지 못했던 과거도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꾸고 싶어서, 내 인생의 ‘유종의 미’를 웃으면서 거두고 싶단 마음으로 도전을 결심한다.

90년대 슈퍼모델의 능력이 2026년에 어디까지 통할지는 미지수다. 소라와 진경에게 익숙한 ‘모델들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고다니며 오디션을 보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워킹은 “일단 굉장히 옛날 스타일이예요”라는 평을 듣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워킹 연습을 하고, 해외 에이전시와의 인터뷰를 준비하지만, 20대에도 못한 일을 50대에 다시 하자니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여전히 말랐음에도 다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장면은 가혹하게 느껴지면서도 ‘다이어트가 너무 전면에 노출되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50대의 두 사람이 환갑의 나이에 한국인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컬렉션에 진출했던 디자이너 진태옥을 만났을 때, 소라와 진경의 런웨이 도전은 그저 응원하고 싶은 것이 된다. 진태옥을 만나기 30분 전까지만 해도 “너무 이모야 우리… 엄만가?” 라며 자신없는 모습을 보이던 진경도, 93세 진태옥의 “프로들은 나이 없어요”, “내면에 쌓여있는 자산, 지금의 연륜이면 모델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해”라는 단호한 응원에는 약한 소리를 할 수가 없다.

MBC <소라와 진경> 방송화면 캡처.

자신의 첫 파리 패션쇼를 생각하면 여전히 벅차오르는 90대의 디자이너 앞에서 소라와 진경의 나이는 무색해진다. 더불어 패션이 진지하지 않다는 편견과, 패션산업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구조적 문제 등도 (적어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잠시 힘을 잃는다.

결국, 두 모델의 프로패셔널함이 프로그램을 이끈다.“나는 다 떨어져도 본전이야”라고 말하던 진경은 “다 떨어져서 망신스러울까 두렵다”고 진심을 고백한다. 서투른 방어기제로 가벼운 척 해 봐도 결론은 무거운 도전이다. 사실,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서 하이리스크의 도전을 할 수 있는 건 이미 수많은 도전으로 단련된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일 거다. “인생은 신비로워 사람이 오래살고 봐야해~”라는 소라의 말처럼, 긴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버텨온 두 여성 모델의 도전을 믿고 응원한다.

▼ 이아름 기자 areumlee@khan.kr

이아름 기자 areum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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