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영업일 만에 신용대출 1조 증가 ‘역대급 빚투’
금융당국 “일일 점검…우려수준 아냐”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서 시민들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4/ned/20260514111717333bvdz.jpg)

#.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에서 3500만원을 꺼내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 수년 전 생활자금 융통을 위해 개설한 뒤 1년 넘게 쓰지 않던 대출 계좌를 다시 연 것이다. 김 씨는 “그간 ‘빚투(빚내서 투자)’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과 같은 급등장에 투자하지 않고 있자니 박탈감이 느껴져 마이너스통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8000선 턱밑까지 치고 오르자 ‘빚투’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5영업일 만에 1조원 가까이 늘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빚투 확대를 경계하면서도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05조2618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920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초 연휴를 제외한 영업일 기준으로는 닷새 만에 1조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통상 단기 자금 융통에 쓰이는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들 은행의 통장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40조4214억원으로 4월 말 대비 8310억원 늘어났다. 이는 전체 신용대출 증가액의 90.3%를 차지하는 수치로 사실상 마이너스통장이 전체 신용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이다.
잔액 규모 자체도 역대 월말과 비교해 2023년 1월(40조5395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초 기업공개(IPO) 청약 증거금 수요 등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줄곧 30조원 후반대에 머무르다가 국내외 증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작년 11월 40조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39조원대로 줄었지만 코스피가 오르면서 이달 다시 40조원을 돌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세다 보니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매매 자금에 보태려는 수요가 꽤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주식 투자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되는 양상”이라며 “예·적금과 함께 대출 자금도 증권사 계좌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드론 잔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여기에도 빚투 수요가 상당 부분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국민·농협)의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920억원 늘었다. 이는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2월 말(42조9888억원)보다도 54억원 많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빚투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일일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현 상황이 당장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세부 진단에 있어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증시 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위는 시장 자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빚을 지렛대로 삼은 레버리지 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뤄지는 영역이라는 취지다. 금융위는 “빚투의 경우 투자자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반면 시장 감독을 맡은 금감원은 빚투 확산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경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선오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중동전쟁 당시 반대매매 규모가 하루 1000억원을 넘었던 사례를 언급하고는 “시장 전반을 낙관하기보다는 상승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빚투와 관련해 일 단위로 모니터링 중이나 현재는 즉각 대응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신용대출 흐름과 쏠림 현상, 변동성을 면밀히 살펴 과열 조짐이 보이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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