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과장님 말씀 듣고 미리 문자..." 14년만에 공개된 '이남석 문자'
‘윤석열 거짓말’ 사건 다섯 번째 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1일 열렸다. 예정됐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진행되지 못했다. 대신 중요한 증거가 공개됐다. 2012년 대검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문자를 보낸 날짜와 시간도 확인됐다. 이남석은 2012년 윤석열의 소개로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의 변호인이 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4년간 말로만 전해졌던 ‘이남석 문자’의 실제 내용은 이랬다.
서장님, 저는 이남석 변호사입니다. 윤석열 과장님 말씀 듣고 미리 문자 올렸습니다.
통화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전화드리겠습니다.
-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에게 보낸 문자 (2012.7.10. 오후 1시 33분)
이 재판에선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다툰다. ①2012년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도 소개하지 않았다고 토론회에서 말하고, ②2013년 이후 여러차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음에도 만난 사실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것이 대상이다. 100만 원 이상 실형이 선고되면,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세웠던 국민의힘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

‘윤과장’ 아니고 ‘윤석열’
2012년 대검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시작된 ‘윤석열의 변호사 소개 의혹’은 물론 ‘윤석열 거짓말 사건’ 재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남석이 누구 소개로 윤우진을 만났는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물증이어서다. 하지만 정확한 문자 내용과 보낸 시점이 확인되지 않아 의혹만 많았다. “윤석열이 소개했다”로 되어 있으면 논란이 없지만 “윤과장이 소개했다”로 되어 있다면 논란이 계속될 판이었다.
2012년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사람은 두 명 중 하나다. ‘윤석열’이거나 윤우진의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다. 2012년 윤우진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윤석열과 윤대진은 모두 대검중수부 과장(부장검사)이었다. 윤석열이 1과장, 윤대진이 첨단범죄수사과장이었다. ‘이남석 문자’에 “윤과장이 소개했다”고 되어 있으면 윤석열일 수도 윤대진일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윤석열은 2012년에는 “내가 소개했다”고 했다가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부터는 “윤대진이 소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우진은 2021년 7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소개했다”고 말했고 이후 입장변화가 없다. 윤대진과 이남석은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다음날 “윤대진이 소개했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증인으로 나온 2012년 경찰 수사 책임자는 “윤과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윤석열 거짓말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남석 변호사는 “기억이 정확치는 않지만, 윤석열이란 이름을 문자에 쓴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렇게 당사자들의 말이 엇갈렸다.
하지만 이남석이 윤우진에게 보낸 문자의 실물이 확인되고, 거기에 ‘윤석열’ 이름이 들어 있음이 확인되면서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계속된 이름 논란은 일단락됐다. 최소한 변호사 소개 과정에 윤석열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됐다는 게 사실로 확인됐다.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에 들어맞는 ‘이남석 문자’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에게 문자를 보낸 날짜가 확인된 것도 중요하다. 논란의 시작점인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을 뒷받침하는 증거여서다.
이남석이 윤우진에게 문자를 보낸 건 2012년 7월 10일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달 27일 이남석이 이 사건 재판 법정에서 한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남석은 “윤대진에게 윤우진 사건을 부탁받은 때가 언제였는지”를 묻는 특검과 윤석열 측 질문에 “2012년 7월보다 2~4개월 빠른 시점”이라고 말했었다.
이남석의 이같은 법정 발언은 윤석열의 주장과 다른 것이었다. 윤석열은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2012년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도, 이남석을 만나 윤우진 사건을 얘기한 시점, 즉 이남석이 윤우진에게 문자를 넣은 시점은 ‘2012년 7월’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2017년 7월보다 2~4개월 빠른 시점에 윤대진에게서 윤우진을 소개받았다”는 이남석의 증언은 윤석열을 변호사 소개 의혹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윤석열이 이남석을 만나 윤우진 사건에 대해 대화(2012년 7월)하기 이전에 이미 이남석이 윤대진 소개로 윤우진의 변호를 맡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미 변호하고 있는 사람을 다시 소개받는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어서다.
하지만 ‘이남석 문자’가 2012년 7월 10일 발신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남석의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윤석열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됐다.
이남석이 윤우진에게 문자를 보낸 2012년 7월 10일과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에 나오는 각 시점을 연결하면 아귀가 들어 맞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➀2012년 7월 2~5일 사이 윤석열이 병원에 입원한 윤우진을 찾아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우진 뇌물 사건 수사에 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➁윤석열이 곧바로 대검중수부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에게 연락해 윤우진 사건을 소개했다. 윤석열은 이남석에게 “그냥 전화하면 안받을 수 있으니 ‘윤석열 선배가 보낸 변호사입니다’라고 먼저 문자를 보내라”라고 했다.
➂연락을 받은 직후인 7월 10일, 이남석 변호사가 윤우진에게 “윤석열 과장님 말씀 듣고 미리 문자 올렸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남석, 윤우진 ‘3030 대포폰’으로 문자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해 ‘이남석 문자’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했다. 이남석의 문자를 받은 윤우진의 전화가 ‘3030’으로 끝나는 대포폰이라고 했다.
‘3030’으로 끝나는 윤우진 대포폰의 존재는 2021년 10월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2012년 3월경 윤우진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지인인 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개통한 휴대폰이다. 윤우진은 2012년 8월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이 대포폰을 사용했다. 주로 자신의 뇌물사건에 대응하고 사건을 무마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뉴스타파가 2021년 10월 공개한 ‘윤우진 뇌물사건 경찰 의견서’에는 ‘윤우진 대포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2012년 3월경부터 같은 해 7월경까지 피의자 윤우진으로 하여금 그 직위를 이용하여 OO자동차 부사장 이OO에게 하청업체 (주)OO산업을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유지할 수 있도록 청탁해 주는 대가로 (주)OO산업 명의로 010-OOOO-3030번의 휴대전화를 개설하여 주고, 휴대전화 사용요금을 대리 납부하는 방법으로 2012. 3,4월분 125,640, 5월분 133,510원, 6월분 170,210원, 7월분 155,180원, 도합 584,540원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
- 경찰 수사 의견서 (2013.8.7.)
2021년 당시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윤우진 대포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경찰수사 대응, 수사 무마용으로 만든 것이어서 극소수 사람에게만 알리고 썼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알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달 27일 재판에서 특검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남석이 “윤대진에게 윤우진 전화번호를 전달받았고,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고 말하자 특검 측은 이렇게 물었다.
“이남석 증인이 윤우진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전화는 윤우진이 쓰던 대포폰이다. 윤우진이 친동생인 윤대진에게 대포폰 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냐.”
이남석은 특검 측 질문에 “내가 윤대진에게 받은 전화번호가 ‘윤우진 대포폰’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남석 왜 조사 안하고 기소했나
재판 말미에 재판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건 핵심 증인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이남석 변호사를 단 한번도 조사하지 않고 재판에 넘긴 걸 문제삼았다.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재판에 넘기고, 이들을 법정에 불러 증인 심문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특검 측은 윤우진에 대해서는 조사 불응을 이유로, 이남석에 대해서는 수사 시간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장은 “윤우진을 조사하지 못한 건 이해된다”면서도 이남석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장의 말이 나오자 윤석열 측은 기다렸다는 듯 특검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은 발언 기회를 얻어 “이남석을 조사하면 도저히 기소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특검이 일부러 이남석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특검 수사는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변호인인 채명성 변호사는 이런 말도 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약간 정치적이다.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로 만들려고 한 사건으로 본다. 조사가 날림으로 진행됐다고 본다. 만에 하나 이 사건에서 유죄가 나오면 특정 정당이 400억 원 정도 선거 자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걸 염두에 둔 정치적인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채명성 / 윤석열 변호인)
7월 10일 국힘 운명 걸린 ‘윤석열 거짓말’ 1심 선고
윤석열은 이날 특검 수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일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다. 윤석열은 “주간동아 기자였던 한상진 기자가 저와 2012년에 대화한 녹음파일을 인사청문회 당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에게 줬다”고 했다.
윤석열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2019년 7월 8일 인사청문회 당일 밤 11시 40분경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 내용을 담은 영상 리포트를 송출했다. 인사청문위원이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사실을 확인하고 국회에서 뉴스타파 영상 리포트를 공개하고 질의했다. 뉴스타파가 김진태 의원에게 사적으로 음성파일을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윤석열은 이날 재판에서도 변호사 소개 의혹과 관련해 “한상진 기자에게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27일 공판에 이어 두번째다. “2012년 윤우진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진실을 얘기했는데, 한상진 기자에게만 ‘내가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에게 소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한상진 기자가 (윤우진의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를 몰아세우고 약점을 잡으려고 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재판장은 재판을 끝내며 몇가지 질문을 하고 특검과 윤석열 측에 각각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유죄를 전제로 했을 때 양형 자료로 쓰겠다”며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자료를 내달라고 특검 측에 요구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관련해선 윤석열 측에 “2022년 1월 17일 기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이후 윤석열 본인의 발언 취지에 맞지 않는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캠프에서 입장 자료를 낸 사실이 있는지, 해명자료나 정정 보도 요구자료를 낸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특검 측에도 “윤석열의 전성배 관련 인터뷰 발언을 언론이 어떻게 기사화했는지 확인해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윤우진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6월 18일 윤우진 증인에 대한 신문을 다시 진행하고, 윤우진의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1심 재판을 종료한다고 했다. 특검 측은 “윤우진 증인 신문이 최종 불발되면 윤석열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했고 재판장은 허가했다. 재판장은 “7월 10일 오후 2시 1심 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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