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름 만에 50조 벌었다…국민연금 역대급 잭팟의 '비밀'

민경진 2026. 5. 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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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강세' 국민연금 1800조원 돌파…수익률 20%대 훌쩍
증시 랠리에 보름 만에 50조 더 벌어
국내주식 수익률 90%대, 해외주식도 '견조'
이 기사는 05월 14일 09: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뉴스1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1800조원으로 늘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 랠리에 힘입어 보름 새 운용수익만 50조원가량 추가로 불어났다.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도 20%대에 진입하며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를 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이날 1800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적립금 1458조원에서 넉 달여 만에 약 340조원 넘게 불어난 규모다. 다만 이 증가분에는 신규 보험료 납입분 등 현금 유입이 포함된다. 이를 제외한 운용수익 기준으로도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300조원 안팎을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연간 운용수익 231조6000억원을 이미 70조원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수익률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국민연금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2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이미 두 자릿수 수익률에 진입한 데 이어 불과 3개월여 만에 20%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18.82% 수익률로 기금 설치 이후 최고 성과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 사상 최고 수익률을 다시 쓸 가능성이 크다. 2022년 12월 취임한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CIO) 체제에서 2023년부터 4년 연속 기금 규모와 수익률이 동시에 새 기록을 경신하는 흐름이다.

성과를 이끈 핵심 동력은 국내주식이다. 국내주식 부문 수익률은 90%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했고, 전력기기·방위산업·조선 등 수출주 강세도 더해졌다. 코스피가 이날 개장 직후 7900선을 회복하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평가이익도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주식도 전체 성과를 뒷받침했다. 해외주식 부문 수익률은 10%를 넘어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AI 관련 기술주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와 기업 실적 개선 전망이 글로벌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국내주식처럼 폭발적인 수익률은 아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적 성과를 보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체투자 부문도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와 글로벌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일부 해외 부동산 자산에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손실 우려가 컸던 자산이 속속 정상화되면서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오피스와 인프라 자산은 임대율 개선, 차환 리스크 완화 등으로 평가손실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올해 성과가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연기금은 통상 안정성을 중시해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한다. 장기 목표 수익률도 대체로 연 5~8% 안팎에서 관리한다. 10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기금이 불과 몇 달 만에 20%대 수익률과 300조원대 운용수익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부담도 커졌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실제 국내주식 편입 비중은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로 정했지만, 최근 실제 비중은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라섰다. 기금 운용 원칙상 크게 오른 자산을 일부 줄이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산을 사들이는 리밸런싱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한경DB


오는 15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금위는 매년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향후 5년간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운용 방향을 정한다. 올해는 국내주식 초과 비중을 어떤 속도로 조정할지, 국내자산 비중 상단을 유지하거나 높일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방향은 국내 증시 수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올해 거둔 성과는 국민 노후 자금의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다만 단기 랠리로 생긴 수익률 여력을 장기 성과로 이어가려면 자산배분 원칙과 리밸런싱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운용 성과에 대해 “공식 발표 전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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