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항공사 객실승무원 채용에 체력시험?… 이스타항공 “객실승무원은 안전요원”

제갈민 기자 2026. 5. 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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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2025년 상반기 신입 승무원 채용부터 ‘체력 시험’ 추가
악력·평형성·오래달리기 등 6종목 시행… 체험자 10명, 합격자 1명
‘여행, 쉬워지다. Easy Flight, Eastarjet’… 쉬운 여행 책임지는 승무원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들 중 유일하게 객실승무원 채용 시 체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사 승무원들은 예쁘고 외국어 잘하면 되지 않나요?"

적지 않은 일반인들은 항공사 객실승무원에 대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존재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객실승무원에 대해 '기내 안전요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외적인 요소로 암 리치(팔 길이)를 보거나 수영 가능 여부 정도를 평가한다. 이 외에 다른 체력 테스트는 채용 과정에서 평가하지 않아 운항 중 기내에서 큰일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겸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10개 이상의 항공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에 객실승무원 채용 시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는 항공사는 지난해 초까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스타항공 객실승무원 모의 체력시험을 진행 중인 기자들. / 제갈민 기자

이러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상반기 신입 승무원 채용부터 기초 체력 시험을 추가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형식적으로 하는 체력 측정"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이스타항공 체력 테스트는 쉽지 않았다.

지난 7일 이스타항공은 10명의 항공분야 출입 기자들을 서울 강서구 플렉스 체대입시 강서교육원으로 초청해 '이스타항공 객실승무원 모의 체력시험'을 시행했다. '뭐 어려운 게 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이스타항공 객실승무원 채용 체력시험은 6개 종목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전부 합격한 기자는 체험자 10명(남·여 각 5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암 리치 측정은 기내 선반에 보관된 안전 물품 등을 꺼낼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객실 오버헤드 빈과 비슷한 높이까지 팔이 닿는 지를 평가한다. / 제갈민 기자

체력 시험 종목은 △암 리치 △평형성 △악력 △데시벨 △배근력 △20m 왕복 오래달리기며, 단 하나라도 기준에 미달이라면 불합격이다.

암 리치는 다른 항공사들과 전부 동일하게 평가를 진행하는 요소다. 이스타항공은 객실승무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지원자의 키를 평가하지 않지만 운용 중인 보잉 B737 계열의 오버헤드 빈(기내 수하물 보관 선반) 높이에 손이 닿는지를 평가한다. 기내 안전 물품 중 선반에 보관하는 것도 있는데, 위급상황 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 기준으로 암 리치는 무난하며, 여성 체험자들은 까치발을 드는 것까지 허용해 모두 통과했다.

기내 긴급 상황 시 승객들에게 상황을 큰 목소리로 전파할 수 있는 성량을 테스트하는 데시벨(db) 측정은 "발목 잡아! 머리 숙여! 자세 낮춰!"를 큰 소리로 2회 외치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100db 이상을 기록해 합격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평형성은 운항 중인 항공기가 난기류로 인해 흔들리는 경우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을 고려해 안대를 쓰고 한쪽 다리를 든 채 팔을 양옆으로 벌려 일정 시간 이상 버텨야 한다.
평형성 테스트는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지를 평가하기 위해 포함됐다. / 제갈민 기자

평형성 테스트가 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눈을 가린 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니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10여초가 지나자 중심 잡기가 어려워졌고 팔을 허우적대면서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들어올린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함께 체험을 진행한 다른 기자들도 기우뚱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대부분 30초 안팎의 시간을 버티는 게 최대치였다.

악력과 배근력 테스트, 왕복 오래달리기도 쉽지 않았다.
20·30대 평균 이상을 요구하는 악력 테스트에서 체험자 다수가 탈락했다. / 제갈민 기자

악력은 기내 비상 상황 시 수십 ㎏에 달하는 비상구를 개방하고 거동이 불편한 승객을 부축해 탈출시키는 등 강한 힘이 필요한 만큼 체력 측정 요소에 포함됐다.

악력 테스트는 팔을 벌려 겨드랑이를 떼고 악력기를 3초간 강하게 쥐는 방식으로 왼손과 오른손의 악력을 각각 측정했다. 기자의 악력 측정 결괏값은 왼손 38.9㎏, 오른손 44.3㎏으로 나타났는데, 기준 미달이다. 30대 남성 성인의 악력 평균치가 43∼44.5㎏ 정도인데, 오른손 악력 44.3㎏조차 불합격이다. 합격 기준은 남성 45㎏, 여성 25㎏ 이상으로, 20·30대 평균 이상을 요구한다.
20m 왕복 오래달리기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신호음에 맞춰 달리고 멈추고를 반복하니 체력 소모가 더 심하게 느껴졌다. / 이스타항공

가장 많은 탈락자가 속출한 평가는 왕복 오래달리기다. 20m 구간을 반복해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남성은 45회, 여성은 25회를 달려야 한다. 거리로 환산하면 남성은 900m, 여성은 500m다. 어렵지 않게 보이지만 왕복 달리기를 할 때는 일정한 신호음('삑')에 맞춰 출발해야 한다.

초반에는 충분히 가능하게 느껴졌지만 몇 번 왕복하며 달리고 쉬고를 반복하니 호흡은 금세 가빠졌다. 단순히 빠르게 뛸 수 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지구력과 순발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스타항공의 객실승무원 채용 체력 시험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스케줄 근무를 하면서 피로도가 높은 만큼 업무를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스타항공의 체력 테스트는 이미 항공사 객실승무원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소문이 났다. 온라인 검색창에는 이스타항공 연관 검색어로 '이스타항공 체력시험 후기', '체력테스트 탈락' 등이 이어질 정도다.

이스타항공이 체력시험을 도입 이유는 명확하다. 항공사 객실승무원은 단순 서비스 인력이 아닌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인 만큼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체력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력테스트를 합격한 이스타항공 승무원과 함께라면 이스타항공이 추구하는 '여행, 쉬워지다. Easy Flight, Eastarjet'이라는 슬로건처럼 여행이 더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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