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한민국 제조 AI 중심으로!] (13) AI가 바꾸는 제조 현장- 신성델타테크

이하은 2026. 5. 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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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불량 잡는 ‘AI 눈’, 숙련공 노하우까지 읽는다

100여 대 카메라, 전 공정 데이터 실시간 축적
스캔 이미지 알고리즘 분석… 불량 여부 판단

물리 법칙까지 학습하는 PINN 도입·기술 실증
실버 세대 실생활 밀착 돌봄로봇 ‘래미’개발


신성델타테크 창원공장 1층, A.C.T(AX Control Tower) 룸 안에 한쪽을 메운 모니터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세탁기·건조기·전기레인지 부품이 사출·조립되는 공장 곳곳에서 100대 이상의 카메라가 돌아간다. 작업자의 손동작 하나, 동선 하나가 데이터로 변환돼 서버로 흘러간다.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는 “불량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게 이 공장이 AI를 들여온 이유다.
신성델타테크 창원공장에서 자동 체결 로봇이 세탁기 내통(드럼)과 외통을 조립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신성델타테크 창원공장에서 자동 체결 로봇이 세탁기 내통(드럼)과 외통을 조립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 가전 부품의 터전= 신성델타테크㈜는 창원에 본사를 둔 가전 부품 전문 제조기업이다. 세탁기·건조기·전기레인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출 부품과 조립 모듈을 만들어 국내외 주요 가전 완제품 업체에 납품한다. 사출이란 녹인 플라스틱 원료를 금형 안에 고압으로 밀어 넣어 원하는 형상의 부품을 찍어내는 공정이다. 온도·압력·속도 등 수십 가지 조건이 맞물려야 균일한 품질이 나오는 만큼, 변수가 많고 불량 관리가 까다롭다. 창원과 마산에 생산 거점을 두고, 해외 공장도 운영 중이다. 회사가 AX(AI 전환)를 본격화한 건 약 3년 전이지만, 그 아래를 받치는 체계는 2015년 DX(디지털 전환)부터 쌓아왔다. 이동한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AX를 하겠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아래 체계부터 하나씩 밟아야 AI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고 했다.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공장 현장에서 ICIS(Intelligent Control Injection molding System·지능형 자율 사출성형 시스템) 구성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공장 현장에서 ICIS(Intelligent Control Injection molding System·지능형 자율 사출성형 시스템) 구성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기술 전에 문화를 바꿨다= 변화의 첫 번째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외부 강사를 불러 교육해봐도 현장에는 와닿지 않았다. “초기에는 제조 현장에 무슨 AI냐”는 반감도 있었다. 이동한 대표는 “함께 일하는 직원의 마인드부터 바꿔보자는 게 기본 베이스였다”며 “조직 문화 변경이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국가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현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 등대공장, 제조업 첨단 실증 사업까지 정부 사업을 단계적으로 밟아오며 지금의 공장 풍경이 만들어졌다. 부총리를 포함해 AI 분야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이 공장을 찾은 것도 그 결과다.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창원 공장 1층 A.C.T(AX Control Tower) 룸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 공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창원 공장 1층 A.C.T(AX Control Tower) 룸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 공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데이터의 심장, A.C.T 룸= 그 집약이 A.C.T 룸이다. 전 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끌어모아 한눈에 보여주는 통합 관제실이다. 이전에는 생산 실적을 집계하고 불량을 분류해 보고서를 만드는 데만 수십 분이 걸렸다. 이제는 불량이 발생하는 즉시 어떤 공정에서, 어떤 조건으로 생산됐는지 화면에 뜨고, 관리자는 별도의 보고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장 현장으로 향한다. AI 안전 시스템도 이곳에서 작동한다. 카메라가 작업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구역으로 지정된 빨간 선 안에 사람이 들어서는 순간 기계가 자동으로 멈춘다. 사람과 기계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사고를 막는 방식이다. 올해 초에는 A.C.T 룸 안에 AI 전용 데이터 센터도 별도로 구축했다. 일반 서버실이 생산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라면, AI 데이터 센터는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정제해 따로 보관하는 곳이다. 이동한 대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처음에 시작하지 않았으면 이런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데이터를 모으고 뽑아내고 전처리하는 것이 다른 회사들보다 빠르다”고 했다.
신성델타테크 본사 1층에 마련된 제품 쇼룸에 LG전자 트롬 등 세탁기·건조기 완제품이 진열돼 있다.

신성델타테크 본사 1층에 마련된 제품 쇼룸에 LG전자 트롬 등 세탁기·건조기 완제품이 진열돼 있다.

◇불량 하나도 역추적한다= 공정 곳곳에는 비전 AI 불량 검사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비전 AI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불량 여부를 판정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눈을 대신해 24시간 피로 없이 일정한 기준으로 검사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출 부품이 공정을 지날 때마다 카메라가 표면을 스캔하고, 사전 학습된 양품 이미지와 비교해 이상 여부를 판정한다. 작업자가 육안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했던 검사가 자동화된 것이다. 불량이 나면 역추적도 즉시 가능하다. 부품마다 QR 코드가 부여되고 각 공정에서 스캔될 때마다 조립 조건과 이력이 기록된다. 이동한 대표는 “불량 코드 하나만 읽으면 어제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생산해 불량이 발생했는지 다 나온다”고 했다. 신입 작업자도 그 코드를 스캔하면 조치 방법까지 안내받는다. 숙련공의 노하우가 데이터로 변환돼 누구나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축적되는 것이다.

자동화는 검사 공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탁기 내통과 외통을 결합하는 볼트 체결 공정에는 자동 체결 로봇이 도입됐다. 과거에는 작업자 4명이 달라붙어 17개의 볼트를 일일이 조여야 했다. 볼트 하나의 체결 강도가 어긋나면 물이 새는 불량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이었다. 기계가 놓이는 각도와 상태에 따라 조건이 매번 달라지는 탓에 자동화 자체가 까다로웠지만, 지금은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리 법칙까지 학습한다= 한발 더 나아간 기술도 실증 중이다. 사출성형 공정에는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물리 법칙 기반 신경망) 기반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일반 AI가 데이터 패턴만을 학습하는 것과 달리, PINN은 열역학·유체역학 등 제조 공정의 물리 법칙 자체를 학습에 반영한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어 제조 현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원재료 상태와 외부 온도 변화까지 감안해 최적 사출 조건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금형 내부의 미세한 변화를 디지털 트윈으로 시각화해 불량을 사전에 막는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설비와 공정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기술로, 현장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서울대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스스로 조건을 바꾸는 ‘지능형 사출 공정’을 향한 시도다. 회사 관계자는 “기계 온도가 정상보다 낮으면 다른 조건을 올려 보정하는 방식으로, 양품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델타테크의 돌봄로봇 ‘래미(Lemmy)’가 본사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옆에는 CES 2025 혁신상(Innovation Awards) 수상 트로피가 함께 놓여 있다.

신성델타테크의 돌봄로봇 ‘래미(Lemmy)’가 본사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옆에는 CES 2025 혁신상(Innovation Awards) 수상 트로피가 함께 놓여 있다.

◇현재와 미래, 두 개의 축= 공장 밖을 겨냥한 사업도 동시에 달리고 있다. 로봇사업부가 개발 중인 돌봄로봇 ‘래미’다.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올해 CES 2026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주행 기능을 선보였다. UNIST와 협력해 개발 중인 레미는 낙상 감지, 공기질 모니터링, 안전 알림 등 실버 세대의 실생활에 밀착한 기능을 담았다. 화장실부터 안방까지 각종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상이 생기면 자녀나 병원에 즉시 연락하는 방식이다.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해주고 화상 통화를 연결하는 기능도 갖춰나가고 있다. 이동한 대표는 “날씨 알려줘 같은 단순 정보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돌봄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바퀴 방식으로 이동하지만 차기 버전에서는 팔이 달린 휴머노이드 형태로, 제습·방역 기능까지 수행하는 복합 모델로 진화할 계획이다.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로봇 제어·센싱·데이터 처리 기술이 돌봄로봇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두 사업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기술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낸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급을 위해 작년 말 서울에 R&D 센터 건물도 별도로 마련했다. 하드웨어는 창원, 소프트웨어는 서울에서 개발하는 이원 체제를 갖췄다. 출시는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창원 제조의 롤모델 될 것”= 이동한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경남 제조업 전체를 향한 말을 남겼다. “특히 가전 사업은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관세 때문에 너무 어렵다. 우리 대한민국이 제조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회사뿐 아니라 협력사, 고객 내부의 경쟁력이 전부 어우러져야 한다”며 “근데 지금 속도가 너무 늦다”고 했다. 국가 프로젝트가 전체를 같은 속도로 묶어두는 방식보다, 빨리 갈 수 있는 기업은 더 빨리 나아갈 수 있게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5년짜리 프로젝트라도 3~4년이 지나면 기술 자체가 바뀌어 있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우리가 창원 제조업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온 만큼, 그 노하우를 나눌 수 있다”며 “같이 잘돼야 한다. 우리만 잘돼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A.C.T 룸 한쪽 벽에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DX·AX 전환 로드맵이 걸려 있다. 10년의 단계를 밟아온 공장에서, 오늘도 100대의 카메라가 작업자의 손끝까지 읽어내고 있다. 그 데이터가 한 줄 한 줄 쌓이면서, 창원 제조업의 다음 단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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