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한민국 제조 AI 중심으로!] (13) AI가 바꾸는 제조 현장- 신성델타테크
100여 대 카메라, 전 공정 데이터 실시간 축적
스캔 이미지 알고리즘 분석… 불량 여부 판단
물리 법칙까지 학습하는 PINN 도입·기술 실증
실버 세대 실생활 밀착 돌봄로봇 ‘래미’개발

신성델타테크 창원공장에서 자동 체결 로봇이 세탁기 내통(드럼)과 외통을 조립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공장 현장에서 ICIS(Intelligent Control Injection molding System·지능형 자율 사출성형 시스템) 구성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이동한 신성델타테크 대표이사가 창원 공장 1층 A.C.T(AX Control Tower) 룸에서 디지털 트윈 기반 공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신성델타테크 본사 1층에 마련된 제품 쇼룸에 LG전자 트롬 등 세탁기·건조기 완제품이 진열돼 있다.
◇불량 하나도 역추적한다= 공정 곳곳에는 비전 AI 불량 검사 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비전 AI란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불량 여부를 판정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눈을 대신해 24시간 피로 없이 일정한 기준으로 검사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사출 부품이 공정을 지날 때마다 카메라가 표면을 스캔하고, 사전 학습된 양품 이미지와 비교해 이상 여부를 판정한다. 작업자가 육안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했던 검사가 자동화된 것이다. 불량이 나면 역추적도 즉시 가능하다. 부품마다 QR 코드가 부여되고 각 공정에서 스캔될 때마다 조립 조건과 이력이 기록된다. 이동한 대표는 “불량 코드 하나만 읽으면 어제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생산해 불량이 발생했는지 다 나온다”고 했다. 신입 작업자도 그 코드를 스캔하면 조치 방법까지 안내받는다. 숙련공의 노하우가 데이터로 변환돼 누구나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축적되는 것이다.
자동화는 검사 공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탁기 내통과 외통을 결합하는 볼트 체결 공정에는 자동 체결 로봇이 도입됐다. 과거에는 작업자 4명이 달라붙어 17개의 볼트를 일일이 조여야 했다. 볼트 하나의 체결 강도가 어긋나면 물이 새는 불량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밀도가 요구되는 공정이었다. 기계가 놓이는 각도와 상태에 따라 조건이 매번 달라지는 탓에 자동화 자체가 까다로웠지만, 지금은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리 법칙까지 학습한다= 한발 더 나아간 기술도 실증 중이다. 사출성형 공정에는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물리 법칙 기반 신경망) 기반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일반 AI가 데이터 패턴만을 학습하는 것과 달리, PINN은 열역학·유체역학 등 제조 공정의 물리 법칙 자체를 학습에 반영한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작동할 수 있어 제조 현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원재료 상태와 외부 온도 변화까지 감안해 최적 사출 조건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금형 내부의 미세한 변화를 디지털 트윈으로 시각화해 불량을 사전에 막는다.

신성델타테크의 돌봄로봇 ‘래미(Lemmy)’가 본사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옆에는 CES 2025 혁신상(Innovation Awards) 수상 트로피가 함께 놓여 있다.
◇현재와 미래, 두 개의 축= 공장 밖을 겨냥한 사업도 동시에 달리고 있다. 로봇사업부가 개발 중인 돌봄로봇 ‘래미’다.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올해 CES 2026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주행 기능을 선보였다. UNIST와 협력해 개발 중인 레미는 낙상 감지, 공기질 모니터링, 안전 알림 등 실버 세대의 실생활에 밀착한 기능을 담았다. 화장실부터 안방까지 각종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상이 생기면 자녀나 병원에 즉시 연락하는 방식이다.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해주고 화상 통화를 연결하는 기능도 갖춰나가고 있다. 이동한 대표는 “날씨 알려줘 같은 단순 정보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돌봄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바퀴 방식으로 이동하지만 차기 버전에서는 팔이 달린 휴머노이드 형태로, 제습·방역 기능까지 수행하는 복합 모델로 진화할 계획이다. 제조 현장에서 쌓아온 로봇 제어·센싱·데이터 처리 기술이 돌봄로봇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두 사업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기술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낸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급을 위해 작년 말 서울에 R&D 센터 건물도 별도로 마련했다. 하드웨어는 창원, 소프트웨어는 서울에서 개발하는 이원 체제를 갖췄다. 출시는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창원 제조의 롤모델 될 것”= 이동한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경남 제조업 전체를 향한 말을 남겼다. “특히 가전 사업은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관세 때문에 너무 어렵다. 우리 대한민국이 제조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회사뿐 아니라 협력사, 고객 내부의 경쟁력이 전부 어우러져야 한다”며 “근데 지금 속도가 너무 늦다”고 했다. 국가 프로젝트가 전체를 같은 속도로 묶어두는 방식보다, 빨리 갈 수 있는 기업은 더 빨리 나아갈 수 있게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5년짜리 프로젝트라도 3~4년이 지나면 기술 자체가 바뀌어 있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우리가 창원 제조업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온 만큼, 그 노하우를 나눌 수 있다”며 “같이 잘돼야 한다. 우리만 잘돼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A.C.T 룸 한쪽 벽에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DX·AX 전환 로드맵이 걸려 있다. 10년의 단계를 밟아온 공장에서, 오늘도 100대의 카메라가 작업자의 손끝까지 읽어내고 있다. 그 데이터가 한 줄 한 줄 쌓이면서, 창원 제조업의 다음 단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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