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된 지원체계 한계···국가 주도 컨트롤타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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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가운데 이제라도 국가가 공식 사과와 치유·배상·기념사업을 포함한 실질적인 책임 이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 성폭력 피해 생존자 단체인 '과거사 젠더 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열매'의 상담활동가인 이다감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 상담심리사는 "피해자들에게 '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했느냐'고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왜 이제야 그 목소리를 듣게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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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공포·사회적 낙인
피해자 아닌 역사 증언자로
신체적 피해 배상 외에도
심리·예우·기념사업 등 병행
대통령 사과하고 인정해야

5·18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가운데 이제라도 국가가 공식 사과와 치유·배상·기념사업을 포함한 실질적인 책임 이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 국가폭력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오랜 시간 고통을 홀로 감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열매’를 중심으로 피해 생존자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피해자를 넘어 역사적 증언자이자 과거사 젠더 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46년 전 5·18 성폭력 문제를 과거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 존중받아야 하며, 국가와 정부가 끝까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5·18 성폭력 피해 생존자 단체인 ‘과거사 젠더 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열매’의 상담활동가인 이다감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 상담심리사는 “피해자들에게 ‘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했느냐’고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왜 이제야 그 목소리를 듣게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피해자들은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해왔지만 사회가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다”면서 “국가폭력에 의한 성폭력은 오랫동안 음지에 머물렀고 피해자들은 오히려 더 위축되고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가폭력 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해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그 국가 권력이 오히려 가해자가 됐다는 점에서 배신감과 분노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은 국가 폭력과 성폭력에 대해 중첩된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치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에 의해 자행된 구조적 폭력이었다는 점’이었다는 인식의 변화”라며 “자신의 고통이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고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회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박정호 부장판사)에서 3차 변론이 예정돼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최기영 부지부장은 “5·18 성폭력은 단순 범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 자체를 무너뜨린 국가폭력”이라며 “국가가 성폭력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역사적 의미”라고 밝혔다.
최 부지부장은 “다만 현재의 보상 체계는 신체 피해를 재산적으로 환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성폭력 피해는 인간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금전 보상을 넘어 치유와 예우, 기념사업까지 함께 연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 체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는 진상규명과 상담, 연구, 배상 절차가 각각 분절돼 운영되면서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담사는 “5·18 뿐만 아니라 부마항쟁, 6·10만세 운동까지 과거사 문제를 총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국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치유와 기록, 연구와 배상을 통합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최 부지부장은 “공식 사과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국가가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선언적 의미를 가진다”며 “배상 기준과 예우 체계를 제도적으로 완비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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