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동남풍은 집권세력 독주의 反테제… ‘15대1 압승론’ 소멸 중[Deep Read]

2026. 5. 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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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국민의힘 동남풍
영남 보수, 빠르게 진영으로 복귀 중… 정당지지율·국정평가·견제론·무당층 흐름 변화 뚜렷
‘보수 위기감 - 내란프레임 피로감 - 與 실수’ 등이 동남풍 배경… 서울 등 수도권으로 확산 주목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선 6·3 지방선거와 관련, “경북을 빼고 우리가 다 승리할 것”(박지원 의원)이란 희망적 관측이 공개적으로 나왔었다. ‘15 대 1 압승론’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20일 앞둔 지금, 영남을 중심으로 선거 풍향계가 바뀌고 있다. 보수 진영의 후보 확정과 여권의 잇단 실책을 계기로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서, 선거 판세를 바꾸는 동남풍이 영남에서부터 일고 있다는 평가가 늘어났다. ‘15 대 1 압승론’은 소멸 중이다.

◇확 줄어든 격차

동남풍의 첫 신호는 권역 차원의 정당 지지율에서 확인된다. NBS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만에 25%에서 33%로 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TK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긍정 평가율은 66%에서 62%로 4%포인트 떨어졌고,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은 38%에서 43%로 5%포인트 올랐다. 무당층은 35%에서 29%로 6%포인트 줄었다.

부산·울산·경남(PK)의 경우 한꺼번에 묶어 읽기 어렵다. 권역 단위 정당지지율에서 조사 업체마다 신호가 다소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영남 무당층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양 진영의 동시적 결집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집의 속도는 보수 쪽이 더 빨랐다.

권역별 표본은 전국 표본의 일부이고 표본 수가 적어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정당지지율·국정평가·견제론·무당층의 흐름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 보수가 빠르게 진영으로 복귀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광역단체장 여야 대결 결과를 보면 동남풍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3일 공개한 조사 결과, 부산과 대구에서 2~3%포인트 차의 박빙 대결로 나타났다. 부산시장 선거에선 전재수 민주당 후보 43%,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41%였고, 대구시장 선거에선 김부겸 민주당 후보 44%,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41%였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2일 발표했던 조사 때만 해도 전재수 51%-박형준 40%, 김부겸 53%-추경호 36%로 민주당 후보들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선 격차가 확 좁혀졌다.

◇동남풍을 만든 요인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조사상 영남에서조차 절대 열세였던 것으로 분석됐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하기 시작한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후보 확정 효과. 윤석열 탄핵과 당내 분열, 공천 내홍이라는 3대 악재로 시름하던 국민의힘이 각급 선거의 후보를 확정함으로써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라는 ‘1 대 1’ 구도를 만들어냈다. 박형준(부산)·추경호(대구)·이철우(경북)·박완수(경남)·김두겸(울산) 같은 인지도 있는 현직 단체장이나 중진 의원이 후보로 선출된 것이 한몫했다.

둘째, 내란 심판론의 피로감. 민주당의 ‘내란세력 심판론’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줬고, 때를 같이해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독주 견제론’이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행정·입법·사법권 등 3권 장악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한 진영에 몰아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일어나면서, 특정 진영의 권력 독점을 반대하는 ‘민주적 직관’이 작동했다.

셋째, 집권세력의 실수. 무엇보다 대통령 사건과 관련한 여권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이 민심을 뒤흔들었다. ‘누구든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경구가 국민 정서를 지배했다. 이 대통령의 ‘숙의’ 주문을 신호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선거 뒤로 미뤘지만, 보수층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청래 대표의 초등생을 상대로 한 ‘오빠 호칭’ 강요 논란, 하정우 부산북갑 후보의 ‘악수 털기’ 논란 같은 실수도 보수의 결집과 중도 이탈을 부추겼다.

넷째, 영남 유권자의 정체성 복원력. ‘민주당이 보수의 심장까지 점령할 수 있다’는 전망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세론’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게는 ‘위기감’이다. 국민의힘 내 계파 간 분열상이 잦아든 것은 지지층 결집의 명분을 제공했다.

◇수도권에 미칠 영향

동남풍은 영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갈 것인가. NBS 조사에서 서울의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한 달 사이 49%에서 39%로 10%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은 기간 14%, 15%, 14% 등으로 횡보였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가 보수 정당으로 전환되지 않고 무당층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의미다.

위 한국갤럽-뉴스1의 조사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46%)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8%)의 격차는 8%포인트에 불과했다. 한 달 전 한국갤럽-세계일보 조사 당시 정원오 52%, 오세훈 37%로 15%포인트나 차이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일부 업체의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박빙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든 데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 둘째,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인물 대결 구도가 부각됐고, 오 후보의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간 이격현상이 나타났다. 셋째, 영남에서 부는 동남풍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남 출신 보수 지지층에 영향을 줬다.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투표일 일주일 전 한국갤럽·리얼미터·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에서 10~15%밖에 얻지 못했지만, 실제 대선 득표율은 24%를 기록했다.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10%포인트 안팎의 막판 추가 결집이 확인된 셈이다. 당시에도 영남권에서 불기 시작한 동남풍이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전 여론조사로 잡히지 않는 표심이 투표일 모습을 드러내는 이런 방식은 이미 ‘샤이 보수의 투표 선택’으로 굳어졌다.

◇동남풍의 본질

동남풍은 집권세력의 독주에 대한 반(反)테제다. 민주당 압승론이 선거 이전부터 일찍 등장하면서 피로감이 형성됐고, 여권의 실수와 실책이 겹치며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적인 결과는 국민의힘이 영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동남풍의 세력권에 배치시킬 수 있을지, 집권세력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얼마나 표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석학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15 대 1 압승론’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경북 빼고 다 이긴다”고 한 데서 나온 것. 높은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내홍이 겹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강했으나 섣부른 과잉 전망이었다는 평가.

‘동남풍’은 침묵하던 보수 영남 유권자가 다시 정치적 표현을 시작한 것. 이는 보수의 귀환이라기보다 선거의 균형감각이 되살아나는 현상. 여당 압승론은 그 순간부터 견제론의 시험대에 들어가.

■ 세줄 요약

확 줄어든 격차: 선거를 20일 앞둔 지금, 영남 보수가 빠르게 진영으로 복귀 중. 국민의힘 후보 확정과 여권의 실책을 계기로 보수 결집이 이뤄지고, 동남풍이 영남에서부터 일어나면서 ‘15 대 1 압승론’ 소멸 중.

동남풍을 만든 요인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는 부산과 대구에서 2~3%포인트 차의 박빙 대결을 벌이는 중. 국민의힘 후보 확정 효과와 함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내란 심판론의 피로감 등이 동남풍의 원인.

수도권에 미칠 영향: 서울도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면서 오차범위 내 싸움을 벌이는 중. 보수 동남풍은 집권세력의 독주에 대한 반(反)테제. 영남 동남풍이 수도권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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