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뭐예요?" 골목상권의 잔인한 현실… AI 대전환 시대, 소상공인만 '섬'에 갇혔다
- 서울 사장님 10명 중 9명은 'AI 무풍지대'… 69%가 "돈이 없어서 못 한다"
- 144억 원 풀고 4천만 원까지 쏜다는데… 정작 사장님들은 "교육·실습이 더 급해요"

'AI 대전환'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골목상권의 시계는 정말로 이렇게 멈춰 있어도 괜찮은 걸까.
■ 열 곳 중 한 곳, 그것이 골목의 좌표다
수치는 냉정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가 2025년 9월 서울시 소상공인 300곳을 조사해 같은 해 11월 발표한 '서울시 소상공인 AI 인식 및 활용 수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사업장에서 AI를 쓰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단 9.7%였다. 향후 활용 계획이 있다는 답이 23.0%, 경험도 계획도 없다는 응답은 67.3%에 달했다. 서울이라는 가장 인프라가 좋은 도시에서조차 사장님 10명 중 7명이 AI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
도입을 가로막는 벽은 무엇일까. 같은 조사에서 가장 큰 장애물(중복응답)은 '도입 비용 부담'으로 69.0%를 기록했다. 뒤이어 '관련 지식·인력 부족'이 30.7%,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어려움'이 23.0%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있다고 해도 내 가게 포스기와 연결이 안 된다'는 삼중고다.
이는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으로 모인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소상공인의 AI 인지도 자체는 결코 낮지 않다. 다만 기술 도입의 어려움을 호소한 비율이 69%, 학습 기회가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이 47%로 나타났다. 'AI라는 단어는 안다, 그러나 내 손으로 켤 줄은 모른다.' 이것이 지금 한국 골목상권의 정직한 자화상이다.
■ 문제는 '아는 것'과 '쓰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격차의 정체는 의외로 단순하다. 직장인은 회사가 사주는 챗GPT 유료 계정을 쓰고, 회사 IT팀이 깔아준 협업 툴을 누른다. 그러나 직원 한 명을 더 쓰는 것도 망설여야 하는 소상공인에게 월 구독료 수만 원, 키오스크 한 대 수백만 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매뉴얼은 영어로 쓰여 있고, 설치 후 오류가 나면 부를 사람도 마땅치 않다. 비용과 지식,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셋이 한꺼번에 무너져 있는 구조다.
■ 정부는 5조 4천억 원을 풀었다, 그러나 '돈'만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정부도 이 격차를 모르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12월 29일 '2026년 소상공인 지원사업·융자 통합 공고'를 통해 총 5조 4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조기에 풀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신규 사업이 '혁신 소상공인 AI 활용지원' 사업으로, 144억 원의 신규 예산이 배정됐다. AI를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서비스 도입을 통해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돕는 것이 목표다.
이어 2026년 3월 16일 중기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정책 개편안에서는 더 구체적인 그림이 나왔다. 온·오프라인 AI 교육을 강화해 업종별 디지털 활용 우수사례를 500건 내외로 발굴하고, 소상공인 사업장 1만 6천 곳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같은 스마트 기술 도입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I 활용지원 사업의 경우 개별 기업당 최대 4천만 원 수준까지 지원 한도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앞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54.7%는 '서울시 차원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실습 중심 훈련'과 '성공사례·정보 제공', '기초·실무교육'을 함께 요구했다. 보조금 통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 가게에 맞게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 해결의 실마리는 '사람과 손에 맞는 AI'에 있다
그래서 해법의 방향은 의외로 분명해진다. 가장 먼저 사장님 한 명 한 명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실습형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026년에 들어 '업종별 참여형 AI 경영 효율화 교육' 사업을 별도로 입찰 공고하고, 업종별 AI 활용 교육 수행 기관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식점, 미용실, 소매점은 각각 필요한 AI 도구가 다르다. 일반론으로 묶인 강의가 아니라, '내 가게의 메뉴판'과 '내 단골 명단'을 가지고 직접 챗봇을 만들어보는 경험이 결국 도입률을 끌어올린다.
비용 부담을 한 번에 줄여주는 '패키지형 지원'도 필요하다. AI 키오스크·서빙 로봇·재고관리 솔루션이 따로 놀면 23.0%가 호소한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1만 6천 곳에 스마트 기술을 보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성공하려면, 도입 이후 6개월·1년 단위의 사후관리와 업그레이드까지 묶음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전파와 확산에 따른 '성공사례의 가시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옆 골목 사장이 챗GPT로 메뉴 설명을 다듬어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 동네 미용실이 카카오 챗봇으로 노쇼를 절반으로 줄였다는 이야기가 가장 강력한 교과서가 된다. 중기부가 500건 규모의 업종별 우수사례 발굴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직장인의 책상을 가볍게 만들었다. 에이전트는 회의록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요약하고, 출장 일정을 잡는다. 그러나 같은 시간, 한국 골목상권의 90%는 여전히 AI라는 단어 바깥에 서 있다. 9.7%라는 활용률, 69%라는 비용 부담, 47%라는 학습 기회 부족 — 이 세 숫자가 가리키는 곳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가 아니라 '더 가까운 AI'다.
5조 4천억 원의 예산과 144억 원의 신규 사업, 4천만 원의 개별 지원금이 골목 끝 7평 가게의 카운터에 도달하느냐, 아니면 또 한 번 통계 자료의 각주로 사라지느냐. 2026년은 그 답이 갈리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AI 대전환 시대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결국 가장 늦게 그 문 앞에 도착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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