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빵속에 뽀득 소시지… 한입 크게 물면 ‘식감 축제’[이우석의 푸드로지]

2026. 5. 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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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핫도그
120년전 美서 간편식으로 출발
獨소시지 이름 유래설 가장 유력
뉴욕선 7월4일 핫도그 먹기대회
소시지맛·익힘 정도에 크게 좌우
돼지고기·소고기 섞은것 쓰기도
스포츠 경기 관람 최고 인기메뉴
다저스 홈구장 ‘다저 도그’ 명물
韓 감자칩 박아넣은 버전도 생겨
외국인은 전통 핫도그 인증 놀이
게티이미지뱅크

봄꽃의 향연이 끝나고 신록의 계절이다. 산과 들에도 형형색색의 팔레트가 펼쳐졌다. 창문을 투과한 대낮 볕이 훈훈하다 못해 따가울 정도라, 춘곤증도 예외 없이 어서 나가 보라 한다. 피크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이 나가 놀기 시작하면 핫도그가 잘 팔리는 때다. 식당보다는 야외 노점이나 푸드트럭에서 주로 취급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끼니가 아니더라도 출출할 때 하나씩 손에 들고 먹기 좋다. 또 직접 만들어 먹기에도 간편한 덕분에 캠핑 사이트에서도 많이들 즐긴다. 미국에서 도심 푸드트럭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메뉴가 바로 핫도그이며, 야구장 등 볼파크에서 파는 으뜸 메뉴 역시 그렇다.

대한민국에도 행락 철과 함께 핫도그 시즌이 왔다. 백화 만발한 꽃그늘 아래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작대기 하나씩 입에 물고 돌아다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잔디에 둘러앉은 피크닉 박스에도 핫도그가 들었다. 마침 우리 프로야구 시즌도 개막했다.

제이크잭 핫도그의 맥앤드치즈핫도그.

핫도그(hot dog)는 기다란 소시지나 그것을 역시 기다란 빵에 끼운 미국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먹던 곤봉 모양의 핫도그는 사실 콘도그(corn dog)라 따로 이르는데 이 역시 핫도그의 범주에 들긴 한다. 기본적으로 소시지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치즈나 패티, 심지어 어묵을 넣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선 작대기에 끼운 소시지만 가지고도 핫도그라 부르지만, 이럴 때 우리는 ‘(소시지) 핫바’라고 따로 구분한다.

‘뜨거운 개’라니, 음식 이름치곤 매우 독특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가장 주목받는 설은 핫도그에 끼우는 기다란 소시지인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가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개 품종인 닥스훈트를 떠오르게 한다 해서 닥스훈트 소시지라 부르다 그냥 ‘핫도그(hot dog)’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 음식인 햄버거는 독일식 육회인 함부르거(Hamburger)에서 유래됐는데 핫도그 역시 독일식 소시지 이름에서 나왔다니 미국의 일상식은 독일 식문화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아무튼 세계적으로도 핫도그는 그냥 들여온 대로 그렇게 부른다. 다만 외래어 번역에 있어 대단히 ‘자주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중국은 ‘뜨거운 개’라는 뜻 그대로 번역해 러거우(熱狗)라 부른다.

대한민국 핫도그는 앞서 이른 것처럼 방망이나 곤봉 형태의 콘도그가 먼저 들어왔다. 하지만 콘도그란 말은 거의 통용되지 않고 그저 핫도그라 부른다. 요즘이야 안에 든 소시지가 손가락만큼이나 크지만, 예전에는 커다란 밀가루 덩어리 튀김 속에 장기판의 ‘졸(卒)’만 한 것이 달랑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그나마 튀겼다고 기름진 맛에 다들 좋아하던 주전부리였다.

요즘 다시 한국식 핫도그가 뜨고 있다. ‘K핫도그’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전통시장에서 전통식 핫도그를 사 먹고 이를 SNS에 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바삭하게 반죽에 빵가루를 입히고 감자칩을 박아 넣는 등 다양한 버전도 생겨났다.

삼진어묵의 도깨비방망이 핫도그.

야외 활동 중 손에 들고 먹기에 딱 좋은 핫도그는 원래부터 간편식으로 출발했다. 원조국인 미국에서 핫도그는 햄버거와 마찬가지로 박람회장에서 관람객에게 팔던 편의식으로 세상에 소개됐다. 빌 브라이슨의 교양서 ‘발칙한 영어 산책(Made in America)’에는 1904년 루이지애나 무역박람회장에서 소시지를 구워 팔던 장사꾼이 빵에 끼워서 주며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유래를 소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사가 불과 120여 년밖에 안 되는 신상(?) 음식이다.

다만 핫도그라는 이름 없이 기다란 빵에 소시지를 끼운 것을 팔았다는 기록은 그보다 30년쯤 앞선다. 1871년 세계 최초의 도심 유원지인 뉴욕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랜드에서 찰스 펠트먼(Charles Feltman)에 의해 시작됐다고 언급된 기록이 있다. 원래 빵집을 운영하던 펠트먼이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서 소시지를 끓여 빵과 함께 팔았다고 한다. 참고로 지금 코니아일랜드에 핫도그 원조집으로 남아 있는 네이선스 페이머스(Nathan’s Famous)는 1916년에 시작한 집이다. 오랜 시간 같은 장소에서 초기 메뉴를 지켜 온 것도 예사롭지 않은 업적이지만, 이 식당이 나스닥(NASDAQ) 상장 기업에다 매년 7월 4일 핫도그 먹기 세계 대회를 열고 있다는 것 역시 핫도그의 대단한 존재감이 아닐 수 없다.

2023년 미국 방송인 제이미 로프터스가 전국 핫도그 집을 탐방한 후 저술한 책 ‘핫도그에 관한 진짜 진실(Raw Dog: The naked truth about hot dogs)’은 핫도그라는 음식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한다. 핫도그는 단순히 야외에서 사 먹는 간편식이 아니라 미국에 온 유럽 출신 가난한 노동자가 남긴 자본주의와 노동, 계급의 역사를 대변하는 음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격도, 지위도, 먹는 방식도 천차만별인 음식인 핫도그. 점심시간을 내기조차 버거운 청소 노동자가 길에서 먹던 땟거리이면서, 미국 대통령(프랭클린 D 루스벨트)이 영국 왕(조지 6세)에게 공식 메뉴로 대접한 음식이기도 했다.

이제 핫도그는 미국을 떠나 세계적 패스트푸드의 반열에 올랐다. 소시지를 즐기는 미국과 독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동서양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국가에서 먹는 메뉴가 됐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푸드코트의 핫도그.

커다란 소시지를 구워서 빵에 끼워 낼 뿐이니 따로 특별한 조리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배우기도 쉽다. 장비도 간단하다. 달랑 그릴이나 하나 두거나 그나마 구워 온 것을 데워서 팔아도 된다. 그러니 트럭이나 간단한 트롤리를 두고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길거리나 공원에서 핫도그를 파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모두 바쁜 척하는 뉴욕의 길가에 많은데 그래서인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다.

들어가는 메뉴는 조리법보다 더 간단하다. 핫도그라면 거의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소시지와 빵 외에 식재료로 양파, 피클 등 채소가 있으며 머스터드와 케첩, 칠리 등 소스만 뿌리면 끝이다. 물론 여기다 사워크라우트, 양상추, 마요네즈, 토마토, 치즈 등이 들어간 호화로운 버전도 있다. ‘플레인’이라 하면 빵에 소시지와 케첩, 머스터드만 뿌려서 내놓는 것이 전부다. 여기다 잘게 썬 양파와 피클 정도를 곁들이는 것이 그나마 일반적인 핫도그 메뉴 구성이다. 더 간단히는 빵 없이 소시지에 꼬치를 꿰어 내는 것인데 이것도 핫도그다.

그래서 핫도그는 소시지 고유의 맛에 크게 좌우된다. 얼마나 맛있는 소시지를 쓰고 잘 익혀 내느냐가 관건이다. 원래는 기다란 돼지고기 소시지 ‘프랑크푸르터’를 기본으로 삼지만,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지역이나 추가한 식재료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핫도그가 탄생했다.

즉석에서 튀기기도 하고 아예 물에 데친 것을 가져오기도 한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은 위너(Wiener) 소시지를 쓰는가 하면, 동유럽식 소시지인 키에우바사(kielbasa)나 러시아식 콜바사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식감을 위해 베이컨으로 둘둘 만 소시지를 쓰는 데인저 도그(danger dog)는 원래 멕시칸 스타일이지만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의 명물이 됐다.

핫도그는 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할 때 최고 인기 메뉴로 꼽힌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에선 각 경기장에 유명한 핫도그가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홈구장에서 파는 ‘다저 도그(Dodger dog)’. 경기가 있는 날 다저스타디움에서만 사 먹을 수 있는 명물이다. 수제 소시지에 취향대로 다양한 토핑을 넣어 먹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에도 각각 지역 특색 있는 핫도그가 유명하다.

이처럼 친숙한 음식이지만 한국에서 정통 핫도그를 파는 정식 레스토랑은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햄버거나 피자와 달리 주로 간식으로 소비되는 음식인 까닭이다. 전문 체인점이나 베이커리에서 파는 핫도그를 제외하면 축제장 내부 매점이나 푸드트럭에서 찾을 수 있다. 쇼핑몰에서 구매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념의 간식거리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 코스트코에서는 핫도그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바로 얼마 전 버거킹, 웬디스, A&W CEO들이 참여한 ‘큰 한입(big arch bite)’ 챌린지에 함께한 코스트코의 론 바크리스 CEO는 40년째 1.5달러(약 2200원)짜리 핫도그 세트(무제한 청량음료)를 한껏 베어 물며 멋지게(?) 홍보했다. 우리나라에선 같은 세트를 2000원에 판다. 가구 및 라이프 스타일 전문점 이케아에서도 1700원에 소시지가 2개가 든 더블 핫도그를 푸드코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봄바람 꽃바람 불어오는 요즘 훈풍에 콧김을 제대로 쐬고 싶다면 주저 없이 팔엔 돗자리 한 장 끼고 입엔 핫도그 하나 물고 얼른 야외로 나가 봐야 할 듯하다. 봄은 짧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제이크잭 핫도그=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통 아메리칸 핫도그 전문점이다. 시그니처 제이크잭 핫도그는 소시지로 제주산 한돈으로 만든 수제 프랑크푸르터를 쓰며 빠르게 볶아 낸 양파, 치토스 파우더 등을 올린다. 핫도그의 토핑을 다양하게 구성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마카로니와 체더치즈를 버무린 맥앤드치즈를 곁들인 핫도그는 미국 일상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2길 35 1층. 제이크잭 핫도그 7900원.

두물머리연핫도그= 양평 두물머리 끄트머리에 있다. 이곳에서 만든 핫도그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식’ 콘도그다. 부드러운 빵 속에 육즙 가득 품은 소시지를 넣고 머스터드와 케첩에 설탕까지 버무렸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K핫도그’답게 매운맛도 따로 파는데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길 103-8. 순한맛·매운맛 핫도그 각 4000원.

자미당 한성대점= 정통 미국식은 아니지만 정통(?) 한국식 핫도그를 파는 집. 꽈배기 전문점답게 튀기는 데는 도가 텄다. 바삭한 빵가루를 입히고 진한 케첩과 설탕을 잔뜩 뿌려 낸다. 과자처럼 아삭아삭 씹히는 껍질과 바로 이어지는 속의 말랑한 식감, 그리고 탱글탱글한 소시지가 한데 어우러져 미각을 충족시킨다. 철철 흐르는 케첩의 새콤달콤함이 이 개성 넘치는 맛들을 포용한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6길 7 1층. 핫도그 1800원, 치즈핫도그 2300원.

삼진어묵= ‘부산 어묵’의 명성을 이끄는 브랜드. 소시지 어묵말이에 일명 ‘도깨비방망이’처럼 감자 조각이 붙은 반죽을 입혀 핫도그로 만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옛날에 ‘만득이 핫도그’라 부르던 그 모양이다. 밀가루 빵이 아닌 어묵으로 만들어 졸깃한 식감과 진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두툼한 겉 반죽에다 구수한 감자 조각까지 더해 한 끼 식사 못잖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1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도깨비방망이 5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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