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홍어·나주 한우 한자리… 5월에 맛보는 실속 축제[자랑합니다]

2026. 5. 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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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맛을 좀 아는 이들은 흔히 '1코 2날개'라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홍어의 백미는 단연 '삼합(三合)'이다.

3년 익은 묵은지 한 자락 밑에 깔고, 그 위에 삶은 돼지고기와 초간장 듬뿍 찍은 홍어 한 점 휘감으면 코끝은 알싸한 맛에 취해 연신 막걸리 잔이 비워진다.

코가 뻥 뚫려야만 제맛이 나는 홍어, 그 맛에 한 접시가 금세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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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내 고향 영산포 사람들과 ‘홍어’ <하>
영산포 홍어축제의 이색 볼거리인 ‘홍어 탑 쌓기’에 도전한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서 미끈거리는 홍어를 한 마리씩 조심스럽게 쌓아 올리고 있다. 나주시청 제공

홍어 맛을 좀 아는 이들은 흔히 ‘1코 2날개’라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홍어의 백미는 단연 ‘삼합(三合)’이다. 3년 익은 묵은지 한 자락 밑에 깔고, 그 위에 삶은 돼지고기와 초간장 듬뿍 찍은 홍어 한 점 휘감으면 코끝은 알싸한 맛에 취해 연신 막걸리 잔이 비워진다. 코가 뻥 뚫려야만 제맛이 나는 홍어, 그 맛에 한 접시가 금세 뚝딱이다. 그래서 홍어는 코로 먹는다 했을까. 삭힐수록 풍미가 곱씹히는 그 맛, 더 바랄 게 뭐 있겠는가. 잠시 머물다 가는 소풍 같은 인생일랑 논두렁에 매어 두고 새참으로 나온 홍어 한 점 맛을 보면 쟁기 끌던 누렁이도 콧구멍이 찡한지 연신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홍어는 버릴 게 없다. 코와 날개는 회로 먹고 골다공증에 좋다는 연골은 찜으로 해 먹으면 일품이다. 그리고 홍어애(간)는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이른 봄 막 올라온 ‘애보리’에 된장을 풀고 한소끔 푹 끓이면 천하의 일품, 홍어애국이 된다. 그 맛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 추억의 고향 맛으로 남아있다.

애국을 먹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통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재채기가 순식간에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애국을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뜨거운 김을 먼저 코에 대고 살살 목 넘김을 한 후 천천히 수저를 든다. 또한 쑥애국도 좋다. 봄철 갓 나온 쑥으로 끓인 애국은 보리애국과 더불어 봄철 남도 밥상의 최고 진미였다. 특히 홍어애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숙취 후 간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이기에 심혈관에도 좋은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골다공증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만 위가 약한 사람은 지나치게 삭힌 홍어보다 싱싱한 홍어가 더 좋다.

매년 5월, ‘홍어의 성지’라 불리는 나주 영산포에서는 흑산도 홍어와 나주 한우가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 영산강 변에 유채꽃, 양귀비꽃이 만발할 때면 여지없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홍어 애호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날만은 귀한 흑산도 홍어와 한우를 실속있게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행사를 주관하는 나주시는 전국 관광지의 고질적인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지역 상인들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남도가 자랑하는 손끝 민심을 홍어 맛처럼 톡 쏘게 발휘하여 영산포가 다시 한 번 홍어의 본고장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바로 남도 음식 문화가 그렇다. 부족하다면 자꾸 퍼준다. 가격표는 소용없다. “아따, 많이 잡숫시오” 하며 또 퍼준다. 그래서 남도 음식은 후한 인심과 손맛이 한데 버무려져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올해는 5월 22∼24일까지 열린다. 모처럼 내 고향 영산포를 찾아야겠다. 가는 길에 나주 곰탕도 맛보고 홍어도 한 점 맛봐야겠다. 옛날 유난히 홍어를 좋아하신 우리 아버지, 홍어 한 점에 막걸리 한 대접 잡수시고 손등으로 입가를 쓱 닦으시며 “이랴!” 뿌사리 앞세워 들로 나가시던…. “아버지, 5월 유채꽃 필 무렵 영산포 홍어축제에 구름 타고 오세요. 이 아들이 흑산도 홍어 한 마리 간간하게 썰어 놓을게요.”

김재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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