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보증수표였는데…"학비 반값 할인합니다"

'억대 연봉 보증수표'라 불렸던 미국 유명 대학 경영대학원(MBA)들이 수업료 면제 등을 내세우며 학생 모집에 나섰다. 지원자 급감에 따른 '파격 세일'이라는 평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경영대학원들이 학비를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파격 혜택을 내걸며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대학은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전문 학위 과정을 신설하고, 학업을 재개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빚 없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제안하며 지원생 모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퍼듀대 미치 대니얼스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할인 혜택을 제공해 많은 학생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 가을 학기에는 수업료를 40% 인하한다. 48학점 과정의 수업료는 타주 학생의 경우 6만달러에서 3만6000달러로 낮아진다. 퍼듀대가 위치한 인디애나주 거주 학생은 3만5000달러다.
UC 어바인 캠퍼스의 폴 메라지 경영대학원은 온라인 및 야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수업료의 경우 가을 학기부터 최대 38%(3만달러~4만8000달러)까지 인하한다. 더불어 인공지능(AI)과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커리큘럼도 제공한다.
존스 홉킨스 캐리 경영대학원은 올봄 메릴랜드주 대학을 졸업하고 올가을 금융이나 의료 경영과 같은 특화 석사 프로그램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50% 장학금을 준다고 내걸었다.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 올린 경영대학원은 AI로 인해 경력에 영향을 받은 전문가들을 위해 1만달러 장학금을 제공한다. AI로 인해 해고되거나 직장에서 AI가 빠르게 도입되어 재교육이 필요한 경우를 포함한다. AI로 인해 전공 분야가 급격하게 변화했음을 깨달은 졸업 예정자도 장학금 신청 자격이 될 수 있다.
학자금 지원을 받는 경영학 대학원생 수도 급증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대학원 경영 입학 위원회(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Council, GMAC)에 따르면 10년 전 48%였으나 지난해 62%로 높아졌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성적 우수 장학금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신입생의 47%가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는 10년 전 32%보다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런 파격적인 할인이 이뤄지는 건 MBA의 인기가 이전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MBA 수요는 채용 시장이 호황일 때는 줄고 불황일 때 늘어나는 반비례 성향을 띠었는데, 최근에는 AI 기술의 빠른 도입과 발전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직이나 학업을 위해 직장을 떠나기보다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년제 풀타임 MBA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
대학원 입학 컨설팅 업체 '마이 MBA 패스'의 설립자이자 뱁슨 칼리지 전 입학처장인 페티아 위트모어는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MBA를 2년간의 훌륭한 커리어 탐색기로 여겼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직장인들은 이를 안전한 베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며 직장에서 배우겠다'는 태도가 팽배해졌다"고 평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 비자 규제가 엄격해지고, 해외 유학생들이 떠나면서, 미국 내 경영대학원들의 지원서 접수 건수는 지난가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경영대학원들은 길고 비싼 전통적 학위 대신, 채용 시장에서 고전하는 근로자들을 겨냥해 유연하고 짧은 전문 학위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학비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할인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고등교육 컨설팅 회사인 에듀반티스의 공동 회장인 팀 웨스터벡은 "재정난에 직면한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기 위해 등록금을 대폭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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