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에 걸리지 않는 ‘투명 스테로이드’ 개발자, 59세 사망

김세훈 기자 2026. 5. 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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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아널드. 디애슬레틱

미국 스포츠계를 뒤흔든 BALCO 금지약물 스캔들의 핵심 인물 패트릭 아널드가 별세했다. 향년 59세.

미국 언론 디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화학자 출신 아널드는 지난 13일 미국 코네티컷주 길퍼드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정확한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널드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스포츠계를 강타한 BALCO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당시 도핑 검사에 적발되지 않는 스테로이드 ‘THG(tetrahydrogestrinone·The Clear)’를 개발했다. 이 약물은 혀 아래에 떨어뜨리는 액상 형태로 사용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BALCO 연구소를 통해 유명 선수들에게 공급됐다.

BALCO는 1980년대 빅터 콘테가 설립한 연구소다. 미국 연방수사 과정에서 BALCO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미국 스포츠계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스캔들로 번졌다.

이 사건에는 메이저리그 홈런왕 배리 본즈와 제이슨 지암비, 육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매리언 존스, NFL 선수 빌 로마노프스키 등 유명 선수들이 연루됐다. 배리 본즈는 대배심 조사 과정에서 ‘크림과 클리어’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크림’은 테스토스테론 기반 약물이었고, ‘클리어’는 아널드가 만든 THG였다. 당시 본즈는 해당 약물이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아널드는 2006년 스테로이드 유통 공모 혐의로 징역 3개월과 가택연금 3개월을 선고받았다. BALCO 설립자 콘테 역시 징역 4개월을 복역했다.

아널드는 이후에도 자신을 “연방정부의 표적이 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적발되지 않는 약물을 만든 사람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표적이 됐다”며 “연방정부에 맞서 싸울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아널드는 과학 연구 자체에 강한 집착을 가진 인물이었다. 형제들은 “그의 관심은 과학 자체였고 정치적 문제는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널드는 뉴헤이븐대를 졸업한 뒤 일리노이에 연구소를 세우고 다양한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계열 물질을 개발했다. 그는 특히 근육 성장과 보디빌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얻었다.

1990년대 말 메이저리그 홈런 경쟁 시대와 함께 그의 이름도 급부상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가 1998년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경신했을 당시 사용했던 안드로스텐디온 역시 아널드가 미국 내 대중화에 기여한 물질이었다. 해당 물질은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MLB에 의해 금지됐다. 아널드는 이후 케톤 식이요법과 간질, 근감소증, 노화 연구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유족은 “BALCO 사건 이후에도 정부 단속에 대한 악몽에 시달렸지만 연구를 멈추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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