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에서 식물이 터져 나왔다"…신경다양성 내세운 '판타지+미스터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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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잔'은 거대 재난과 살인 수사를 한 무대에 올려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맞물리게 한 장편소설이다.
한밤중 한 시신 안에서 목질의 덩어리가 폭발하듯 솟아오르며 사건이 열리고, 수사는 바깥 자극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예민한 조사관 아나 돌라브라와 읽기에 어려움을 안고도 장면을 통째로 붙드는 보조 딘에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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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오염된 잔'은 거대 재난과 살인 수사를 한 무대에 올려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맞물리게 한 장편소설이다.
첫 장면부터 섬뜩하다. 한밤중 한 시신 안에서 목질의 덩어리가 폭발하듯 솟아오르며 사건이 열리고, 수사는 바깥 자극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예민한 조사관 아나 돌라브라와 읽기에 어려움을 안고도 장면을 통째로 붙드는 보조 딘에게 넘어간다.
작품의 힘은 익숙함과 이질감의 결합에서 나온다. 괴팍한 천재와 젊은 동행이라는 탐정 서사의 뼈대 위에 식물과 균류가 생명을 뒤틀어 놓는 세계를 겹쳐 놓으면서, 사건의 감각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소설 속에서 국경 바깥은 늘 위태롭다. 비가 길게 이어지는 계절이면 '레비아탄'이라는 초대형 존재가 공동체를 흔들고, 제국은 괴수의 혈액을 활용한 '서블라임' 체계로 계산력과 기억력 같은 능력을 시민 몸에 이식한다.
그래서 소설의 질문은 범인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바깥의 적 앞에서 국가는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지, 다수의 안녕이라는 말이 언제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지,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분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끈질기게 건드린다.
베넷은 이번 책으로 국내 독자와 처음 만난다. 그는 여러 장르 문학상을 받았다. 번역은 서울대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한 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해 온 이나경이 맡았다.
△ '오염된 잔'/ 로버트 잭슨 베넷 지음/ 이나경 옮김/ 52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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