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전용기 겨우 올라탄 황 사장, 이번엔 中 뚫을까
젠슨 황, 트럼프 방중단 ‘패싱’에 전화로 읍소
이미 뜬 전용기 세워 알래스카에서 겨우 탑승
‘매출 0’ 中 재진출 숙원...미중, ‘H200’ 제동
“習에 직접 요청”...양국 증시 일제히 최고가
‘한미 우호’ 밴플리트상도...정치 계산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중국 베이징에서 9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좌하기로 한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천신만고 끝에 방중 대표단에 합류했다.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 수출이 번번이 좌절된 가운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직접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서 중국의 역할이 대두한 만큼 양국이 AI 칩 분야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볼 것이라고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재임 때인 2018년 제임스 매티스 당시 장관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국방부 수장이 중국을 찾는 사례로 남게 됐다. 더욱이 현직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한 것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방중 때 이후 54년 만이다.
기업 가운데 테슬라의 경우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허가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페이스X도 우주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중국 태양광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인 데다 주요 생산 기지이기도 하다. 보잉은 ‘737 맥스’ 여객기 500대와 광동체 제트기 수십 대가 포함된 대규모 계약 협상을 중국과 진행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2017년 이후 중국이 보잉에 발주한 최대 규모의 주문이 된다.
이들 외에는 수행단에 뒤늦게 합류한 황 CEO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은 애초 11일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황 CEO는 방중단 명단에 없다고 보도했다. 황 CEO가 그간 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에 공을 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보도였다. 실제 황 CEO는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합동기지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이륙할 때까지 동행하지 못했다.
그러다 하루가 지난 12일 뉴욕타임스(NYT)는 황 CEO가 알래스카에서 전용기에 결국 탑승했다고 전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빼고 출발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황 CEO가 현재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있다”며 “위대한 황 CEO가 시 주석에게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국 시장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바로 전날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 수출 문제도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황 CEO의 끈질긴 로비의 성과였다.
그러자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 전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연방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10월 29일 X(옛 트위터)에 “적성국에 최신형 첨단 AI 칩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행정부에 전달했다”는 글을 올렸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의원 11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합의를 빌미로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AI 칩 수출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뒤인 31일 녹화돼 11월 2일 방영된 CBS 인터뷰에서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들을 팔도록 엔비디아를 허락할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최첨단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엔비디아와 그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러다 지난해 12월 8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엔비디아의 H200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블랙웰과 ‘루빈’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과 비교하면 당연히 성능이 뛰어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14일 엔비디아 H200의 대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은 H200의 대중국 수출 승인의 전제 조건 자체를 없애버렸다. 미국 행정부도 H200의 대중국 수출 물량을 업체당 7만 5000개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반출 허가제까지 모색했다. 엔비디아는 결국 중국 수출용 칩 H200의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생산 설비를 H200에서 차세대 칩 ‘베라 루빈’용으로 전환했다.
엔비디아는 2월 25일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 때도 중국 시장 실적은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고객사를 위한 소량의 H200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매출을 내지 못했다”며 “중국으로 수입이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데이비드 피터스 상무부 차관보도 같은 달 24일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H200이 중국에 아직 판매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포기 상태였던 중국 시장 매출이 황 CEO의 방중 수행단 동행으로 불씨가 살아남에 따라 미중 양국의 증시도 크게 솟구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3일 전 거래일보다 0.67% 상승해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황 CEO의 방문 소식에 AI 칩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벤처·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결과였다.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기술주의 상승에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높게 나왔다는 우려에도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는 2.29%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밴 플리트상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자는 취지로 1995년 제정됐다. 역대 수상자로는 지미 카터·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BTS 등이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인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납품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특히 지난해 10월 말 ‘APEC CEO 서밋’ 행사를 계기로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에 총 26만 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돈독하게 했다. 황 CEO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 무대에 나란히 오른 뒤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맥주 회동을 갖기도 했다. 황 CEO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9월 28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과 함께 열린다.
김 회장은 “황 CEO가 이번 수상 사실을 무척 영광스럽게 받아들였고 한국과의 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은 한미 AI 역량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가 중국에서 어떤 성과를 안고 돌아올지에 따라 이번주 미국과 중국의 증시 향방도 다소 달라질 수 있게 됐다. 눈에 드러나는 사실은 양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 재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조심스러워 하는 반면 두 나라의 기업들과 시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중국 진출 여부는 결국 올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내년 4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의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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