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여행기자로 살겠다는 결심은, 아마도 이 질문과 평생 동거하겠다는 다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행사장에서, 인터뷰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사석에서 인사, 그다음의 문장으로 어김없이 날아오는 질문. "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제일 좋은 여행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예산이 정해지는 순간, 비로소 답이 생길 뿐이다. <트래비>를 만드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Q 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A 강화송 기자
100만원 이하
대한민국 부여 Buyeo, Korea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충청남도 부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여행지다.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도, SNS 피드 메인을 채울 만한 그림도 드물다. 대신 천천히 걷기 좋은 길, 소란스럽지 않은 적막, 그리고 생각보다 깊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있다. 국립부여박물관과 궁남지, 부소산성만 천천히 돌아봐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수도권에서는 당일치기도 가능한 거리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롯데리조트 부여'를 추천한다. 바로 건너편 롯데아웃렛이 위치해 쇼핑하기도 좋다. 부여에는 규암 공예마을, 백마강 수륙양용 시티투어 버스, 신동엽 시인의 생가, 송정 그림책 마을, 가림성, 무량사, 서동요 테마파크 등 굵직한 볼거리가 의외로 많다. 예로부터 평야가 발달해 쌀이 풍부했기 때문에 맛집도 유별나게 가득하다. 부여에서 가장 유명한 국숫집인 '장원막국수'에서는 반드시 목삼겹으로 만든 편육 반접시를 주문해 충청도 특유의 희멀건한 배추김치에 싸 먹어 봐야 한다. 짜지 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한상 가득 반찬이 차려지는 '삼정식당'의 파불고기도 빠질 수 없는 명물. 해가 저물면 2010년에 개장한 백제문화단지 밤 산책을 추천한다. 4월부터
11월까지, 주말마다 야간개장을 진행하는데 하필 롯데리조트 부여 앞쪽에 위치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100~200만원
중국 쑤저우 Suzhou, China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행지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중국 '상하이'겠다. 문제는 이거다. 상하이는 물가가 정말 비싸다.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단 30분만 달리면 '쑤저우'가 나온다. 고대 운하가 그물처럼 얽힌 곳이자, 사방에 유난히 녹음이 가득한 정원의 도시. 도심인 상하이와는 전혀 상반된, 고즈넉한 매력을 가진 곳인데 물가도 참 차분하다. 쑤저우는 춘추전국시대 당시 오나라의 수도였고, 이후 수나라에 들어서 대운하를 개통하며 중국 본토 물류와 문화의 거점이 됐다. '하늘 위에는 천당, 땅 위에는 쑤저우와 항저우'라고 꼽힐 만큼 풍경이 아름다워 중국 내에서는 유명한 관광 도시다. 쑤저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고전 정원'인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졸정원(拙政)과 유원(留)은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 중국 내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 도시인지라,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 선택지도 다양한 편이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거리로 꼽힌 산탕제(山塘街), 쑤저우 박물관, 자수 박물관 등 도시를 골고루 둘러본다면 3박 정도면 충분하다. 외식 물가도 상당히 저렴한 편.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200~300만원
카자흐스탄 알마티 Almaty, Kazakhstan
'카자흐스탄을 간다고?', 이 여행의 핵심은 바로 이런 반응이다. 알마티는 다소 설명이 필요한 도시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이자, 유라시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도시. 수도를 옛 아스타나(Astana) 지역, 그러니까 '누르술탄(NurSultan)'으로 옮기기 전까지,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중심지였다. 이제 여행지로서 알마티를 설명하자면 놀랍도록 합리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곳인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장대한 자연 풍경이다. 알마티에서 차로 한 3시간 정도를 달리면 차린캐니언(Charyn Canyon)이라는 곳이 등장한다. 이곳은 지면에서 150~300m 깊이로 패인 협곡이 무려 154km에 달하는 길로 형성되어 있다. 대략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런 협곡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과거 지각 변동이 있었고, 그 자리에 강물이 흘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여행자에게 허락된 2.5km 길이의 트레킹 코스는 반드시 걸어 봐야 하는 하이라이트. 우리나라에서 알마티까지 직항을 운행 중이고,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비행시간이 싱가포르와 비슷해 접근성이 의외로 괜찮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300만원 이상
호주 브리즈번 Brisbane, Australia
호주 퀸즐랜드의 주도인 브리즈번은 그 어떤 것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도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브리즈번의 인상을 두고 뚜렷함이 없는 곳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도심 정중앙을 가르는 브리즈번강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이따금 거리 곳곳에 피어 있는 보랏빛 자카란다(Jacaranda). 삶의 느긋함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에게 최적의 도시. 참고로 브리즈번은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브리즈번의 여유로움은 사실상 날씨가 큰 몫을 한다. 1년 365일 중 300일이 맑으니, 거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괜히 기분이 좋다. 사우스뱅크(South Bank)의 강변 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인공 해변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브리즈번 현대미술관(GOMA)은 남반구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다. 브리즈번의 남쪽으로 1시간 정도만 달리면 골드코스트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모래섬인 '모튼섬'도 함께 들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브리즈번은 물가가 높고 항공권도 비싼 편이라 '가성비'를 논하긴 어려운 여행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고른 이유는, '잘 쉬었다'라는 여행의 단순한 감각을 가장 선명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Q 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A 이성균 기자
100만원 이하
대한민국 해남 & 진도 Haenam & Jindo, Korea
한국 땅끝에 자리한 해남과 진도는 마음먹고 떠나야 할 만큼 멀지만, 그만큼 깊고 느긋한 여름휴가를 약속하는 곳이다. 두 지역을 조합하면 시원한 바다와 다채로운 볼거리로 꽉 찬 휴가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 바다를 낀 근사한 리조트와 호텔은 덤이다. 해남 여행의 시작은 단연 '땅끝'이다. 땅끝전망대에서 귀여운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에 올라 다도해의 풍광을 담고, 땅끝송호해수욕장과 미황사, 포레스트수목원 등으로 여정을 이어 가면 된다. 특히 6~7월이면 수목원은 알록달록한 수국이 만발한다. 해남에서 진도로 넘어가는 길목, 울돌목에서는 명량대첩의 웅장한 역사가 숨 쉬고 있다. 명량해상케이블카에 올라 진도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뷰를 감상하고, 유리 바닥으로 된 울돌목 스카이워크도 걸어 본다. 4~6월 아침, 운이 좋다면 뜰채 하나로 거센 회오리 물살 속 숭어를 낚아채는 어부의 퍼포먼스도 볼 수 있다. 진도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휴식이 기다린다.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의 숨결이 깃든 운림산방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하고, 근처 구름숲아토리에서 커피의 깊은 향에 빠져 본다. 아이와 함께라면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꼬물거리는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다. 마지막으로 짙푸른 가계해수욕장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캠핑의 낭만을 즐긴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100~200만원
일본 나가사키 Nagasaki, Japan
세계의 물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일본 여행은 여전히 안전한 탈출구가 돼 주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를 벗어나면 더욱 그렇다. 깊은 여운을 안겨 주는 입체적인 도시가 필요하다면 나가사키를 기억하자. 17~19세기 에도 막부의 쇄국 정책 아래서도 이곳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중국을 향해 문을 열어 두었던 교역의 요충지였다. 오랜 교류의 역사는 도시 곳곳에 다채롭고 이국적인 정취를 뿌리내리게 했다. 이러한 역사 덕분에 이국적인 글로버 가든과 데지마, 중화권 분위기의 절과 차이나타운 등 여행할 거리도 많다. 슈가로드가 탄생시킨 일본식 카스텔라와 화교의 문화가 녹아든 나가사키 짬뽕 등 지역의 미식도 빠트릴 수 없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대지의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운젠 온천이 기다린다. 자욱한 수증기와 강렬한 유황 냄새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운젠 지옥은 1,300년 역사를 품은 쉼터이자, 고양이들마저 늘어지게 눕게 만드는 따스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낭만 이면에는 결코 잊어선 안 될 묵직한 상흔이 자리한다. 1945년 8월9일,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을 되짚어 보는 다크투어리즘은 나가사키 여행의 또 다른 축이다.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와중에도 기적처럼 한쪽 다리로 꿋꿋하게 버티고 선 '외다리 토리이', 우라카미 천주당의 거대한 잔해 등 피폭 유적들은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침묵으로 증명하고 있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200~300만원
인도네시아 발리 Bali, Indonesia
3고 시대에도 발리 자유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이다. 여행하기 딱 좋은 7~8월은 성수기인데도 항공료는 80~100만원으로 형성돼 있고, 4~5성급 호텔도 10~30만원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다른 유명 여행지와 비교해 확연히 저렴한 현지 물가(외식·관광택시 등)도 장점이다. 게다가 제주도의 3배가 넘는 거대한 섬이라 하루하루 지역을 바꿔가며 새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쉼과 이국적인 문화를 원한다면 최남단의 웅가산과 동쪽의 카랑아셈이 좋겠다. 먼저 웅가산은 깎아지른 절벽과 에메랄드빛 멜라스티 해변이 눈부신 조화를 이룬다. 70m 절벽 끝에 자리한 울루와투 사원에서 거센 파도와 붉은 일몰을 마주하면 압도적인 자연에 마음을 뺏긴다. 절벽 위에 둥지를 튼 풀빌라 또한 여행자의 로망을 채워 주는 낙원이다. 활화산 아궁산이 솟아 있는 카랑아셈은 옛 왕국의 신비로운 유적이 있는데, 렘푸양 사원과 왕들의 물놀이터였던 띠르따 강가에서는 잊지 못할 인증숏도 남긴다. 또 일상과의 완전한 단절을 지향하는 럭셔리 리조트 '아만킬라'에 머물며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쉴 수 있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300만원 이상
헝가리 부다페스트 Budapest, Hungary
우리와 유럽의 색감은 결이 다르다. 그 차이에서 오는 감성을 잊지 못해 2~3년에 한 번은 가게 된다. 지금이라면 조금이나마 가깝고, 물가도 저렴한 동유럽, 도시는 선명하고 짙은 색채로 여행자의 마음을 꾀는 부다페스트가 좋겠다. 색깔과 거리가 먼 온천도 이곳에서는 달랐다. 11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체니 온천은 물만 좋은 게 아니라 노란색 건물과 옥색 탕의 건축미가 돋보인다. 긴 비행시간의 피로를 달래 주는 상큼한 비타민처럼 말이다. 또 다른 색은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의 웅장한 금빛 천장,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다뉴브강, 세체니 다리가 어우러진 황금빛 야경이다. 부다페스트를 상징하는 황홀한 모습들이다. 발걸음을 돌려 현지인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면 머르기트 섬의 싱그러운 초록빛이 여행자에게 쉼표를 건넨다. 잔디밭이 제집인 것처럼 벌러덩 드러눕는 그들의 느긋함은 금세 여행자에게도 기분 좋게 전염된다. 미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빨간색도 빼놓을 수 없다. 도심 상공을 맴도는 빨간 열기구, 그 아래서 먹었던 매콤한 파프리카를 듬뿍 넣은 굴라쉬와 파프리카쉬 등 헝가리 전통 음식도 입맛에 딱 맞았다. 수목원을 연상케 하는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과 낮은 색온도로 감미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식당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Q 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A 곽서희 기자
100만원 이하
대한민국 삼척 Samcheok, Korea
강원도 삼척은 동해안의 이름난 도시들 사이에서 가장 늦게 호명되는 곳이다. 강릉처럼 세련된 카페 거리가 줄지어 있지도, 속초처럼 시장통의 활기로 들썩이지도 않는다. 대신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투박한 해안선과 소란스럽지 않은 적막, 그리고 강원도의 깊은 산세가 있다. 누군가 내게 국내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마다 매번 이 이름을 꺼내게 되는 이유다. 수도권에선 제법 거리가 있지만, 100만원이라는 예산 안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평온을 누리고 싶다면 '쏠비치 삼척'이 정답이다. 리조트 전체가 그리스 산토리니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해양레일바이크부터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이사부사자공원, 나릿골감성마을, 수로부인헌화공원까지 굵직한 볼거리도 의외로 많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단 하나의 스폿도 빠짐없이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 한 번의 방문만으로도 삼척시가 관광에 얼마나 진심을 담아 공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쓰고 보니 삼척시 홍보대사 같은 문구지만, 어떠한 이해관계도 섞이지 않은, 100% 필자의 솔직한 후기다. 예로부터 바다와 산이 맞닿아 식재료가 풍부했기에 노포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작한 국물에 채소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물닭갈비나, 곰치국으로 이름난 '만남의 식당'이 내어 주는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은 결코 실패가 없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100~200만원
대만 가오슝 Kaohsiung, Taiwan
이 세상에 '착한 여행지'라는 정의가 있다면, 지금의 대만 가오슝은 그 명단 맨 윗줄에 놓여야 마땅하다. 기사를 작성 중인 4월 현재, 5월 중순 인천-가오슝 직항 노선이 26만원대라는 믿기 힘든 가격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유류할증료 탓에 해외여행 계획을 접어야 했던 이들에게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닌, 기어이 떠나라는 다정한 부추김이다. 물가 또한 타이베이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착하다'고 체감된다. 대도시가 주는 세련됨은 덜할지 몰라도, 숙박비부터 식비까지 전반적인 비용이 타이베이보다 훨씬 저렴하게 형성돼 있어 지갑 사정이 한결 여유롭다. 실제로 2주 전에 다녀왔는데, 매 끼니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훌륭한 만찬이 가능했더랬다. 특히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뷔페식 아침 식사는 놓치지 말아야 할 백미다. 우리나라의 한식 뷔페처럼 원하는 반찬을 마음껏 골라 담을 수 있는 이 소박한 식탁은, 믿기지 않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훌륭해 대만족. 100~200만원 사이의 예산은 가오슝에서 결코 부족한 자금이 아니다. 야시장의 산해진미를 가격표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다는 점도 군침 돌게 만드는 요소다. 볼거리 역시 섭섭지 않다. 버려진 창고 단지를 예술가들의 숨결로 채운 보얼예술특구나 압도적인 정적을 선사하는 불광산만 천천히 돌아봐도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래도 아쉽다면 기차에 몸을 싣고 타이난, 타이동 등 남부의 보석 같은 소도시들로 여정을 넓혀 봐도 좋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200~300만원
싱가포르 Singapore
'안전한 파라다이스'. 수차례 싱가포르를 방문한 결과, 이 나라의 매력은 결국 이 수식어로 귀결된다. 정갈하게 정돈된 거리와 빈틈없는 치안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혼행족'들에게도 망설임 없는 선택지가 된다. 익스트림한 경험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도 추천. 유니버설 스튜디오부터 센토사섬의 온갖 액티비티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놀이터는 없다. 특히 올해는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아시아 최초의 '마인크래프트' 몰입형 체험관이 들어서고, 디즈니 크루즈 라인의 신규 크루즈 론칭 소식까지 더해지며 놓치기 아까운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완벽한 도시에도 치명적인 복병이 하나 있으니 바로 '살인적인 열기'다. 야외 스폿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동남아시아 특유의 습한 열기가 온몸을 짓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뜨거운 땀을 식혀 줄 루프톱 수영장의 사치스러운 평온과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몽환적인 야경. 이 모든 '싱가포르다운 럭셔리'가 기어이 그 고생을 보상하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기준 티웨이항공이나 제주항공 같은 LCC(저비용 항공사)를 활용하면 항공권 가격을 50만원대로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한 매력 포인트.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300만원 이상
캐나다 밴쿠버 Vancouver, Canada
밴쿠버는 사실 가성비와는 거리가 좀 있는 도시다. 현지 물가는 캐나다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고, 외식할 때마다 따라붙는 팁 문화는 여행자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를 리스트에서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모든 비용을 기꺼이 납득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빽빽한 빌딩 숲 뒤로는 언제나 산이 있고, 몇 걸음만 옮기면 바다가 이어진다. 도심 공원들은 마치 한국의 편의점만큼이나 흔한데, 그 규모와 정돈된 상태를 보고 있노라면 이 도시가 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자주 꼽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냥 작정하고 힐링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같달까. 물론 이 비싼 도시에서도 영리하게 예산을 아끼는 방법은 있다. 밴쿠버 여행의 핵심인 스탠리 파크나 그랜빌 아일랜드 같은 명소들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고, '컴패스 카드(Compass Card)'를 활용하면 대중교통 비용이 절약된다. 여름 성수기에서 살짝 벗어나면 항공권과 숙박 비용도 눈에 띄게 낮아진다. 작년 7월부터는 티웨이항공이 인천-밴쿠버 직항 노선을 운항하며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Q 기자님,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A 남현솔 기자
100만원 이하
대한민국 남해 Namhae, Korea
남해는 동해와 서해가 갖지 못한 쪽빛 바다를 품은 채 사계절 다른 매력을 뽐내는 여행지다. 봄이면 바다를 마주한 계단식 논에서 유채꽃과 벚꽃이 동시에 피어난다. '다랭이 마을 전망대'에 오르면 그 장관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선조들이 한 뼘이라도 더 넓은 농지를 얻으려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은 제각각인 모양새 덕에 오히려 자연스럽다. 여름에는 약 300년 전 마을 사람들이 조성한 '물건리 방조어부림'을 가 보자. 10~15m의 나무들이 만든 그늘 사이 데크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풀을 헤치고 나타나는 숨겨진 해변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을, 특히 9월 말에는 붉은 꽃무릇이 카펫처럼 드넓게 피어나는 '남해군 힐링 국민 여가 캠핑장'을 추천한다. 뒤로는 숲,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는 전망은 낭만을 더한다. 남해도 겨울에는 춥다. 편집숍 겸 카페 '기록의 밭'에서 시간을 보내 보길 바란다. 바다 유리로 만든 액세서리와 남해의 자연을 담은 엽서들 사이에서 천천히 손을 뻗다 보면 시간이 간다. 시그니처 메뉴인 유자 셔벗은 남해 유자의 향긋함을 품고 있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100~200만원
일본 구마모토 Kumamoto, Japan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다면 어떨까. 일본 구마모토가 딱 그런 도시다. 건물 외벽부터 과일 포장지, 편의점 진열대까지 마스코트 캐릭터인 볼 빨간 검은 곰 '구마몬'으로 뒤덮여 있어 귀여운 분위기가 어디서든 피어난다. 숨은 구마몬 찾기가 아니라 드러난 구마몬 피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 구마몬 소품을 집에 데려가고 싶다면 '구마몬 스퀘어'로 향하면 된다. 테마파크의 랜드마크처럼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건축물 '구마모토성'도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시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저녁에는 라이트업도 진행하니 야경도 놓치지 말자. 취향에 맞춰 가기 좋은 테마 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성 바로 아래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에는 구마모토 특산물을 재료로 한 먹거리 가게와 기념품 상점 23개가 줄지어져 있다. 구마몬 모양의 구마몬빵, 말고기 멘치카츠, 말차 아이스크림 등 지나치기 어려운 간식이 가득하다. 밤에는 18개 포장마차가 늘어선 '야타이무라'를 추천한다. 구마모토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겨자연근과 말고기 요리, 사케를 곁들이면 배도 마음도 풍족하게 불러온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200~300만원
태국 푸껫 Phuket, Thailand
푸껫 여행은 바다 없이 말할 수 없다. 빠똥, 카론, 까따 해변은 푸껫 여행을 한 번쯤 계획했다면 누구나 들어 봤을 장소들이다. 문제는 사람도 너무 많고 이미 유명하다는 것. 트래비 독자들만큼은 덜 알려진 해변으로 가서 휴양 분위기와 푸껫만의 감성을 느끼길 바란다. 먼저 투명한 바닷속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야누이 비치'를 추천한다. 맨눈으로도 물고기가 보일 만큼 맑은 수질에, 정면으로는 코만 섬이 둥그렇게 떠 있고 양옆으로 프롬텝 곶과 윈드빌 전망대가 해변을 감싸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다. 거친 파도 위 서핑을 좋아한다면 '나이한 비치'가 제격이다. 670m의 올곧은 해안선을 따라 야자수가 늘어서고, 맞은편으로 하얀 호텔 건물과 풍차가 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룬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이안류가 강해 수영하는 대신 풍경을 즐기는 편이 낫다. 현지인과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라와이 비치'만한 곳이 없다. 일출을 볼 수 있고, 색색의 보트들이 둥둥 떠 있는 선착장 풍경도 독특하다. 여행 첫날 혹은 마지막 날에는 '마이카오 비치'로 가 보자. 푸껫 국제공항 바로 옆 해변으로, 10~30분에 한 번씩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감상할 수 있다. 수영은 위험하니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300만원 이상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Cappadocia, Türkiye
지금까지 가 본 곳 중 가장 지구 같지 않은 풍경을 꼽으라면(?), 단연 카파도키아다. 사진이나 영상의 화질이 급이 다르게 향상됐다 해도, 이 풍경은 차마 다 전달될 수 없다.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면 버섯부터 하트까지 각기 다른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 예르지예스 화산은 카파도키아의 중심이다. 수천 년 전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 굳은 응회암 지형은 손으로 파낼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웠고, 종교 박해를 피하던 초기 기독교인들은 그 암벽을 파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지금도 '괴레메 야외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응회암 집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동굴 호텔에 머물러 보자. 창이 작아 어두워도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 일출 무렵 열기구들이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이기 때문. 수많은 열기구들이 떠오르는 해와 함께 방울방울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0분으로, 온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골든아워는 그보다 짧다. 조식으로는 꿀과 카이막을 바른 빵, 그리고 치즈와 우유를 절대 빼놓지 말자. 튀르키예 자체가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라 유제품의 고소한 풍미가 뛰어나다.
가성비 ★★★☆☆ 설렘 ★★★★★
수고로움 ★★★★☆ 과시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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