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글로벌 포커스] 美 국채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5% 돌파…월가 덮친 ‘전쟁 쇼크’

이윤형 기자 2026. 5. 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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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고유가 충격에 美 30년물 입찰금리 19년 만에 5% 돌파
인플레·재정적자·국채폭탄 겹쳐…월가 “채권시장이 경고 보내는 중”
주담대·회사채·증시까지 흔들 가능성…‘5% 마지노선’ 현실화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금리가 19년 만에 다시 5%를 넘어섰다.(출처=제미나이)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금리가 19년 만에 다시 5%를 넘어섰다. 단순한 채권시장 변동이 아니다. 중동 전쟁과 에너지 쇼크,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지출,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미국 장기금리 임계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50억달러 규모로 진행된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5.046%로 결정됐다. 미국채 30년물 입찰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곧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장기국채가 19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 수준에서 팔렸다는 의미다.

◆ "전쟁은 유가만 올리는 게 아니다"…채권시장 덮친 중동 쇼크

시장 충격이 더 큰 이유는 금리 상승 배경 때문이다. 단순한 경기 회복 기대가 아니라 '전쟁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급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바로 미국 물가를 자극했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6.0% 올라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다시 깨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채 30년물 5% 의미는

30년물 금리는 단순한 국채 금리가 아니다. 미국의 3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우량 회사채, 장기 투자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즉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인의 주택 구매 비용 증가, 기업 자금조달 부담 확대, 성장주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AI 랠리로 급등했던 미국 기술주 시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뉴욕 월가에서는 "지금 시장은 연준(Fed)보다 채권시장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 문제는 '전쟁+부채'…미국 재정 흔드는 이중 압박

이번 금리 급등의 또 다른 핵심은 미국의 재정 우려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군사·외교 비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 국가부채는 36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폭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이제는 국채를 너무 많이 찍어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장기국채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던 중국과 일본의 매수 여력도 예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 "5% 넘으면 파멸의 문 열린다"

월가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채 30년물 금리 5%를 '마지노선'으로 규정했다.

그는 "장기금리가 5%를 돌파하면 시장의 파멸(doom)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달러와 미국채에 대한 신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과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미국채 시장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자금 흐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AI 랠리·증시 최고치 속 "진짜 위험은 채권시장"

흥미로운 점은 뉴욕증시가 여전히 AI 기대감 속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주식보다 더 위험한 곳은 채권시장"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 미국 장기금리 급등은 여러 금융위기의 전조 역할을 해왔다. 1994년 채권시장 쇼크,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 붕괴 전조 역시 장기금리 급등이 먼저 나타났다.

결국 시장은 지금 'AI 낙관론'과 '전쟁발 인플레이션 공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동전쟁이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미국의 금리·부채·달러 시스템까지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30년물 5% 돌파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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