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OBA 2026서 확인했다, 'AI'가 바꾼 방송·미디어 환경
AI, 미디어 제작의 보조 도구에서 산업 인프라로 확장
콘텐츠 자산화·스튜디오 자동화·다국어 현지화가 전시의 핵심 축으로 부상
트위그팜·퍼셉트·STRA·하이크비전, 현장에서 보여준 미디어 기술의 다음 단계

국내 최대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전시회인 ‘KOBA 2026’이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KOBA는 방송 장비 중심 전시에서 출발해 디지털 전환, 1인 미디어, OTT, XR, VFX를 거쳐 이제 AI 기반 제작 환경을 전면에 내세우는 산업 전시회로 확장됐다.


특히 올해 전시에서 눈에 띈 변화는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콘텐츠의 보관, 검색, 제작, 현지화, 배급, 공간 운영까지 연결하는 ‘미디어 인프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에 테크42는 KOBA 2026 현장에서 트위그팜, 퍼셉트, STRA, 하이크비전 등 4개 기업의 부스를 찾아 AI 시대 미디어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KOBA 2026 현장에서 만난 트위그팜은 미디어 인텔리전스 플랫폼 ‘레터웍스(LETR WORKS)’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트위그팜이 다국어 현지화와 콘텐츠 수출 지원에 강점을 보여왔다면, 이번 전시의 초점은 한 단계 더 앞선 ‘미디어 자산화’에 맞춰졌다. 콘텐츠 제작사가 보유한 영상, 웹툰, 뉴스, 교육 콘텐츠를 단순 저장 파일이 아니라 AI가 이해하고 검색하며, 나아가 배급과 판매 과정까지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저희는 주로 콘텐츠 제작사를 위해 현지 수출을 돕는 서비스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제작사들이 티저 영상을 바이어에게 보낼 때 DRM을 어떻게 걸 것인지, 누가 얼마만큼 봤는지, 관련 파일을 어떻게 함께 전달할 것인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미디어 세일즈 킷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입니다.”

트위그팜이 강조한 또 다른 축은 ‘저장’과 ‘자산화’의 차이다. 많은 미디어 기업이 대량의 영상을 보관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활용 가능한 자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 이사는 “영상 속 장면, 대사, 등장인물, 주제, 분위기, 활용 가능성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임베딩하고 태그화해야 비로소 재검색과 재가공, 신규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지금 미디어 콘텐츠 자산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많아진 시대에는 그것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영상을 임베딩하고 태그화해서 AI가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저장해 놓는 것이 아니라, AI가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 놓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장에서 본 트위그팜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콘텐츠를 만들고, 보관하고, 검색하고, 현지화하고, 바이어에게 판매하는 과정이 분리돼 있던 기존 워크플로우를 하나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생성형 AI 시대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보유했는가’에서 ‘그 콘텐츠를 얼마나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바꿨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퍼셉트는 AI·로보틱스 기반 영상 제작 자동화 솔루션 ‘딥아이(DEEPEYE)’를 선보였다. 퍼셉트는 최근 기존 사명인 상화에서 이름을 바꾸고, 지난 19년간 축적한 로보틱스 미디어 기술을 솔루션과 플랫폼 형태로 체계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새 사명은 지각을 뜻하는 ‘Perception’과 개념을 뜻하는 ‘Concept’를 결합한 이름으로, 미디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공간과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식을 설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스에서 만난 이은규 퍼셉트 부사장은 딥아이를 ‘사람 없는 제작 시스템’으로 단순화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인간의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현장의 반복적이고 숙련 의존적인 작업을 데이터화해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완전하게 사람의 개입이 없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핵심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맡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저희 시스템에서는 스튜디오나 제작 환경 자체를 디지털 트윈화했고, 그 위에 오토메이션을 적용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제작 환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작 현장은 오랫동안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해 움직여 왔다. 어느 위치에 조명을 둘 것인지, 카메라를 어떤 각도로 배치할 것인지, 콘텐츠 성격에 따라 배경과 디퓨저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대부분 현장 경험으로 축적됐다. 문제는 이 경험이 사람에게만 머물 경우, 인력이 바뀌거나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다시 설명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퍼셉트는 이 암묵지를 수치화된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 딥아이의 중요한 의미라고 본다.
“첫 번째 단계는 제작 환경을 디지털 트윈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이 가진 암묵지 데이터를 실제 숫자로 된 데이터로 치환하는 작업을 2~3년 전부터 진행해 왔고, 이미 상당한 데이터가 쌓였습니다. 그 데이터는 다음 단계에서 가상 트레이닝을 거쳐 능동화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이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관리·감독은 사람이 하되, 의도를 입력하면 카메라 앵글이나 스튜디오 셋업이 자동으로 구성되는 단계로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더 복잡한 시스템이 대기업 현장에 들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약 30년 정도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디렉션을 주면, 실제 오퍼레이션은 젊은 운영자가 한 명으로도 전체 스튜디오를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바뀌면 교육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가 함께 사라졌지만, 이제는 지난해 사용했던 셋업을 다시 불러와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전체 셋업도 경우에 따라 30초 안팎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퍼셉트의 전시는 실제 촬영 공간, 로봇 장비, 조명, 카메라, 편집 흐름까지 묶는 물리적 제작 인프라의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결과물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면, 딥아이는 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스튜디오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STRA는 AI 더빙 플랫폼 ‘STRA Studio’를 소개했다. STRA는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오디오 AI 기술을 기반으로 AI 더빙과 AI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번에 공개한 STRA Studio는 기존 AI 더빙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한 2.0 버전으로, 사용자가 영상 파일을 업로드하면 AI가 번역, 음성 생성, 타이밍 배치 등을 거쳐 더빙 영상을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현장에서 만난 이장우 STRA 이사는 영상 업로드 이후 웹에서 더빙 결과물을 자동 생성하는 제작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웹 기반으로 이용, 32개 언어 변환을 지원한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영상을 업로드하면 더빙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툴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AI가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나 억양, 립싱크, 번역 방식 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별도 설치 없이 STRA.ai에 접속해 영상만 업로드하면 원하는 언어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32개 언어를 지원하는 기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장우 이사는 AI 더빙의 핵심을 번역, 타이밍, 음성 생성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영상 속 발화를 AI가 인식하고, 이를 목표 언어로 번역한 뒤, 실제 장면의 흐름에 맞춰 배치하고, 여기에 AI 음성을 입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TRA Studio는 원본 목소리를 복제하는 클론보이스를 선택할 수도 있고, 별도의 AI 보이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AI가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 받아 적고, 그 말을 영상의 타이밍에 맞게 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번역도 AI가 수행하고, 목소리 생성도 AI가 담당합니다. 목소리는 클로닝할 수도 있고, 클로닝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에 맞춰 더빙된 영상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희는 오디오 쪽 기술을 계속 해왔고, 다양한 사업과 팁스 과제도 수행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K-FAST 관련 사업을 통해 KBS나 MBC, 삼성 TV, LG TV에 공급되는 해외 방송 콘텐츠 더빙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해외로 방송되는 콘텐츠에 저희 기술이 적용됐고, 100시간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해 납품했습니다. 그로 인해 매출도 500%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AI 더빙 시장에서 STRA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자동화율만이 아니다. 이 이사는 AI가 아직 도구인 만큼 최종 품질 검수에는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어권 콘텐츠와 텔레노벨라 등 특정 장르·언어권에서 내부 QC 인력과 결합한 운영 경험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글로벌 현지화의 관건은 ‘AI가 얼마나 많이 처리하느냐’와 함께 ‘결과물이 실제 방송·배급 품질을 만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AI가 많은 부분을 처리하더라도 아직은 사람이 검증해야 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결국 AI는 도구이고,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잘 나왔는지 여부입니다. 저희도 90% 이상은 AI로 처리하지만 나머지 5~10%는 사람의 검수와 보완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내부에 QC 인력이 있고, 스페인어권 콘텐츠나 텔레노벨라 쪽 납품 경험도 쌓고 있습니다.”

하이크비전은 LED 디스플레이, 오디오, 전자칠판을 아우르는 통합 제품군을 선보였다. 영상 보안 분야에서 출발한 하이크비전은 2013년 LED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렌탈, 크리에이티브 디스플레이, 실내외 디스플레이, 오디오 제품, 제어 시스템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이번 KOBA 2026에서는 특정 장비 하나를 강조하기보다 공간 전체를 설계하는 단일 벤더형 미디어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핵심은 하드웨어, 펌웨어, 플랫폼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구조다. 방송·교육·공공·상업 공간에서는 LED 전광판, 컨트롤러, 오디오 시스템, 회의용 전자칠판이 각각 다른 벤더 제품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설치와 유지보수, 호환성, 운영 관리에서 복잡성이 발생한다. 하이크비전은 전광판부터 컨트롤러, 운영 플랫폼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LED 디스플레이 제품군은 옥외 광고, 랜드마크 건축물, 교회, 학교, 회의실 등 다양한 환경을 겨냥한다. P 시리즈 LED 컨트롤러는 LED 제어, 콘텐츠 배포, 스플라이싱 설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브라우저에서 비디오월 구성을 지원한다. Aries 시리즈는 실내외 캐비닛을 모두 지원하는 플랫폼과 얇고 가벼운 구조, 높은 주사율을 내세워 행사장과 무대, 대중 집회 환경에 대응한다. 실내용 파인 피치 LED 캐비닛은 슬림한 구조와 설치 효율성을 강조한다.



하이크비전의 KOBA 2026 전시는 AI 미디어 전환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트위그팜과 STRA가 콘텐츠 데이터와 현지화, 퍼셉트가 제작 공간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이크비전은 미디어가 구현되는 물리적 공간의 통합 운영을 겨냥했다. LED, 오디오, 전자칠판이 각각 분리된 장비가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로 묶이는 흐름이다. 방송·미디어 산업의 AI 전환이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장비, 운영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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