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나스닥 또 사상 최고치… 물가 쇼크도 무시한 월가 ‘AI 질주’

유진우 기자 2026. 5. 14. 06:2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을 이루는 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물가 상승 충격을 딛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장주 역할을 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 산업 호조 기대감을 바탕으로 시장 전체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물가 불안과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며 전통적인 우량주를 모아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소폭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29포인트 올랐다. 0.58% 상승한 7444.25를 기록하며 장중 최고치와 종가 기준 최고치를 모두 새로 썼다. 나스닥 지수 역시 1.2% 크게 뛰며 2만6402.34에 마감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7.36포인트 하락(0.14%)한 4만9693.20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이날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1.4%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5%를 세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한 연간 상승률도 6%를 기록하며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이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결국 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자산관리회사 벨웨더 웰스 소속 클라크 벨린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고유가 파급 효과를 생산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수잔 콜린스 총재 역시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이 물가 상승에 오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정책을 더 조여야 할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악재가 쏟아졌지만 월가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관련 주식을 쓸어 담았다. 투자회사 베어드 소속 투자 전략가 로스 메이필드는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반도체 거래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유가 충격이나 세계적인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인공지능 산업 폭발적 성장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가장 안전한 도피처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길에 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동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중국 시장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2% 넘게 상승했다.

엔비디아 상승세에 힘입어 다른 기술주도 일제히 날아올랐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4% 이상 올랐고 애플은 장중 사상 처음으로 주당 300달러를 돌파하며 300.49달러를 기록한 뒤 전일 대비 1.38% 오른 298.87달러에 안착했다. 통신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긍정적인 향후 전망을 발표하며 주가가 11% 폭등했다.

반면 금리 변화에 민감한 업종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전력과 가스 등 필수 기반 시설을 운영하는 유틸리티 업종은 이날 1.26% 하락하며 S&P500 지수 구성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유틸리티 기업들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해 돈을 많이 빌려야 하므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중국 거대 기술기업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와 기술 투자를 늘린 여파로 핵심 이익이 전년 대비 84% 급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주가가 1.3%가량 내렸다.

향후 증시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모건스탠리 마이크 윌슨 수석 전략가는 거시 경제 강세와 눈부신 기업 실적 호조가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12개월 안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가 830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HSBC 홀딩스 맥스 케트너 역시 기업 이익 회복세가 국채 금리 상승 위협을 상쇄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주장도 나왔다. 리서치 기관 울프 리서치는 주식 시장이 단기적으로 고점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기술주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때가 지났다고 평가했다. 로스 메이필드 전략가 역시 거시 경제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할 경우 투자자들이 결국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라며 최근 상승세가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