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보다 AI”...뉴욕증시 또 사상 최고치
고유가發 물가 압박에도 엔비디아·마이크론 급반등
금융·소비주는 흔들…월가는 “AI가 시장 체력 바꿨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뉴욕증시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시장은 물가보다 인공지능(AI)을 선택했다. 특히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에 글로벌 자금이 다시 몰리면서 미국 증시는 'AI 주도 강세장' 흐름을 이어갔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8% 오른 7444.25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1.20% 상승한 2만6402.34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금융·소비주 약세 영향으로 0.14% 하락했다.
이번 상승장의 핵심은 다시 반도체였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엔비디아의 중국 기대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하면서 첨단 AI칩의 대중국 판매 규제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실제 엔비디아는 이날 2.29% 상승했고, 전날 급락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도 4.8% 급등하며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알파벳(구글)은 AI 투자 확대 기대감 속에 3.94% 오르며 매그니피센트7(M7)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주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월가는 AI 산업을 더 이상 '소프트웨어 테마'가 아니라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통신망·산업 인프라 전체를 재편하는 거대한 산업 구조 변화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은 최근 중동 전쟁과 고유가 충격 속에서도 AI 관련 투자 흐름이 꺾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0% 급등하며 202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위험자산 선호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 "유가가 올라가도 AI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월가에서는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논리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금리와 유가가 오르면 기술주부터 흔들렸지만, 지금은 AI 인프라 투자 자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 증시는 중동 리스크, 물가 상승, 국채금리 급등 같은 악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음에도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최고시장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기술주들이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방중, AI·무역 전쟁의 분수령 될까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무역·대만·이란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월가는 이번 회담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AI 패권 경쟁의 방향을 가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AI칩 수출 통제를 완화할지, 아니면 중국 견제를 유지할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미국은 AI 패권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딜레마 속에 있다. 엔비디아와 AMD 같은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상당한 만큼,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금융·소비주는 흔들…시장 내부 온도차 커져
다만 모든 업종이 강한 것은 아니다. 이날 JP모건체이스(-1.52%), 비자(-1.87%),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50%), 홈디포(-2.55%) 등 금융·소비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이 소비 둔화와 연체율 확대 가능성을 키우면서 경기 민감 업종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뉴욕증시는 'AI가 끌고 전통 산업이 버티는 시장'으로 요약된다. 시장의 돈은 점점 더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제 미국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질문이 "경기가 둔화될 것인가"보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조차 AI 랠리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은 사실상 'AI 중심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