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깬 새로움’ 혹은 ‘모방된 자유’ 하이브 이단아 ‘코르티스(CORTIS)’가 쏘아 올린 파급력

황지민 2026. 5. 1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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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산하 레이브 빅히트 소속 코르티스(CORTIS)가 자유와 청춘을 내세우며 Z세대 중심에 섰다/사진제공=빅히트(Big Hit)-하이브(HYBE)
코르티스는 음악적 행보를 넘어 자체 콘텐츠에서도 ‘날 것 감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기존 아이돌 콘텐츠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에, 팬덤을 물론 대중 시선까지 사로잡고 있다/코르티스(CORTIS)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다양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르티스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는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17위에 진입한 데 이어 ‘글로벌 200’ 43위, ‘글로벌(미국 제외)’ 24위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사진제공=빅히트(Big Hit)-하이브(HYBE)

[뉴스엔 황지민 기자]

BTS·TXT의 '정석'을 거부한 직속 후배, '영ㅋㅋ' 밈으로 Z세대 심장을 관통하다레이지(Rage) 비트에 버무린 한국적 레트로, '모방된 자유'라는 비판마저 삼킨 압도적 화력

노이즈 마케팅 또한 마케팅이라 했던가. 코르티스(CORTIS)가 만들어낸 노이즈가 세대 전역으로 퍼지며 연일 화제 선두에 서고 있다.

코르티스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빅히트가 내놓은 신예 아티스트다. K-팝 대표 아이돌 방탄소년단(BTS)과 독보적 세계관으로 유명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직속 후배로 데뷔 전부터 전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각 잡힌 아이돌미를 선보인 선배 그룹들과 다르게, 이들은 규격을 벗어난 자유로움으로 K-팝 씬을 새롭게 물들이고 있다.

■ '영ㅋㅋ' 밈과 난해함의 미학, '자체 제작'이 만든 신선한 충격

대표 사례가 바로 ‘영크크’ 붐이다. 이번 앨범 수록곡인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가 공개된 이후, SNS에서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영크크’와 기성 세대를 표현하는 ‘올크크’ 밈이 빠르게 확산됐다. 타이틀곡 ‘레드레드’ 또한 “팔랑귀”, “도가니 사리기”와 같은 생소한 표현들을 훅에 전면 배치했다. 이는 초반에 “난해하다”는 반응을 일으켰지만, 중독적인 비트와 함께 반복되며 장기적 화제로 이어졌다. 여기에 멤버 전원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소식이 함께 알려졌다. 코르티스가 K-팝 시장에 내놓은 신선함에 반응하는 대중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자체 제작 아이돌’이 생소한 키워드는 아니다. 지코가 소속됐던 블락비(Block B)가 이미 2011년에 그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2015년에는 세븐틴(SEVENTEEN), 2017년 스트레이키즈(Stray Kids), 2018년 아이들(i-dle), 2023년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가 계보를 이어받았다. 이들이 내뿜는 실험성은 ‘멤버 프로듀싱’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그들 방식으로 내세우는 ‘자유와 청춘’에 있다.

가사지에는 기존 K-팝 곡에서 본 적 없던 표현들이 점철돼 있다. 숭고한 사회적 메시지보단 현재를 즐기는 태도에 집중한다. 멤버 전원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며 음악적 자율성을 한층 더 강조했다. 정체성은 이번 신보 ‘그린그린(GREENGREEN)’에서 더 확고해진다.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는 기성 세대가 강요하는 규율을 ‘레드(RED)’로 정의하며, 우리는 ‘그린(GREEN)’이라는 자유를 지향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 서구권 팝 문법에 '한국식 날것' 한 스푼, 힙합 트렌드 최전선을 따르다

이번 신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다른 특징은 한국스러움과 팝스러움의 절묘한 조화이다.

코르티스가 만들어내는 리듬에선 영미권 팝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 ‘고(GO!)’는 1960년대 후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성행한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에 힙합을 조합한 곡이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패션(FaSHioN)’은 미국 마이애미·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형성된 서던 힙합(Southern Hiphop)을 기반으로 한다.

신곡 ‘레드레드(REDRED)’도 마찬가지이다. 소개란에서는 이 곡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음악’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노래가 주는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레이지(Rage) 비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레이지 비트는 트랩을 기반으로 짧고 반복적인 신스 사운드를 채운 힙합 장르이다. 우노 디 액티비스트(UnoTheActivist)를 시작으로 플레이보이 카르티(Playboi Carti), 트리피 레드(Trippie Redd) 등이 해당 장르를 대중화시키며 Z세대 힙합 트렌드로 떠올랐다. 즉, 코르티스는 서구권 팝 문법을 착실히 수행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코르티스 노래가 ‘외합(외국 힙합)’처럼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보 ‘그린그린’은 그 위에, 가사와 서사를 통한 한국적 감성을 한 스푼 추가했다. 수록곡‘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 가사에 나오는 ‘영ㅋㅋ’, ‘텐션 마치 아바타, 시퍼렇게 어린놈’ 등은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 정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포토 역시 한국 레트로 식당, 오락실, 상가 등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직접 캠코더와 휴대전화를 들고 연습생 시절 다니던 곳을 촬영하며 ‘한국식 날 것 감성’을 완벽히 구현했다.

이러한 ‘날 것 감성’은 자컨(자체 콘텐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자컨은 여느 TV 예능 버금가는 촘촘함을 가지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명확한 컨셉과 대본을 기반으로 촬영된다. 그러나 코르티스 자컨은 완전히 다른 결을 띈다. 영상을 대표하는 썸네일은 마치 아무 장면이나 캡쳐한 느낌을 준다. 콘텐츠 내용도 특정한 목적이 있기 보단, 큰 틀만을 잡은 채 멤버들이 자유롭게 이끌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화려한 썸네일과 해시테그보단 단순함을 미학으로 삼는 영미권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트렌드를 차용한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코르티스는 혁신과 자유로움을 핵심 키워드로 삼으며 젊은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 거대 자본이 빚어낸 '밑바닥 감성'... 모방된 자유인가, 유효한 외침인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코르티스가 인디 아티스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하이브(HYBE) 소속 K-팝 아이돌이다. 그들이 외치는 자유가 ‘온전한 자유’로 보여질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컨셉 안에 드러난 날 것의 가사와 낯선 안무. 이 모든 게 대형 기획사 거대 자본과 프로듀싱 아래 완성된 견고한 상품이다. ‘밑바닥 감성’을 추구하지만, 정작 진짜 밑바닥에서 올라온 이는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실제로 언더 래퍼로 활동하며 메이저로 차근차근 스탭을 밟아온 블락비 지코와 대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르티스 정체성을 ‘모방된 자유’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코르티스가 하이브 소속이라는 사실이 그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자동으로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그들 본거지가 산업화 정점에 올라있는 곳이라고 해서 자유를 이야기할 권리를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 시스템 안에서 성장했다는 정보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관 진위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의 자유에 대한 외침이 유효한지 아닌지를, 그 사람이 서 있는 출발선으로 판단하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일 수 있다.

무엇보다 K-팝은 대중 문화다. 진정성과 가치에 대한 논쟁은 평론가의 몫일 뿐, 대중이 듣고 좋다고 느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청취자가 '레드레드(REDRED)'를 틀고 몸을 흔들 때, 그들 중 누구도 그 음악이 어느 빌딩 몇 층짜리 회의실에서 기획됐는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불편할 순 있으나, 부정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현실이다.

■ 9개월 차에 이룬 '글로벌 돌풍', 밈(Meme) 너머의 증명을 기다리며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르티스의 성장은 가파르면서도 뚜렷하다. 이들은 이제 막 데뷔 9개월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정상급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 타이틀곡 '레드레드(REDRED)'는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 17위에 진입한 데 이어 '글로벌 200' 43위, '글로벌(미국 제외)' 24위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새 앨범은 '월드 앨범' 차트 8위로 첫 진입에 성공했으며, 전작 미니 1집은 같은 차트에서 35주 연속 6위를 유지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존재감도 확인됐다.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은 6억 회를 돌파했으며, 월간 청취자 수는 약 1,052만 명으로 보이그룹 가운데 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세 번째다. 애플뮤직 글로벌 차트에서도 23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REDRED'가 멜론 일간 3위·벅스 1위를 기록했고, 주간 음반 판매량은 약 231만 장으로 한터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생소함에서 오는 중독성'의 수명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열린 가능성으로 남아있다. 하루 걸러 트렌드가 교체되는 시장에서, 강렬한 훅과 밈 하나로 소비되는 서사는 생각보다 빨리 닳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트렌드 세터'라는 수식어 너머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코르티스는 분명히 뜨겁다. 궁금한 건 그 열기가 불꽃인지, 불씨인지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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