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와’ 열풍 재현될까?···K팝에 다시 부는 ‘테크노’ 바람

서현희 기자 2026. 5.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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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캣츠아이·르세라핌
일제히 테크노풍 신곡 선보여
90년대 말 ‘와’ ‘순정’으로 국내 소개
최근 유럽에서 확산 중인 테크노 붐과 연관
“차별성 없는 비슷한 곡” 비판도
걸그룹 아일릿 멤버 이로하, 민주, 원희(왼쪽부터)가 ‘잇츠 미’ 뮤직비디오에서 하이라이트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아일릿 유튜브 갈무리

신시사이저 소리 뒤로 4/4박자 드럼 소리가 반복된다. 빠른 전자음악에 아이돌 멤버들이 몸 부서질 듯 격렬히 춤춘다. 최근 K팝 신에서 ‘테크노’가 접목된 전자음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걸그룹 아일릿이 지난달 30일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를 발매하며 테크노 장르의 타이틀곡 ‘잇츠 미’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대중음악계에 불었던 테크노 유행이 다시 돌아올지 주목된다.

아일릿을 포함해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들이 연달아 테크노 리듬의 곡을 선보이고 있다. 캣츠아이가 지난달 10일 코첼라에서 처음 공개한 ‘핑키 업’과 지난달 24일 발매된 르세라핌의 선공개 곡 ‘셀러브레이션’도 하이퍼팝 계열 전자음악 위에 테크노의 리듬감을 더했다.

걸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마법소녀 콘셉트를 바탕으로 몽환적인 팝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아일릿이 테크노를 선택한 것이 눈길을 끈다.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 관계자는 1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일릿의 ‘잇츠 미’는 좋아하는 상대에게 ‘내가 네 최애라고 말해!’라고 외치는 캐릭터를 표현한 곡”이라며 “메시지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장르를 고민한 끝에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전자음악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테크노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 전자음악 장르로 반복적인 리듬과 미래지향적 소리가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1999년 발매된 이정현의 ‘와’ ‘바꿔’, 코요태의 ‘순정’ 등이 크게 흥행하며 알려졌다. 당시 한국에서 테크노는 엄밀한 장르 구분보다는 유로댄스·유로비트·트랜스 등이 혼합된 미래지향적 댄스 음악을 통칭하는 표현에 가까웠다.

1999년 가수 이정현이 ‘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SBS 유튜브 갈무리

이후 주류 음악에서 잠시 벗어났던 테크노는 2024년 K팝 신에 다시 호출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에스파의 ‘위플래쉬’가 강한 전자 비트와 반복적인 리듬 구조로 인기를 끌면서다. 지난해 7월 발표된 블랙핑크의 ‘뛰어’는 속도감과 강한 전자음이 두드러지는 ‘하드 테크노’ 장르로 글로벌 차트를 휩쓸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유럽 클럽 신에서 다시 확산 중인 테크노 유행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하드 테크노와 클럽 문화가 재부상했고, 이 같은 분위기가 글로벌 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 팝스타 찰리XCX의 2024년 앨범 <브랫>이 ‘브랫 서머’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후 K팝 역시 이 흐름을 적극 흡수하기 시작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댄스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K팝은 대부분 하우스 장르인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 아이돌 그룹이 테크노 장르를 선택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어온 ‘레트로 테크노 유행’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세 그룹의 테크노 신곡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평론가는 “음악의 레퍼런스를 동시대로 한정할 경우 비슷한 곡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테크노라는 장르에 대중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위해선, 각각의 아티스트 특징을 살린 차별성 있고 과감한 음악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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