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소인데…검찰이 SK케미칼·애경 불기소한 이유

허진무 기자 2026. 5.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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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법)’이 인정한 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 관계자들을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구제급여 지급 결정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피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주희)는 지난 7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 곽모씨가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산업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가습기메이트는 농약으로 개발된 살균제를 원료로 사용했다.

곽씨는 2021년 10월 1차 고소장을 냈지만 검찰이 2023년 1월 각하 처분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017~2019년 곽씨와 그의 남편, 아들이 앓는 천식과 폐질환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씨는 2024년 7월에 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구제급여 지급 결정을 받았다. 곽씨는 그해 9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자 증명서 등을 근거로 2차 고소장을 냈다.

곽씨는 가습기살균제법상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입은 사람으로서 구제급여 지급결정을 받은 사람”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곽씨의 구제급여 지급 결정 자료에 ‘질병코드’가 없어 어떤 상해인지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곽씨가 2017~2019년과 달리 2024년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20년 가습기살균제법이 개정되면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파악했다. 피해를 인정하는 요건은 2017년 “폐질환과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에서 2020년 “발생하거나 악화된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로 완화됐다.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요건도 “상당한 개연성”에서 “역학적 상관관계 증명”으로 완화됐다.

검찰은 앞서 2019년 7월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12명을 숨지게 하고 86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기소했다. 현재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중이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구제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등으로 판정해 인과관계가 규명됐다고 봤다.

검찰은 곽씨의 경우 피해구제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노출 중 높은 빈도의 수진이력(병원 진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된다. 호흡기 질환의 특성과 시간적 선후 관계를 고려할 때 살균제 노출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고만 평가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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