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이익이 던진 ‘초과이윤’ 화두···“AI로 번 돈 나눠야” 해외선 ‘공공부 펀드’ 기업이 먼저 띄워

김세훈 기자 2026. 5.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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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초과이윤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다만 기업의 이익 중 어느 정도를 ‘초과이윤’으로 규정할 수 있을 지는 아직 구체적인 정의나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다. AI와 반도체 산업이 미증유의 이익을 거두면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과이윤에 대한 정의, 분배 방식을 숙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AI 기업이 나서 사회적 분배를 주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실장이 언급한 ‘AI로 인한 초과 이윤’에 대해 업계에서 통용되는 정의는 아직 없다. 기업의 목표 이익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어디부터 ‘초과분’으로 볼 것인지 그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기업의 수익에서 기업 구성원의 노력과 국가의 지원을 명확히 나누기는 사실상 어렵다. 경기 호황 때 얻은 이익을 초과 이윤으로 간주할 경우 불황이 왔을때 기업의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정유사들의 이익이 급증하자, 이익의 일부를 ‘횡재세’로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적이 있다.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에 의해 높은 이익을 올린 만큼 세금을 부과해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해외에서 ‘AI 초과 이윤’에 대한 논의는 노동 대체로 인한 이익 부문에 집중돼 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경우 기업으로서는 인건비가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늘어나므로 이를 초과 이윤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건비 절감보다는 제품 판매로 이익을 내는 반도체 산업에 ‘초과 이윤’ 개념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 산업이 ‘AI 인프라’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이익 구조가 질적으로 바뀌면 ‘사회적 분배’에 대한 논쟁도 커질 수 있다. 정부도 과거 세제 및 인프라 지원이 현재 반도체 산업 성과에 이바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삼성전자는 현재 세액공제로 많은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다”면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자는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률 40%와 같은 기준을 두고 이를 초과했을 때는 공제를 줄여 거둔 초과 세수로 생태계 활성화 기금에 투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주요 AI 기업들이 나서 AI로 얻은 이익의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챗GPT 운영사 오픈AI는 지난달 산업정책보고서에서 AI로 인한 이익 분배 수단으로 ‘공공부(富) 펀드’를 제안했다. AI로 인한 초과수익에 대한 과세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AI 생태계에 투자해 이익을 국민과 나누자는 구상이다.

클로드 운영사인 앤트로픽도 지난해 10월 초과이윤 분배를 위한 하나의 안으로 공공펀드를 제시한 바 있다. 소수에게 AI로 인한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초과이익의 주체인 AI 기업이 나서 분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AI 격차’가 커지면 사회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AI로 일부 직종은 생산성 향상으로 수혜를 보겠만 일부는 임금이 하락하면서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에 국민 세금이 많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고, 성과를 나눌 때도 국민 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초과 이윤 분배가 단기적으로 손해처럼 보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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