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상민’ 첫 트로피 들어올리다 “좋은 선수들 덕…날아갈 것 같다”
이상민, 한 팀서 선수-코치-감독 우승 기록
허훈, 생애 첫 챔프전 우승과 MVP 수상

농구를 시작한 뒤 딱 두 번 울었다고 했다. “선수 시절 케이씨씨(KCC)에서 삼성으로 가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 “(2010년) 팬들이 은퇴식을 열어줬을 때”였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13일, 그의 눈시울은 살짝 붉어졌다. 앞선 두 번이 슬픔과 분노, 아쉬움 등의 범벅이었다면 이번엔 오롯이 기쁨의 벅참이다.
이상민 감독이 사령탑으로 그토록 바라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가 지휘하는 부산 케이씨씨는 13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남자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고양 소노에 76-68로 승리했다. 7전4선승제 챔프전에서 4승1패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상민 감독은 한겨레에 “너무 좋은 멤버들 덕이 컸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케이씨씨는 통산 7번째이자 6위 팀 최초 챔프전 우승 기록을 썼고, 이상민 감독은 국내 리그에서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한 첫번째 주인공이 됐다.
“선수 시절 다 이뤘다”는 그는 감독으로서는 우승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대학 시절 농구붐을 일으킨 ‘오빠부대’ 주역으로, 1995년 실업팀(현대전자) 입단 이후 은퇴할 때까지 3차례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코치(2023~2024시즌·KCC)로도 정상에 섰었으나 감독으로서는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서울 삼성을 약 7시즌(2014~2015부터 2021~2022 중도 사임) 이끌면서 챔프전에는 딱 한 번(2016~2017시즌·준우승) 진출했다.
그는 케이씨씨에서 코치(2023~2024부터 2024~2025까지)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해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오랫동안 실패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챔프전을 처음 경험(2016~2017시즌)했던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넘치는 자신감이 화를 불러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챔프전에서는 “매 경기 긴장됐다”는데, 3연승을 달릴 때도 매 순간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방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 감독으로서 과거보다 유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KBL에서 톱을 찍고 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팀이다. 각자의 의견을 들어주고 개성을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과거보다 좀 더 소통하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통 방식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며 “우승하니 결과론적으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위기는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성적이 안 나왔다. 하지만 선수들을 믿었다. 이상민 감독은 “모두 우승에 대한 갈망이 높고, 저 역시도 그랬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6라운드부터 힘을 내더니 서로 배려하며 헌신하고, 포지션별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케이씨씨는 6강·4강 플레이오프(PO)에 이어 챔프전까지 베스트5가 제 몫을 해준 게 컸다.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한명이 상대 수비에 막히면 다른 네명이 터졌다. 베스트5가 내외곽이 다 되고, 공수가 되니 타 팀은 막기가 어려웠다.
누가 최우수선수(MVP)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주인공은 허훈이었다. 허훈은 기자단 투표에서 79표(총 98표)를 받아2017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 반지와 함께 첫 챔프전 MVP도 거머쥐었다. 2017년 부산 케이티(현 수원 KT)에서 프로에 입단한 허훈도 그동안 이상민 감독처럼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년 전 케이티 소속으로 챔프전을 경험했으나, 케이씨씨에 1승4패로 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케이씨씨로 이적한 것도 “우승이 하고 싶어서”였다. 허훈은 아버지 허재(1997~1998시즌·부산 기아)와 형 허웅(2023~2024시즌·KCC)과 함께 삼부자가 모두 챔프전 MVP의 주인공이 됐다.
이상민 감독은 “케이씨씨에서 챔프전 우승이 내 농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했었다. 부임 첫해에 그것을 이뤘다. 선수에 이어 감독으로서도 ‘다 가진’ 그는 이제 어디를 바라볼까. 그는 “EASL(동아시아슈퍼리그) 우승과 통합 우승(정규 1위+챔프전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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