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입지 높인 이란전…아쉬워진 트럼프, 베이징서 종전해법 찾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사안에 대해 얘기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무역이 (논의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란 문제는 그 중 하나라고 말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란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달리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라고 말하기 직전 “우리는 그것(이란 문제)에 대해 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이란 간 입장을 조율한 것이다.
미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이번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미국 쪽 책임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4일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이란에 외교적 압박을 가해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미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개방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하고 서신을 교환하며 사전 조율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말 시 주석을 만나려 했지만, 이란과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5월 중순으로 회담을 6주가량 연기했다. 이후에도 전쟁은 지속됐고, 14일 시 주석과 마주 앉게 됐다. 중국과의 회담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이란 전쟁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중국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지난 4월8일 휴전 발표 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이란 간 대면 협상은 중국 쪽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받은 종전 틀을 규정하는 14개항 양해각서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란 전쟁의 종전은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 중국이 이란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전쟁에 굳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적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까지 중국이 이란 전쟁에 대한 개입을 미뤘을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중국의 이란 개입에 대해 미국이 무엇을 줄 수 있느냐다. 중국의 최우선 과제인 대만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미국의 대만 공약을 완화해왔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 대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더 강한 표현으로 바꾸길 기대한다. 공식적으로 표현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식 발언에서 즉흥적으로 바뀐 표현을 말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 전쟁으로 시 주석은 이전 미-중 정상회담보다 강력한 입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상과 관세,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굴복을 받기 어려워졌고 콩·쇠고기·보잉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이른바 ‘3B’ 분야에서 중국의 구매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한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발목을 잡은 이란 전쟁이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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