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형근을 선택하다"…더욱 커진 '지역성'의 중요성 [숫자로 본 대한민국]
명문고-정당-낙수효과 사라져
서울과 지방의 정치 균열 심화
편집자주
뜨거운 정념(情念) 대신 숫자에 기반해 통념을 깨고, 우리가 마주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올바른 길을 모색합니다.

6‧3 지방선거에서 대구·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이 격전지가 됐다. 격세지감의 모습이지만, 그 변화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1987년 대선과 1990년 3당 합당에서 시작된 지역 구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 두꺼운 부동층 때문에 조사기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다. 경남의 경우 5~6일 JTBC-메타보이스 조사에서 '김경수 44%-박완수 38%', 1~2일 경남신문-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김경수 41.9%-박완수 44.1%'라는 결과가 나왔다. 3명이 혼전 양상인 부산 북구갑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도 들쑥날쑥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현상은 영남만의 일도, 비상계엄이라는 특정 사건의 결과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진행된 지역 정치의 변화가 마침내 영남에까지 도달한 것에 가깝다. 호남은 2016년 국민의당, 2024년 조국혁신당이 각각 돌풍을 일으켰다. 강원도는 2018년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18명 중 11명을 당선시켰다가, 2022년에는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2022년 지선에는 호남계 이주민이 많은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도 대거 국민의힘이 승리하기도 했다.
영남권 선거가 보여주는 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크게 달라진 지방 정치의 '뉴노멀'에 가깝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가진 시대는 끝났다. 지방 유권자들도 그동안 자신의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패권 정당 역할을 해 온 정당에서 이탈하고 있다. 그렇다고 확실한 정치적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기존 정치에 불만 가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유동적으로 바뀌어 일종의 '심판론'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 정치에서는 특정 정당의 우위가 관철되는 구조가 존재했다. '재경(在京)엘리트-지역 기반 정당-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하는 개발 사업'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유지되고 강화됐다. 지역 명문고 출신으로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한 엘리트들이 지연과 학연으로 고향에서 뭉쳤다. 중앙의 자원을 끌어들이고 다른 지역과 경쟁하기 위해 지역 엘리트와 유권자는 특정 정당에 결집했다. 그리고 사회기반시설(SOC)‧산업단지 등 개발 사업은 물론 규제 완화나 구조조정에서 중앙 권력은 지역 경제의 운명을 결정했다. 세 축을 묶은 접착제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런데 각종 개발 사업과 제조업에 의존하는 지방의 전통적 성장 모델이 최근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면서 SOC, 건설 등 재정 지출의 효과가 줄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시나리오별 정부 총지출의 경제적 효과’(2023년)에 따르면 재정지출의 효과(정부 재정을 1단위 투입했을 때의 GDP 증가량) △1994~2000년 2.52 △2001~2010년 1.78 △2011~2022년 0.98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게다가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서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호남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연거푸 떨어지고, 국민의힘 대표 중 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는 등 중앙 정치와 지방의 관계도 약화했다.
유권자 가운데 부동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고, 과거의 지역 패권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옅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즉 현지 유권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시각에서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선호되는 구조다. 2025년 전남 담양군수 재보선에서 담양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나온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됐던 이유다.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무소속)가 정형근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단위에서는 고문 수사 의혹이 있는 정 전 의원 영입이 거센 비판을 받겠지만, 지역에서는 그의 토착 기반이 표를 움직일 것이란 판단이다.
영남권 선거가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에 기반을 둔 정당이 ‘지방’ 유권자를 안정적으로 설득‧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양대 정당은 앞으로도 빈번하게 지방의 반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및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 새로운 정치적 균열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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