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료 값 남는 게 없다던 프랜차이즈 본사…다른 통로로 점주 돈 벌었다

장재진 2026. 5. 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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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점주에 제공 정보공개서
구입 강제 품목 가격 비싼데도
가맹본부가 자체 생산하거나
제3자와 거래 땐 현황서 제외
실제 차액가맹금 규모보다↓
점주들 신고에 공정위도 조사
프랜차이즈 피자 가맹점주 김민수(가명)씨가 만든 치즈피자. 피자 한 판 중 절반(오른쪽)은 가맹본부가 공급한 도우로, 나머지 절반은 시중에서 구매한 도우로 구웠다. 김씨는 "맛이나 식감 차이가 거의 없는데 본사 도우는 4배나 비싸다"며 불만을 토했다. 장재진 기자

"어떤 피자가 더 맛있는지 알려주실래요?"

최근 수도권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피자집에서 만난 가맹점주 김민수(가명)씨가 기자에게 치즈피자 한 판을 내밀며 물었다. 그는 "피자 절반은 본사가 공급하는 도우(반죽)로, 나머지 절반은 시중에서 구입한 도우로 구웠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피자는 같은 반죽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외관이 유사했다. 입안에서도 구분이 쉽지 않았다. 맛이나 식감 차이를 고민하던 기자를 지켜보던 김씨가 입을 열었다. "30년 가까이 피자집에서 일한 저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겠네요."

확연히 달랐던 것은 재료비였다. 본사 도우가 4배가량 비쌌다. 라지(직경 13인치) 사이즈 피자 한 판을 만들려면 도우 300~400g이 필요하다. 김씨가 시중에서 구한 도우는 300g에 1,200원이었다. 이에 반해 김씨와 가맹계약을 맺은 A사가 점주에게 공급하는 도우의 단가는 같은 중량에 4,400원이었다. 김씨는 "2년 전 본사가 '직접 개발한 도우'라며 공급했을 당시에도 3,000원이나 했는데 끊임없이 인상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불만은 또 있었다. 그는 "본사가 도우 등 필수품목을 제공하는 대가로 적잖은 수익을 올릴 텐데 정보공개서에 표시된 차액가맹금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주장했다. 필수품목은 프랜차이즈 상품·서비스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구입을 강제하는 물품이다. 피자 브랜드의 경우 도우와 소스, 치즈 등이 대표적이다. 본사가 점주에게 적정 도매가 이상으로 필수품목을 공급하면서 남기는 수익이 차액가맹금이다. 일종의 유통마진인 셈이다.

A사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를 보면 2024년 기준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액은 96만여 원으로 평균 매출의 0.25%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그해 피자업계 평균 차액가맹금(2,400만 원)이나 매출 대비 비율(4.6%)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A사 유통마진이 거의 없다는 얘기와 같다. 그러나 김씨는 "점주의 비용 부담이 매년 늘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차액가맹금이 매출의 1%도 안 된다고?"

국내 외식업계 프랜차이즈 브랜드 차액가맹금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의 갈등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가격 인상이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본사의 정보 공개 행태가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점주는 "본사가 차액가맹금 현황을 축소하는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본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맞서는 실정이다.

13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가 계약 체결에 앞서 예비 점주에게 제공하는 문서로 브랜드 영업에 관한 정보가 망라돼 있다. 예비 점주로선 정보공개서상 차액가맹금 규모를 보고 운영비 부담을 판단하는 셈이다.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서 작성 시 정확한 차액가맹금 산정이 불가능한 품목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급액 현황에서 제외할 수 있다. 본사가 자체 생산한 물품이 해당한다. 점주의 필수품목 거래 상대방이 제3의 업체일 때도 본사가 직접 차액가맹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황에서 빠진다.

A사 차액가맹금 지급액이 작게 표시된 이유도 그래서다. A사는 "자체 생산 설비를 통해 도우를 제조한 뒤 전문 물류사가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사는 A사 대표가 운영하는 계열사로서 점주의 거래 상대방이다. 이 구조 탓에 A사는 정보공개서상 도우의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에 대해 'X' 표시를 할 수 있었다. 치즈나 소스 등 다른 필수품목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A사가 수익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물류사는 점주와 거래하는 대가로 A사에 일정한 리베이트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가 본사로부터 경험한 주요 불공정행위 유형. 그래픽=송정근 기자

A사와 계약한 점주 70여 명은 2023년 9월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가맹본부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에는 '정보공개서상 차액가맹금에 관한 정보가 기만적으로 제공됐다'는 문제 제기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A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안건을 소회의에 상정한 상태다. 조만간 심의가 이뤄져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카페 브랜드를 운영하는 B사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2024년 기준 B사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점당 차액가맹금 지급액이 47만여 원으로 표기됐다. 매출 대비 비율은 0.11%로 업계 평균인 7.3%에 비해 극단적으로 낮았다. B사와 계약한 점주 이민준(가명)씨는 "시중보다 비싸게 물품을 받고 있는데 차액가맹금 부담이 그 정도로 낮을 수가 없다"며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제83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방문한 예비 창업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B사의 차액가맹금 규모가 작게 집계된 이유에 대해 가맹본부는 "상품 공급을 외부 업체에 위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사 사례처럼 필수품목 거래 상대방이 가맹본부가 아닌 탓에 차액가맹금 지급액에서 대부분 제외했다는 것이다. B사도 외부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B사 가맹본부는 지난해부터 직접 필수품목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차액가맹금 지급액은 3,200여만 원으로, 매출 대비 비율은 7.39%로 급증했다.

제과·제빵 브랜드를 영업 중인 C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3년 기준 차액가맹금 지급액은 1,161만여 원으로 매출의 3.17% 수준이었다. 그해 업계 평균(5.7%)보다 낮다. C사는 "점주에게 공급하는 빵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이유로 핵심 필수품목들의 차액가맹금 지급액 표시를 하지 않았다.


필수품목 가격 과도한 인상 땐 공정위 조사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해 가맹점주들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필수품목의 가격 문제로 본사와 점주의 대립도 여전하다. C사 점주 박미선(가명)씨는 "가맹본부로부터 커피 원두를 시중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구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사 점주 이씨도 "본사가 시중 제품과 성분 차이도 없는 원재료를 제공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2024년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본사가 가명계약서에 필수품목의 종류와 가격 산정 방식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가격 인상과 같이 거래 조건이 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사전 협의도 거쳐야 한다. 이런 규제를 통해 불필요한 필수품목을 줄이고, 과도한 공급가 인상을 억제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만약 본사의 가격 인상이 부적절한 경우 공정위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상품 가격 등을 통해 점주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제한하거나,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 필수품목의 과다한 가격 인상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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