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재명이 오만 짓을 다 하는데..." 샤이보수 결집에 불꽃튀는 경남 [르포]

김소희 2026. 5. 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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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민심의 온도] 경남지사
민주 김경수·국힘 박완수…지사 간 격돌
'드루킹 사건' 반감·거대 여당 견제론 작용
젊은층 유입 김해 중심으로 김경수 지지
"여당 후보 뽑아 국정 안정" 변화 조짐도
"여야 떠나 민생경제 살리는 정치 해야"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8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4월 한국노총경남지역본부 노동자 문화축제에 참석해 있다. 김경수 후보 캠프 제공·박완수 후보 페이스북 캡처

"원체 경상도 아들은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박완수를 찍어야지 안 되겠습니꺼."

12일 경남 창원에서 만난 택시기사 유문수(65)씨는 전직 지사와 현직 지사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6·3 지방선거 경남지사 선거에 대해 묻자 "솔직히 다 똑같은 놈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샤이 보수'(보수 성향을 솔직히 밝히지 않은 지지자) 결집 양상이 감지됐다.

반면 "경남은 죽어야 바뀌지 안 바뀐다"며 국민의힘에 실망해 민주당을 찍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창원 상남시장 내 매장에서 지방선거 정책토론회를 시청하고 있던 임모(76)씨는 "윤석열이가 다 망쳐놓는 바람에 돌아선 사람이 많다. 이번 선거에서 경각심을 한번 일깨워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12일 "현 지사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며 박완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소희 기자

김경수 '드루킹' 논란 여전…보수 결집

경남 인구의 30%가 거주하는 창원에선 60, 70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박 후보가 창원을 기반으로 오래 활동한 점을 높이 사는 이들이 많았다. 상남시장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숙(73)씨는 '박완수' 이름을 꺼내자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씨는 "경남도청 앞에서 식당 할 때부터 오래 봤는데 사람도 좋고 일을 참 잘했다"고 칭찬했다.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홍영하(75)씨도 "우리 식구들도 전부 다 박완수"라고 했다.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됐다. 상남시장에서 만난 이재숙(75)씨는 "잘하고 몬하고를 떠나서 지금은 민주당이 너무 많으니까 즈그 멋대로 하잖아. 균형이 안 맞는다"라고 걱정했다.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도 "국민의힘이 지금 아무리 발악을 해도 민주당을 이길 수가 없다"며 "지금 이재명이 사법 리스크 지우려고 오만 짓을 다 하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심사숙고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서도 "주니까 받지만 이게 다 빚 아니냐"고 되묻는 상인이 다수였다.

12일 경남 창원 일대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소희 기자

창원 곳곳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상대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도덕성 문제가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었다. 민주당은 '비리의혹, 도덕성 논란으로 창원시정 중단'이라며 박 후보가 창원시장이던 당시 불거진 뇌물수수 의혹을, 국민의힘은 '댓글 조작 범죄, 민주주의 정신 훼손'이라며 2018년 경남지사에 당선됐던 김 후보가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중도 사퇴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상남시장에서 토기를 판매하는 김모(71)씨는 "김 후보도 잘했지만 결정적으로 댓글 조작 문제가 있어놓고 다시 정치판에 들어오는 거 아닙니꺼. 그런데 박 후보는 그런 게 없다 아입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파란당 대세로 간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우리라도 바르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시장에서 '싱싱과일'을 운영하는 선창규씨는 자신을 '중도보수'라고 밝혔다. 선씨는 "윤석열이를 지지했지만, 잘못된 거는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하는 걸 지켜보고 투표를 하러 갈지 말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경각심 일깨워야"…경남 속 변화 흐름도 감지

보수 결집 흐름만큼 국민의힘에 실망한 보수 지지층의 균열도 선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허성무 민주당 의원(창원성산)이 당선된 건 우연이 아니라는 듯 "갱수(경수)가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만치 않았다.

상남시장에서 2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선창규(58)씨는 "민주당 하는 걸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워낙 국민의힘이 잘못했기 때문에 말도 하기가 싫다"면서 "속마음은 다시 한번 (보수 후보를) 밀고 싶은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금껏 국민의힘을 지지했다는 한 상인도 "이번엔 투표하러 가지 않기로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로또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3)씨도 "젊은 사람들은 빨간당을 찍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 김해 외동시장 앞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를 15년째 운영힌 전승진씨는 "자영업자들은 아무래도 민주당이 낫다"고 전했다. 김지현 인턴기자

'낙동강 벨트'이자 김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김해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했다. 김해 외동시장 앞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전승진(61)씨는 "지난 정권 때 내란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완전히 '폭망'했는데 정부의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서 야채를 팔던 이모(33)씨도 "국민의힘을 뽑아줘도 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지금은 민주당이 너무 잘하고 있으니 이번엔 김경수를 뽑아서 싹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만큼 국정 안정론 목소리가 컸다. 외동시장에서 화장품 가게를 7년째 운영하는 박경아(57)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되고 나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선진국이었나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 동네에선 김 후보가 더 지지층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젊은 세대 유입이 많은 장유신도시에서 만난 최인동(51)씨는 "이 동네는 맞벌이 직장인들이 많아 대부분 변화와 개혁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기존처럼 무조건 보수 정당을 지지하기보다 위 세대도 합리적으로 판단해 투표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경남 창원 상남시장에서 열쇠도장가게를 운영하는 안현수(45)씨는 12일 "어떤 정당이든 국민이 잘살게끔 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인턴기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시민들 사이에는 여야를 떠나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빨간당이든 파란당이든 사심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창원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평소에 시민들을 보고 해야지 선거철만 되면 머리가 땅에 닿을 듯 말 듯 인사하는 건 아무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상남시장 상인 안현수(45)씨도 "정당 간에 싸움만 하지 국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창원도 인구 유출이 심각한데 지원을 해봐야 의미가 없다. 기업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창원·김해=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창원·김해= 김지현 인턴 기자 bem2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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