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선거에 질 시장들, 한 달 임기는 승리하길

김종구 주필 2026. 5.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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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市, 한 달 예산 2천억~3천억원
美카터, 낙선 뒤에도 인질 구출
한 달 평가, 존경받는 시장 좌우
김종구 주필


낙선한 S는 곧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며칠 사이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미어지던 결재 발길이 뜸해졌다. 들어오던 정보 보고도 끊겼다. 선거 전에는 공무원이 시장을 기다렸다. 이제는 시장이 공무원을 기다리고 있다.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눌 여유도 있었다. ‘다음 일정 출발하셔야 합니다’며 끼어드는 비서도 안 보였다. 세상을 향한 서운함을 말했다. 공직 배신, 검찰 수사, 음해 공작.... 왜 안 그렇겠나. 옥고(獄苦) 속에서 선거를 치른 그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를 홍보할 자전거 투어를 말했다. 세계유산등재가 자랑이자 치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홍보하고 싶다고 했다. 최측근이라는 ‘과장’을 불렀다. “내가 아직 500만원 정도는 쓸 수 있지.” “예.” “집행할 수 있게 조치해줘.” “알겠습니다.” 문을 나서는데 ‘과장’이 쪽방으로 부른다. “분위기 알잖아. 없던 일로 합시다.” 그렇게 S의 지시는 묻혔다. 2002년 선거에서 진 시장. 다 잃고 나서야 무죄 받은 시장. 고(故) 심재덕 기억이다.

한 달 정도다. 선거 이후 퇴임까지. 세상은 이미 당선인 쪽에 줄을 섰다. ‘과장’도 그 줄 맨 앞에 가 있었다. ‘떠날 시장’의 지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이유다. 그래서였나, 다음 시장 시절에서도 잘나갔다. 국장도 하고 구청장도 했다. 세태가 그러니 뭐랄 건 없다. 다만 궁금증이 남는다. 그때 S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알아서 손 떼고 있어야 했을까.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워줬어야 했을까. 25년이나 지나갔다. 지금도 여전한 고민일 수 있다.

그래서 한번 셈해봤다. 행정에 단가는 얼마일까. 그 시(市)의 예산이 3조원이다. 하루 82억원이다. 생활, 복지, 도로, 안전, 건설.... 어디에든 쓰이고 있다. 예산에는 결재가 따른다. 결재권자는 시장이다. 이번에는 30일을 곱해보자. 2천460억원이다. 퇴임까지 한 달, 그 기간 쓰일 돈이다. 시민 누군가에 절박한 돈이다. 안전일 수도 있고, 생계일 수도 있다. 이걸 한 달간 방치한다고? 시민에게 물어봤나. 그러라고 허락한 시민이 있던가.

지미 카터 얘기가 있다. 1980년 11월4일 패배했다. 남은 임기를 협상에 매달렸다. 이란에 억류된 미국민 52명이었다. 성사시켰다. 그의 퇴임식인 1981년 1월20일, 인질들도 풀려났다. 그 뒤 카터는 ‘임기 없는’ 평화의 사절로 살다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대를 위해 썼다. 전용기 구매를 추진했고, 청와대 시설을 손봤다. “돈 드는 건 다 해주고 떠나고 싶었다.” 한미 FTA, 기록물 정리, 국가기록원 시스템 정비도 그런 식의 배려였다.

선거가 또 왔다. 현직 시장·군수 29명이 나섰다. 낙선하는 시장·군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많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패배한 시장의 한 달’이 주어진다. 누구는 선거 불복 준비하고, 누구는 휴가 써서 떠나고, 누구는 텅 빈 집무실을 지킬 것이다. 패자의 덕목을 주문할 생각 없다. 하지만 ‘영원히 존경받는 시장’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면, 그런 시장에게는 이 한마디를 적어둘까 한다. 그 한 달도 절반이다. 패자로 보여줄 절반이 남은 거다.

카터는 국민 구출을 보여줬고, 노무현은 미래 준비를 보여줬는데 당신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남의 자리에 앉은 느낌일 것이다. 설치는 당선인이 불편할 것이다. 돌아선 공직사회가 서운할 것이다. 언론의 돌변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 혼돈의 순간조차 임기다. 4년 또는 8년 전. 혹시 이런 약속 하지 않았나. “시장 되면 하루를 10년처럼 일하겠습니다.” 그 약속을 지킬 날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 조금 불편해졌다고 손 놓을 생각 마라. 선거 졌다며 외면하려는 그 하루, 어쩌면 당신이 그토록 소망했던 ‘시장님의 하루’일 수도 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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