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사 때 탕수육도 시켜줬다”… 검사들, 박상용 징계 청구 반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청구하자 13일 법조계에선 “검사가 피의자에게 자백을 받으려고 노력한 게 징계할 일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구 대행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박 검사 징계를 권고한 지 하루 만인 12일 “부당하게 피의자의 자백을 요구하고, 외부 음식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공했다”며 법무부장관에게 박 검사 징계를 청구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박 검사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 징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박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이끌어내려고 일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의견도 있다.
◇안미현 “나도 자백 받으려 탕수육 사줘”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대검의 박 검사 징계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 “저는 자백요구 음식물을 제공한 검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안 검사는 “2014년 사기 사건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저녁으로 먹을 짜장면을 주문하려는데 탕수육도 시켜달라고 해서 1인당 6000원이었던 특근매식비(초과 근무 때 식사 지원비)로는 어림없었지만, 야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사비로 시켜줬다”면서 “피의자는 탕수육을 먹고도 자백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은 박 검사 징계를 청구하면서 법무부의 진상조사 보고서에 적시됐던 쿠크다스 등 과자 제공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대검은 다만 김밥과 햄버거, 커피 등을 피의자 등에게 준 것은 징계 대상에 포함했다. 대검 관계자는 “조사실 내부에 비치된 과자는 특혜라고 보기 어렵지만 외부에서 반입한 음식은 징계 대상에 넣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실체를 규명하고, 피의자와 라포(상호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일부 외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전부터 있었던 수사 관행”이라며 “커피 한 잔 주는 것도 문제라면 상당수 검사를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에게 다른 사건을 언급하며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을 요구했다는 징계 청구 사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박 검사는 2023년 서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지금 추가 수사들은 제가 다 못하게 하고 있다” “이화영씨가 협조해 주신 점에 대해 저희도 노력하는 부분” 등의 말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재윤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박 검사가) 원칙적인 수사를 한다고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형량 거래라는 프레임으로 기존 관행을 다 불법처럼 취급하면 앞으로 검사의 임무 수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안미현 검사도 “지난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혐의를 부인하는 절도 사건 소년범에게 범행 현장이 찍힌 CCTV를 보여줬더니 자백을 했다”며 “나는 자백 요구를 한 셈”이라고 했다. 통상적인 수사 관행을 징계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별건으로 피의자 압박 안 돼”
반면 박 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의) 다른 사건 수사를 안 한다며 자백을 요구한 것도, 특정 진술을 요구한 것도 문제”라면서 “흔히들 하지만, 별건 압박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박 검사 발언이) 가능하고 선 넘는 게 아니라는 것이 검찰 입장이었다면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들어서도 검사의 보완 수사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박 검사처럼 수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남 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도 지난달 1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나와 “박 검사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했다. 서 변호사가 “하여튼 방조 약속은 지켜주시고”라고 하자 박 검사가 “당연히 지키죠”라고 답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였다. 박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이끌어내려고 형량을 매개로 거래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렇게 요란했던 연어 술 파티, 진술 세미나, 형량 거래는 결국 없었다”면서 “향후 절차에서 나머지 진실도 모두 밝혀지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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