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없이는 못 버텨… 사회적 기업, 4곳 중 1곳 문닫아

기업 행사 도시락이나 뷔페 등 출장 음식을 취급해오던 사회적 기업 A사는 올해 초 폐업했다. A사는 2009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고 저소득층 직원을 채용하고 결식 아동에게 급식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도 했다. 그러나 작년 A사는 2600만원 적자를 냈고 결국 문을 닫았다. A사 대표는 “저소득층을 채용하면 정부에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줬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교육·보건 등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도입됐다. 그러나 19년이 흐른 현재 사회적 기업 대다수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자립이 어려운 상태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5040사 중 1274사(25.3%)는 인증이 취소됐다. 사회적 기업 인증제 시행 첫해인 2007년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은 55사 중 24사(43.6%)가 문을 닫았다. 인증 취소 사유는 대부분 폐업이었다.

사회적 기업은 공익성을 추구하지만 기업의 본질인 영리도 추구한다. 이익을 내 재투자함으로써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고용노동부가 사회적 기업 인증을 해줬다. 전체 인력 중 30% 이상을 취약 계층(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에서 고용하거나, 빈곤·낙후·소외·재난·범죄 등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기업에 인증을 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기업 상당수가 자립보다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실적이 확인되는 사회적 기업 3560사 중 1665사(46.8%)는 2024년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한 해 영업 손실이 5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도 96사나 됐다. 5000만원 이하의 이익을 낸 기업은 1011사(28.4%), 5000만원을 초과한 이익을 낸 기업은 884사(24.8%)였다. 영업이익에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사업만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조영복 부산대 명예교수는 “국내 사회적 기업은 ‘인증제’ 등 정부 주도로 육성돼 왔다”며 “자생력보다는 ‘고용 창출’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우선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권 성향에 따라 관련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이 들쭉날쭉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해인 2017년 1313억원이었던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은 2023년 2042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830억원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284억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기업을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올해 예산은 다시 1180억원으로 늘었다.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과 더불어 설립 취지와 관계없이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장애인을 고용해 CCTV를 만들겠다면서 2019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B사는 실제로는 관련 업무를 하지 않고 있었다. B사 대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 있으면 조달청에 올라오는 정부 사업을 따낼 때 유리해서 일단 받아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예산 지원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사회적 기업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기업 컨설팅 업체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그동안 정부의 사회적 기업 평가는 단순히 취약 계층을 얼마나 고용했느냐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며 “고용 인원 수뿐 아니라 얼마나 취약한 사람들을 고용했는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냈는지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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