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아, 어디 갔니… 온난화에 갈수록 사라진다
“하루 80㎏ 캤는데 이젠 20㎏“
수온 많이 오른 올해가 더 문제

“호미질 한 번에 2~3개씩 나오던 바지락이, 이제는 열 번은 해야 겨우 하나 구경할까 말까 합니다.”
지난 6일 오전 충남 태안군 중장3리 인근 한 갯벌 양식장. 어민 손월산(68)씨가 1시간 정도 호미질을 해 캔 바지락의 무게를 달아보니 2㎏이 채 안 됐다. 해마다 6월과 10월 두 차례 새끼 바지락을 뿌려두기만 하면 그 다음해 5월 초 씨알 굵은 바지락을 캘 수 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손씨는 “10년 전쯤 이맘때 하루 80㎏ 정도 캤는데, 지금은 20㎏도 겨우 캔다”며 “새끼 바지락을 많이 뿌려도 폐사한 채 돌아오는 바지락이 많아졌다”고 했다.
‘국민 조개’ 바지락이 수온 상승과 함께 점점 사라지고 있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바지락 생산량은 1990년대 초반 약 9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선 절반이 채 안 되는 4만t을 웃돌다가, 엘니뇨(태평양 특정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가 발생한 2023년을 기점으로 ‘4만t 선’도 깨진 상태다.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가격은 오르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2023년 kg당 평균 3043원이던 바지락 가격은 2024년 평균 3650원을 거쳐 지난해 4240원으로 2년 간 39.3% 상승했다. 올봄 현재 약 4500~4800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바지락을 비롯한 조개류는 수온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다 생물로 꼽힌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물고기는 차가운 물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조개는 꼼짝없이 갯벌에 갇혀 썩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바지락 생산량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서해안 주요 산지의 타격은 심각하다. 2024년 충남 서산에선 4월부터 수온이 급등해 양식장에서 키우던 바지락의 75%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서해는 남해·동해보다 고수온 영향이 큰 곳이다. 특히 수온을 높이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 안면도, 제주고산, 울릉도에 각각 설치된 지구대기감시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서해 안면도가 434ppm으로 제주(432.4ppm), 울릉도(431.7ppm)보다 높았다. 이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이산화탄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온 상승으로 2041~2050년 국내 바지락 생산량이 과거(2000~2022년) 대비 52%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 이상 바지락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는 셈이다.
“당장 올해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바지락철인 서해의 올 4월 해수면 온도는 10.3도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았던 2024년(11.4도)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4월부터 이어진 고수온 현상이 5월에 이어 여름 내내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수온이 높아지면 여름에 폐사하는 바지락도 늘게 된다. 바지락은 여름철 수온이 30도 이상인 상태가 9일 이상 지속되거나, 일교차가 10도 이상인 날이 11일 이상 지속되면 폐사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햇볕에 노출되는 갯벌 온도가 40도 이상이 되면 바지락은 버티지 못하고 대량 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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