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꿀 비상 꿈꾸더니… 비수로 끝난 ‘AI 브로맨스’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2026. 5. 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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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올트먼의 ‘사랑과 증오’
그래픽=이진영

12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 법정.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증언대에 섰다. 이날 재판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올트먼 등을 상대로 “오픈AI가 비영리 창립 사명을 버리고 영리화됐다”며 소송을 제기해 열린 것이다. 머스크는 올트먼의 퇴진과 손해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증언대에 선 올트먼은 “머스크는 오픈AI 운영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통제하고 돈을 벌고 싶어 했다. 자녀에게 지배권을 넘기려는 생각도 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달 말 머스크도 같은 자리에서 “나는 그(올트먼)를 믿을 만큼 어리석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인공지능(AI)을 책임지는 것은 전 세계에 큰 위험”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한때 ‘인류를 위한 AI’를 만들겠다는 소명으로 의기투합해왔다. 챗GPT 출시로 AI 대중화를 이끈 오픈AI 초기 설계를 함께했다. 지금은 법정에서 서로 헐뜯고 있다. 같은 곳을 바라보던 이들이 어쩌다가 서로 겨누는 사이가 됐을까. 두 사람의 애정과 증오의 내막이 법정 안팎에서 증언과 증거로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인류 위한 AI’ 꿈 꾸던 ‘브로맨스’

두 사람 관계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 수장이던 올트먼은 실리콘밸리에서 머스크를 알게 된다.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은 당시 머스크를 멘토처럼 따랐다고 한다. 올트먼은 “스페이스X 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로켓의 모든 세부 사항과 그 안에 들어간 모든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인류의 미래와 AI 기술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2015년 비영리 AI 연구소인 오픈AI를 함께 설립했다. “AI라는 강력한 기술을 구글이 독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픈AI 초기 두 사람은 완벽한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듯했다. 테슬라를 키워낸 성공한 사업가 머스크는 돈과 명성을, 올트먼은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와 조직 운영 감각을 가졌다. 머스크는 4400만달러를 지원하며 오픈AI 핵심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하지만 오픈AI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두 사람 관계에도 균열이 갔다. 이유는 돈이었다. AI 개발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자본이 필요했고, 오픈AI가 추구해 온 비영리·공개 연구 철학과 현실이 충돌했다.

2018년 전후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이 논의되는 과정에 머스크는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머스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올트먼이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경영권을 잡고 싶어 했고, 테슬라와 합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막을 내렸다.

◇SNS에서 유치한 설전...공개 비난

두 사람 사이 남은 건 증오와 혐오다. 머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올트먼을 맹비난했다. 올트먼은 “회사 장악에 실패하자 몽니를 부린다”고 맞섰다. 오픈AI 변호인은 “머스크가 오픈AI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질투를 참지 못하고) ‘신포도(Sour Grapes)’ 심정으로 소송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로 헐뜯고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3년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오픈AI를 공격하자, 올트먼은 머스크에게 “당신은 내 영웅이었다. 당신이 오픈AI를 공격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머스크는 “상처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달래면서 “하지만 문명의 운명이 달렸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두 사람이 애초부터 함께 어울릴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인류를 구해야 한다. 내가 더 세상을 구할 적임자”라는 메시아주의 사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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