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 지체가 최대 리스크”

“가상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화폐 중심의 전통 금융 시스템과 통화 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안착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디지털 자산 포럼이 열렸다. ‘대한민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에서 통화 주권 확보와 제도 설계 원칙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날 행사에는 두나무 오경석 대표, 빗썸 이재원 대표, 네이버페이 박상진 대표,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 조영서 KB금융지주 부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축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상 자산 거래, 국경 간 지급 등에서 역할을 하며 미래 통화 제도에서 보완적이고 경쟁적인 지급 수단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 주권
첫 번째 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이 통화 주권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처럼 가치가 법정 화폐에 고정되게 설계된 가상 화폐(코인)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규모 1·2위인 테더와 USDC는 모두 미국 달러에 가치가 연동된다. 진행과 발제를 맡은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씨티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 시장이 2030년 10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보수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금융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며 “먼저 들어온 사람이 모든 걸 가지는 플랫폼 특성상 늦으면 패권을 뺏길 수 있다”고 했다.
이해붕 두나무 투자보호센터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98.1%로 디지털 달러 패권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제도화가 늦어지면 국제결제은행이 경고한 ‘은밀한 달러화(stealth dollarization)’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민섭 빗썸 전략법무실 이사 역시 “규제와 발행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허가되지 않은 해외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계속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영서 KB금융지주 부사장은 “국내 규제 체계 정립과 국제 표준 참여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신중론도 나왔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통화주권 잠식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경철 한국은행 결제정책팀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찬성하지만, 안정성 기반 위에 혁신을 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입법 지체가 최대 리스크”
두 번째 세션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제도 설계 방향이 논의됐다. 좌장을 맡은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는 “글로벌 거래에서 한국 비율이 10%에 달하지만 정작 공시, 사업자 진입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율 근거가 없다”며 “주요국이 입법을 완료·정비하는 동안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이정수 서울대 교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을 메우고 법에 따른 운영과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작점”이라며 “내용 만큼이나 적시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 역시 제도화 시급성을 강조했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변호사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설계의 핵심축은 혁신과 안정의 균형점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산업 구조와 이용자 보호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한정석 서울대 교수는 “기계적 규제보다는 절차적 합리성에 기반을 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과장은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과 혁신·안정 사이의 균형이 정부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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